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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네팔 카트만두 또다시 그리고...

bravebird 2024. 4. 7. 23:59

오늘까지 카트만두 6박 숙박비를 치렀다. 하루에 1만 5천원이라 1만원으로 줄이고 싶은데 짐을 풀고 나니 알아보기가 번거로웠다. 주인 가족들도 엄청 인자하셔서 그냥 있어야겠다.

숙박비를 치렀다는 것은 이동이 있다는 것인데 도대체 어디로? 뻔하지만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이다. 그러니까 쿰부 3패스 트렉을 하러 간다. 약 17일간의 일정이다. 비자를 연장해 놓았고 동행과 가이드도 구해서 돈을 다 치렀으며 짐도 다 싸놓았고 오늘 새벽 1시에 차 타고 경비행기 타러 출동한다. 세계에서 제일 위험하다는 그 루클라 공항으로 날아간다.

이번 짐은 랑탕 트렉 짐에다가 등산바지 한 벌과 윈터 장비를 조금 추가했다. 안나푸르나 서킷 때와 거의 비슷하지만 이번엔 공짜로 빌릴 데가 없어 몇 가지를 그냥 구매했다. 최고 고도 5500을 넘어 눈 덮인 곳을 가게 되므로 아이젠과 스패츠(게이터)를 구매했고 혹시 몰라 비옷도 샀으며 관절을 아끼고자 무릎보호대도 샀다. 또 SPF 100짜리 자외선 차단제를 거의 다 쓴 것 같아서 75짜리를 하나 샀는데 바른 것 같지도 않게 유분기가 없는 제형이어서 진짜 잘 산 것 같다.

옷은 크게 바지 3벌에 티셔츠 3벌 정도이며 그중 한 벌은 잠옷으로 쓸 것이다. 긴팔 등산복을 하나 살까 하다가 그냥 원래 있는 반팔 티셔츠들에다가 쿨토시 2개를 번갈아 가면서 낄 것이다. 등산 스틱은 여행사에서 빌렸고 침낭은 요즘 극성수기라 혹시 다이닝룸 같은 공용 공간에서 자야 할 수도 있어 가져가는 게 좋을 듯하여 루클라에서 합류하는 가이드에게 빌리기로 했지만 무거우면 걍 놓고 가려고 한다.



첫날 받은 첫 견적이 아주 좋아서 그 집에서 그냥 가이드 교통비 퍼밋뿐 아니라 식대와 롯지 숙박까지 다 포함된 가격으로 선금을 치렀다. 독일인인 줄 알았던 동행은 스물 다섯살짜리 이탈리아인으로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살고 있는 엔지니어다. 이름은 알레산드로이다. 처음 본 날 맥주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했는데 아주 발랄하고 윾쾌해서 재밌게 같이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동행이 있는 게 가이드랑 단 둘이 가는 것보다 훨씬 덜 심심할 뿐더러 안전하다. 그런데 서로 페이스가 잘 맞아야 되기 때문에 내가 절대 아프거나 하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어떻게든 잘 도와가며 무사히 완주했으면 한다. 알레산드로가 짐 가져온 것을 한번 직접 보고 준비물 리스트를 만들어줬고, 짐 꾸리는 요령을 알려준 다음 같이 장비 쇼핑을 했다. Goreto Gear Traders라는 곳에서 전부 해결했는데 여기 가격이나 직원들 응대 등등 상당히 괜찮았다.

금요일 저녁엔 더르바르 광장에 가서 그냥 앉아 있었는데 네팔 어린 대학생 친구들이 말을 걸었다. 처음엔 좀 경계를 했는데 여자아이들도 같이 있어서 말을 하다 보니 발랄한 애들이었다. 그 다음에도 또 다른 남자애들 팀이 가만 앉아있는 내게 말을 걸었다. 차도 한 잔 주려고 하더라고. 나는 혼자 있을 때 뚜껑 따인 음료수는 안 받아마시기 때문에 고사를 하고 방어적으로 앉아 있었는데 마침 알레산드로가 밖에 나와 놀고 싶어 하길래 맥주 한 병만 사다가 이리로 와서 같이 놀자고 SOS를 하였다. 그래서 다같이 모여 얘기를 하니 또 그냥 그 나이 또래의 깜찍한 남자애들이길래 얘기 잘 하고 헤어졌다.

카트만두에서 쉬는 며칠간 보통 1일 2식을 했다. 한 끼는 보통 Green Villy라는 곳에서 파니르 버터 마살라 카레와 버터난과 바나나 라씨, 한 끼는 피자 전문점에서 피자 1판이었다. 트레킹 가면 못 먹는 문명의 맛이다. 체중을 잴 방법은 없어 알 수 없으나 약간 체중이 늘었을 걸로 생각된다. 앞으로 2~3주씩 하루 종일 걸으려면 잘 먹어야 한다.




현재 고락솁의 롯지 마당에 캠프를 설치한 한국 등반팀은 초등 및 신루트 개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분들을 만나뵙고 얘기 나눌 수 있으면 특별한 경험이 될 듯 하다.

https://explorersweb.com/south-korean-new-routes-khumbu/

South Korean Pair Target Two New Khumbu Routes » Explorersweb

Ahn Chi-young and Woo Seok-ju will try the first ascent of Khangri Shar and a new route on Chumbu. The 6,000'ers are just around the corner from Everest.

explorersweb.com



나를 이 팀과 연결해주신 분은 셰르파와 고산등반을 연구한 인류학자이시다. 궁금하신 것들을 남겨 주시면 최대한 현지에서 물어보고 관찰해서 알려 드리기로 하여 지금 퀘스트 몇 가지를 접수해 두었다. 이번에 이걸 잘 관찰하고 캐고 다니면 상당히 재미도 있고 좋은 배움이 될 듯 하다.

1.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월간 방문객 수. 이건 루클라 공항 도착 뒤, 30분~1시간 이동하다보면 조르살레 라는 마을이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입장하는 곳인데, 입장하는 곳에 작은 전시관 같은게 설치되어 있어요. 거기서 벽에 그 수치가 기록되어 있던 걸 전에 본 적이 있거든요. 혹시 그런 수치를 발견하게 되면 사진 찍어 주실래요?

2. 물가. 예) 남체, 텡보체, 팡보체, 페리체, 고락셉 등 주요 지점에서의 외국인 손님 대상 대표적 음식 가격(예: 볶음밥). 그리고 혹시 알 수 있다면 현지인 주식인 '달밧'의 가격도.

3. 포터 임금(일당). 그리고 보험 관계. 과거에는 보험이 전혀 없었는데 최근 생겼다고 들었어요. 포터 임금은 다른 지역보다 많은 편이긴 할텐데, 포터들이 실상 고락셉 같은 곳에서 밥 사 먹을 때 워낙 많은 돈을 내야 해서 실제로 버는 수익이 궁금합니다.

4. 3패스 하면서 마주치는 외국인 트레커의 수. 물론 꼼꼼한 수치 말고 그냥 대략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5.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등반가이드로 참여하는 셰르파들의 주요 출신지. 과거에는 쿰부 지방이 압도적이었으나 요즘에는 마칼루 지역이 많을 것인데요. 그래도 대략 어느 정도 되는지 한 번 물어봐 주시면 좋겠어요

6. 외국인 단체 트레킹의 국적 분포. 특히 아시아권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비중인지 궁금합니다. 과거에는 소수였는데 요즘에는 아마 절반 가까이 되지 않을까 추측

7. 환경 관련 트레커들에게 부과하는 규제 조항들. 쓰레기 처리는? 별도 세금이 있나? 등등.

8. 고지대 마을에서 와이파이 사용 방법. 요금이 얼마인지? 와이파이가 안 터지는 곳도 있는지? 현지인(호텔주인, 포터, 가이드)들은 와이파이(스마트폰)를 어느 정도로 사용하는지?

9. 일일 헬기가 날아다니는 빈도. 헬기 여행객이 증가했는지 궁금.

10. 도로 가설 공사가 어디까지 진척되었는지. 몇 년 전에 루클라에서 도보로 하루 반나절 거리까지 도로가 가설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지금은? 향후 언제 도로 완공되나?

11.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 물론 이건 막연한 질문인데,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랑탕의 림체 롯지에서 만났던 한국인 트레커 ㅌㅎ 님을 만나 같이 얘기를 나눴다. 나랑 똑같이 안나푸르나 갔다가 욕심이 생겨서 랑탕 찍고 쿰부까지 가시는 분인데 짐이 놀라우리만치 가벼워 보였다. 이건 100% 경험의 소산이다. 하이킹 경험이 워낙 많으셔서 가이드도 없이 혼자 거침없이 다니신다. 쿰부 출발은 나보다 이삼일 늦지만 페이스가 빠르셔서 아마 산중에서 또 만날 수도 있으며 다 끝난 후 카트만두에선 무조건 일정이 겹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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