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네팔 쿰부 3패스 트렉 첫째날 본문

여행/남아시아

네팔 쿰부 3패스 트렉 첫째날

bravebird 2024. 4. 9. 00:13

* 현재위치 체프룽 https://maps.app.goo.gl/kzzjevAM8aAMqxFA6

Amadablam Guest House · PP39+G5, Chaurikharka 56000 네팔

호텔

www.google.com


* 현재고도 2684m
* 기온 최저 1도 최고 9도 체감 4도
* 달밧 가격 600루피
* 와이파이 및 전기 무료 이용
* 핫샤워는 별도 요금을 내야 하고 이미 해가 떨어져 쌀쌀하고, 현재 21시 30분 기준으로는 너무 춥고 물은 얼음 같으므로 샤워는 꿈꿀 수 없으며 세수와 양치만 가능하였고 세수도 힘겨웠다
* 현재 수면을 위해 티셔츠 3겹에 패딩, 바지 3겹 입음

* 일정
01시 원래 승차 약속 시간
02시 차 출발
06시 라메찹 도착
(경비행기 지연)
17시 직전 시타항공 루클라행 비행기 탑승 (막차)
(루클라 도착 후 1시간쯤 간단히 걸음)
19시 무렵 롯지 도착


새벽 1시부터 승차장소에 나갔으나 드라이버가 잠이 들어 약속장소에 나오지 못했고 라메찹에서는 안개 때문에 약 10시간 대기했다. 알레산드로가 매우 윾쾌하고 느긋하고 수완이 있고 사교성도 뛰어난 남유럽 사람 그 자체여서 같이 있는 게 즐거워 전혀 괴롭지 않았다. 참 좋은 일행을 만난 것 같아서 든든하다. 알레산드로가 타멜의 슈퍼에서 사온 카마수트라 포커 카드(!!??ㅋㅋㅋ??ㅋㅋㅋ)로 이탈리아 카드놀이도 배우고 책도 읽고 잠도 자고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면서 대기했다. 혹시 비행기를 못 탈까봐 근처 숙소에 약간 돈을 주고 예약도 걸어 놨는데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루클라로 올 수 있어 너무 운 좋았다.


물 무게 1kg 포함됨



라메찹 공항에서 대기하는 동안에는 한국에서 테라바다 불교(상좌부 불교)를 수행하시는 스님을 만나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많이 여쭈었고 너무 도움이 되는 명쾌한 답변을 들었는데 내 언어로 잘 정리할 수 있을지.

나 : 스님, 상좌부 불교를 수행하시는군요. 한국에도 상좌부 불교 수행자가 계신지 잘 몰랐어요. 저는 여행 중에 고마운 사람들을 위해 절에 가서 기도를 해요. 그런데 이게 진짜 불교적인 수행이 맞을까요? 석가모니가 과연 그런 것을 가르친 것이 맞는가 싶거든요. 오히려 집착과 욕심에서 해방되라는 석가모니의 가르침과 반대 방향 같아서요.
스님 : 기도한다는 것, 즉 뭔가 이루어지기 바란다는 건 탐진치 중에 어디에 해당할까요?
나 : 탐이지요.
스님 : 그렇죠. 집착을 오히려 키우는 방향인 거죠.
나 : 그렇다면 이러한 기도는 불교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런 것 같지가 않은데 또 해서 나쁠 것은 없는 행위 같아서 헷갈립니다.
스님 : 남을 위해 좋은 마음을 보낸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경건하게 하고 정화한다는 차원에서, 즉 자애의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어요. 그런 자애 수행을 중점적으로 하는 곳도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기도를 한다고 해도 남을 바꿀 수는 없지요. 남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마음의 평안을 위한 것, 즉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방편적인 것으로 봐야 해요.
나 : 스님, 그리고 불교는 어떤 절대자에 대한 신앙을 요체로 하는 종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 같은데요, 불교라는 사상 내지 종교, 혹은 석가모니라는 존재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도 일상 속에서의 실천 행위가 이미 보살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을 불교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나요?
스님 : 그런 분들은 실제로 많고 그런 분들을 두고 벽지불이라 불러요. 그러나 불교는 결국 깨달음을 목적으로 합니다. 사실은 보시와 같은 수행과 실천도, 명상도, 염불과 기도도 불교의 목적이 아니라 한 방편입니다. 그 중 수행은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에요. 그러나 결국은 깨달음이야말로 불교에서 추구하는 것입니다.
나 : 그렇다면 깨달음에는 어떻게 이르는 것인가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기도도 염불도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고 명상과 보시마저 수단이라면 어떤 수행을 해야 본질에 직접 다가갈 수 있을까요?
스님 : 경험적 차원으로 설명하거나 실천하기가 조금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내가 감각하고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외물에 대한 감각에 수동적으로 이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각을 갖고 깨어있는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지가 갈애를 낳고 갈애가 집착을 낳으며 집착이 고통을 낳는다는 것을 알면 고통의 원인을 이해하고 깨달음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걸 할 수 있으려면 인지 그 자체에 대한 인지에서 시작합니다. 명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그걸 연습하는 것이고요.
나 : 그렇다면 염불이나 기도 같은 것은 이러한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것을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하기가 다소 어렵기 때문에 생겨난 것 같네요.
스님 : 그렇습니다. 염불 같은 것을 통해서 어떤 삼매 내지 집중 상태에 보다 쉽게 들어갈 수 있기는 해요. 감각적이고 경험적이고 대중적인 방편이죠. 하지만 그게 곧 깨달음 자체로 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에요.


뗀뚝
산미구엘은 못참지



롯지에서는 씩씩한 셰르파 아주머니가 맛있는 뗀뚝을 만들어 주셔서 첫 끼이자 마지막 끼를 맛있게 먹었다. 인도 시킴에서 셰르파 사람들은 많이 봤는데 그곳 사람들은 네팔어가 모어라서 셰르파가 셰르파어로 얘기하는 거는 처음 들어봤다. 셰르파인들은 티베트어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다고 한다. 루클라에서 마중을 나와 주신 우리의 가이드 인드라 아저씨는 아주 차분하고 젠틀한 분인 것 같다. 내 짐이 무거운 것 같다며 내일 나눠 들어주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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