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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작년에 런던 갔을 때 알게 된 스티븐이 한국+일본 놀러와서 수요일에 여러 명 같이 만났다. 작년에 가기 전에 글 하나 썼는데 후일담이 없어서 이제라도 써 보기로. (2016/08/03 - [여행/유럽] - 런던 여행 퀘스트: 펍에서 영국식 유머 관찰하기) 영국도서관 구내서점에서 구경한 책. 둘다 사옴. 물론 아직 안 읽음. 영국인들의 아이러니 섞인 만담이 정말 구경하고 싶어서 펍에 가볼 계획을 세웠었다. 이전에는 여행지 로컬들 사는 얘기가 궁금하면 바에 혼자 찾아가서 사장이나 종업원을 공략한 다음 그 집 단골들과 줄줄이 새끼치듯 얘기 나누는 전략을 사용했다. (유용하고 안전함) 그런데 런던에서는 방법을 바꿔서, 자기 단골 펍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 끼워줄 수 있는 런더너를 찾아보기로 했다. 영국에는 ..
오스카 와일드의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진지함에 대한 영국인 특유의 반응인 아이러니를 맛보는 게 이번 여행 퀘스트니 꼭 읽고가야 된다. 옛날에 친구가 나보고 진짜 진지한 영혼이라며 이거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적도 있음 ㅋㅋㅋㅋㅋㅋ 오늘 pdf 다운받아서 시작했다. 번역본이 없어서 영어로 읽을 수밖에 없음. 희곡이고 생각보다 분량도 짧다. 읽다보니 진짜 재밌다. 이름이 어네스트인 남자라는 이유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그웬돌린. 정작 어네스트의 본명은 잭. 사실 잭은 어네스트라는 가공의 형을 지어내서 형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귀찮은 상황을 요리조리 피해 와서는 어네스트로 행세하는 천하의 얍삽이임 ㅋㅋㅋㅋㅋㅋ 내 이름이 어네스트가 아니면 어쩌냐는 잭에게 그웬돌린의 대답이 ..
8월 여행은 런던과 파리에 간다. 거드름을 한껏 피워보자면 나는 사실 두 도시, 아니 두 나라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다. 대단한 문화선진국이신 두 나라가 중국 실크로드 문화재를 (...) 엄청나게 훔쳐댔으므로 가게 되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울며 겨자먹기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영국인 발견》을 읽고 나서 런던은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기억해둔 책인데, 그 유명한 영국식 아이러니 유머에 대해서 낱낱이 써놨다. 영국인이 대체로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교불편증이 있고, 계급이 뿌리박은 사회 속에서 서로 조심하는 가식적인 문화가 있다 보니 셀프디스와 냉소가 성행한다고 함. 영국 출신 문화인류학자가 썼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영국식 재치가 문장마다 번뜩이는 책이었다. 강력 추천. ..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조금 살펴보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2011년에 중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 친구가 "중국인 유머에는 아이러니적인 요소가 전혀 없어. 아이러니라는 말에 대한 중국어 번역어조차 제대로 없지. 반어(反语)라는 단어에는 차마 다 담지 못하는 문화적인 뜻이 더 있는데 나도 설명은 못하겠다. 비꼼(sarcasm)과도 달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후부터 아이러니는 오랜 화두였고 과제였다. 그나마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는 죽쑨 걸 참 잘했다고 반대로 말하는 단순한 수사 차원에 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츠비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져다준 병신 같은 허무한 결말, 연인들이 하는 가장 친밀한 것들을 다 하면서도 자신들의 관계를 사랑으로 규정짓지는 않는다는 요즘..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득 중에 하나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크라이나 및 크림 사태의 주요 측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최근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의 파시즘 경향이다. 스바보다(자유) 당과 프라비 섹토르 등의 단체는 친서방과 자유를 기치로 내걸고 있으며 이는 표면상 유로마이단의 지향점과 동일하다. 그러나 실상 이들은 공공연히 나치 계승을 표방하는 파시즘 단체로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더욱 복잡 다단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유로마이단 운동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 편승하기 위해 시위 속에 섞여 들었다. 여기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이, 극우 세력의 이러한 틈입으로 인해 러시아 언론은 유로마이단의 본래 취지까지 파시즘으로 싸잡은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푸틴 정권은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