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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올해 6월 초 백야 때 스톡홀름이랑 같이 상트페테르부르크도 갔었는데 이제 올린다. 나는 글쓰는 데 진짜 게으르고 특히 여행기 같은 사사로운 이야기는 길게 못 쓴다. 정말로 아름다운 곳에서 잘 놀고 푹 쉬다 왔으니 지금 와서 글로 남기든 말든 아무런 관계 없지만, 사진첩 정리하다 보니까 홀랑 까먹기 전에 조금 남겨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네 번째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회사 사람들은 왜 자꾸 러시아를 가냐고 하기 때문에 그냥 스톡홀름 갔다왔다고 했다. 임원 한 분이 내가 러시아 다니는 걸 희한하게 여겨서 소문을 내신다. 사적인 대화 한 마디 해본 적 없는 옆팀 팀장이 그 분한테 들었는지 워크샵에서 갑자기 "그렇게 러시아가 좋으면 주재원 하나 잡아요. 내가 보기에 주재원 와이프가 팔자 최고야." 이러길래 양..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밥 먹고 레닌그라드 봉쇄시기 기념박물관 갔다. 저번 여행 때 정치사 박물관이랑 같이 보려다가 못 간 곳이다. 8월에 베를린행이 예정돼 있어서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행선지 중 하나. 1945년 5월 9일 대독일 반파시스트전쟁(대조국전쟁) 승리일의 프라우다. 게오르기 주코프 장군. 레닌그라드 봉쇄 개념도. "우리의 명분은 정당하다. 승리는 우리 것이다." 글씨가 일부 안 보이긴 한데, "우리는 오데사와 스탈린그라드를 수호하였고 베를린에 당도했도다!" 레닌그라드 봉쇄 해제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연주회 광고. 독일군에 원천 봉쇄되어 생명이 꺼진 줄 알았던 도시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온 세계에 알린 사건. 파시스트 야만인들이 소비에트 땅이라곤 한 발자국도 못 밟게 만들겠..
찬란한 날이었다. 한국에서 사간 사냥꾼 모자를 쓰고 나갔다. 카페 싱어에서 아침을 먹고 겨울 궁전을 지나 다리를 건너 바실리예프스키 섬으로 갔다. 가는 길에 눈 내린 풍경이 멋져서 또 엄청나게 프로필 사진용 셀카를 찍었다. 사실 러시아에서 사냥꾼 모자 쓰고 사진 찍는 게 오랜 꿈이었어서 원없이 그렇게 했다. 유빙이 떠다니는 네바 강은 어제 봤지만 그 다음날 봐도 아름다웠다. 또 엄청난 시간을 네바 강과 하늘 바라보는 데 보내고 오후가 되어서야 쿤스트카메라에 도착했다. 쿤스트카메라에서는 동양학 연구의 일환으로 탐험대를 파견하는 것 같았다. 내가 관심 있는 중국령 투르키스탄(신장)에도 비교적 최근에 탐험대를 파견해서 이런저런 사진 찍어 왔고 이런저런 볼거리도 마련해 놓았다. 예전에 에르미타주 갔을 때 중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