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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추진사업/내륙아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bravebird 2015. 11. 14. 02:11

올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는 중앙아시아 탐험가들의 흔적을 더 찾아보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 그 타겟 중 하나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는 1839년에 태어나 1888년에 사망한 러시아의 군인이자 탐험가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근데 서양인 탐험가 중 하나다. 시베리아, 몽골 및 고비사막, 티베트 고원, 암도 티베트(현재의 칭하이 지역), 준가르 분지의 천산 유역, 북중국 등 광활한 지역을 폭넓게 어행하였으나, 본인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티베트 라싸에는 아쉽게도 닿지 못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프르제발스키의 탐험 중에 마침 회족 무슬림 반란이 일어났다. 둥간 반란(Dungan Revolt)이라고도 알려져있는 매우 유명한 사건으로, 신장 지역의 회족 무슬림들이 코칸드 칸국의 칸인 야쿱 벡을 필두로 해서 일으킨 반란이다. 좌종당이 이 난을 평정한다. 좌종당은 당시 서북 변경의 방어를 중시한 색방파에 속했다. 그와 대척점에 있는 해방파는 바다로부터 밀고 들어오는 서양이나 일본 세력에 대해 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이홍장이다. 다시 프르제발스키 얘기로 돌아오면,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립 지리학 협회에서 둥간 반란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여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프르제발스키는 자신이 여행한 지역의 동물학과 식물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는 몽골 지역의 야생마에 대한 소문을 듣고 직접 찾아나서서 결국 발견해내고 만다. 그 야생 말은 이렇게 생겼다. 



일명 프르제발스키 말. 우리가 아는 말보다 어딘가 아둔하게 생겼다. 멸종 위기에 처했었으나 동물학자들의 노력으로 동물원에는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야생으로 돌려보낸 개체도 있다. 서울대공원에서도 프르제발스키 말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한번 가볼 생각이다. 


올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인 알렉산드르 아저씨한테 프르제발스키 관련된 기념비가 없는지 물었다. 아저씨는 모스크바 레릭 센터에서 일하시던 인도학자로, 작년에 고골 박물관에서 우연히 알게 된 분이다. 지금은 인도 나가르 지방의 레릭 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겨 가셨다. 이 분이 해군성 공원에 프르제발스키 동상이 있다고 알려 주셨다. 



여기서 예전에 레르몬토프 흉상도 봤는데 어떻게 프르제발스키 흉상만 못 본 거지! 심지어 스탈린이랑 엄청나게 닮았고 커다란 낙타까지 웅크리고 있는데! 이래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여러 번 갈 수밖에 없다. 갈 때마다 저번엔 미처 못 보고 지나친 새로운 게 눈에 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도 프르제발스키와의 인연이 있었다. 나는 항상 카잔스카야 거리에 머무르는데, 숙소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프르제발스키 생가가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곳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지도 않아서 여행 책자에 나오지 않는다. 위키피디아에도 안 보인다. 우연히 얻어걸려야만 볼 수 있는 것을 이렇게 운 좋게 발견한 것이다.   



스톨랴르니 골목 6번지. 명패에는 "이곳에 저명한 여행가 니콜라이 미하일로비치 프르제발스키가 살았습니다. 1881-1887."라고 적혀있다. 생의 말년에 이곳에 살았던 모양이다. 


스톨랴르니 골목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을 쓴 곳으로도 유명하다. 라스콜리니코프가 하숙하는 그 사도바야 거리 근처의 동네가 이곳을 모델로 했다고 하며, 도스토예프스키 자신도 이곳에 거주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집. 대략 의역하면 "이곳 사람들의 비극적인 운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활동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가르침은 모든 인간의 선량함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습니다." 쯤의 내용이 되겠다. 이곳에는 항상 꽃이 놓여있었다.  

 


1864-1877년까지 도스토예프스키가 살았던 집. 이곳에서 《죄와 벌》을 썼다고 적혀 있다. 라스콜리니코프 집에서 얼마 안 걸리는 거리다. 프르제발스키와 같은 시기에 살지는 않았구나. 이웃사촌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1800년대 후반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이렇게 걸출한 인물들이 모여 살았던 곳인가 보다. 별 생각없이 길거리를 쏘다녀도 건물마다 명패들이 붙어 있고, 거기엔 쟁쟁한 작가, 작곡가, 화가, 사상가, 정치가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찾아갈 때마다 하나씩 둘씩 추가로 발견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매번 찾을 수밖에 없는 커다란 매력 중 하나. 처음 갈 땐 있었는지도 몰랐던 명패들, 알지도 못했던 이름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머릿속에 3차원 지도가 그려지는 놀라움이란! 내년엔 또 누구 집을 발견하게 될까? 


그나저나 프르제발스키 관련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보니, 재밌어 보이는 책들이 각주로 달려있다. 프르제발스키는 동성애자였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실린 책들이 꽤 많은 모양이다.  


목록 첫번째의 전기는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번역본 왜 안 나와! 콱 내가 해버리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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