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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 노르에 처음 간 스웨덴인

bravebird 2016. 7. 23. 10:04

로프 노르 호수에 처음 간 서양인은 프르제발스키도, 헤딘도 아니었다. 훨씬 앞에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Johan Gustaf Renat, 1682-1744)라는 스웨덴 사람이 있었다. 한국과 스웨덴 간의 실크로드 관련 교류사에 대해서 읽다가 이 사람 이야기가 나왔는데, 예전에 어디선가 본 이름 같았다. 이 이야기가 나올 만한 책이 피터 퍼듀의 《중국의 서진》밖에 없는 것 같아서 색인을 펼쳐보니 역시 그랬다. 



▲ 레나트가 그린 로프 노르 인근의 지도. 글자가 흐리지만 지도 중간쯤에 악수(Acksu), 쿠처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 그 옆쪽에 큰 호수가 있고 LOP NOR이라고 적혀있다. LOP, NOR 사이 간격이 많이 떨어져 있다.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는 그 유명한 스웨덴과 러시아의 대북방전쟁 때 카를 12세의 군대에서 복무했다. 이후 1709년 폴타바 전투 때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토볼스크로 압송된 후 시베리아 지도를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1716년에는 스웨덴 출신의 다른 포로들과 함께 금을 찾아나서는 탐사단에 참가했다가 또다시 준가르 포로로 붙잡혀 17년의 세월을 보낸다. 


준가르 지도자 체왕 랍탄은 러시아인, 스웨덴인, 만주인, 중국인 등 여러 국적 출신의 포로들에게 벨벳, 천, 종이 등을 만들 공방을 세우도록 지시했는데, 레나트는 이 중 군수품 만드는 일을 배정받았다. 레나트는 부역 노동을 감독하면서 대포와 박격포를 만들었고, 탄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 제련법, 금은 채굴법, 인쇄법 등을 가르쳤다. 


무엇보다 레나트는 체왕 랍탄의 뒤를 이은 갈단 체링이 준가르 지도를 최초 제작하도록 도왔다. 레나트는 포로에서 풀려나 스웨덴으로 돌아가는 길에 몽골어 지명이 담긴 지도를 두 개 가지고 갔는데, 이것들은 지금 웁살라 대학 도서관에 보관돼 있으며 그 중 하나는 갈단 체링이 직접 그린 원본으로 추정된다. 다른 하나는 바르콜이나 투르판에서 잡힌 중국인에게 얻은 것이다. 이것들은 중앙유라시아 최초의 몽골 지도로, 정확도나 상세함에 있어서 러시아나 중국에서 18세기에 만든 그 어떤 지도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우리도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는 스톡홀름 왕실도서관의 사서로 일한 적이 있다. 이때 레나트라는 전쟁 죄수가 헤딘보다 몇 세기 앞서 로프 노르 일대의 신장 지역을 탐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벤 헤딘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자신이 최초라고 저술을 했는데, 이것을 비판한 스트린드베리와의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헤딘은 이것을 계기로 이 지역 역사를 더욱 면밀하게 연구했다고 한다. 



※ 참고자료

피터 퍼듀, 《중국의 서진》

https://en.wikipedia.org/wiki/Johan_Gustaf_Renat

http://www.strindbergsmuseet.se/verken/Tal/fejd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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