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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1666년도 런던 대화재 기념탑

bravebird 2016. 9. 4. 22:45




런던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런던브리지, 타워브리지 근처를 구글지도로 살펴보다가 Monument라는 지하철역을 발견했다. 무슨 기념물인가 해서 근처를 찾아봤더니 Monument to the Great Fire of London이 있었다. 마침 8월 15일 월요일에 런던브리지 남쪽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서, 그 전에 근처의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 갤러리, 런던 타워, 타워브리지를 죽 보고 나서 이 마뉴먼트를 찍고 런던브리지를 건너 내려가기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했다. 이 마뉴먼트는 1666년도의 영국 대화재 이후 런던 재건을 기념하기 위한 높은 탑이다. 올라가보진 않았지만 소정의 돈을 내면 위로 올라가서 런던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1666년도의 런던 대화재는 옛날 영문학개관 시간에 Norton Anthology에서도 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런던을 아비규환으로 몰아넣은 유명한 화재 사건이다. 16세기 영문학사를 배우는 수업이었는데, 새뮤얼 핍스(Samuel Pepys)의 유명한 일기를 다룰 때 이 대화재가 언급된 걸로 기억한다. 이 불은 한 베이커리에서 시작되어 템즈강 북쪽의 광대한 영역을 활활 태워버리고 4일 만에 겨우 진압됐다. 로마 시대 이래로 가장 대규모였던 이 화재를 처음 보고받았을 때 당시 런던 시장 토머스 블러드워스(Thomas Bloodworth) 왈, 여자가 오줌으로도 끌 수 있겠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잠을 청했다고 한다...


당시 런던은 인구 50만의 대도시였으며 무계획적인 도시 개발로 중세의 좁은 길 위에 목재와 볏짚으로 지은 건물이 즐비했다. 게다가 당시 건물 구조 자체도 화재 확산에 취약했다. 1층의 면적에 따라 세액이 결정되었기 때문에 1층은 좁고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져서 마지막 층은 창문을 통해 옆 건물 사람과 악수할 수 있을 정도로 돌출되어 있었다. 이런 형태를 제티(jetty) 구조라고 했다. 왕정복고의 바로 그 왕인 찰스 2세가 화재를 우려해서 이 제티 구조를 금지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때문에 런던에서는 이미 화재가 비일비재했고, 점쟁이들마저 런던이 화재로 망할 것이라며 수차례 경고를 하는 거의 세기말적인 분위기였다.  


모두의 예언대로 1666년 9월 2일에 이 대화재가 시작되었다. 4일간 템즈강 북쪽의 수많은 부분을 태우고 겨우 사그라들었다. 이때 인근에 있는 세인트 폴 대성당도 녹아 내리고 런던 브리지도 많은 부분이 탔다. 오늘이 9월 4일이니 수백 수십년 전의 바로 며칠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그래서인지 바로 며칠 전 영국도서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 런던 대화재를 다뤘다. 아니었으면 나는 게을러서 글 하나 쓰지 않고 넘어갔을 것이야...


1677년에 제작된 대화재 관련 지도. 화재 당시 재가 되어버린 부분이 허옇게 나와 있다.

 


당시 런던 대화재에 관한 기사. 읽어보려면 클릭.


대화재 비포 앤 애프터 이미지와 런던을 재건한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Christopher Wren)의 도시계획안




※ 참고자료

http://www.bl.uk/learning/timeline/item103629.html

http://www.bl.uk/learning/timeline/item103652.html

http://www.bl.uk/learning/timeline/item103694.html

http://www.bl.uk/onlinegallery/onlineex/crace/a/007000000000017u00007000.html

미셸 리, 《런던 이야기》 - 이 책 진짜 알차고 재미있다! 런던에 가져갔는데 바빠서 다 읽지 못하고 돌아와서 마저 읽고 있는 게 아쉬울 정도. 영국 여행을 앞두고 역사는 알고 가고 싶은데 본격 영국사를 읽기는 좀 부담스러운 나 같은 사람한테 최고의 책이었다. 다음에 또 런던에 가게 되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여러 번 반복하고 가도 좋을 만큼 내용이 탄탄하면서도 쉽게 읽힌다. 언젠가 책을 쓰게 된다면 꼭 이렇게 쓰고 싶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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