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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런던 펍 후일담

bravebird 2017. 4. 28. 13:20

작년에 런던 갔을 때 알게 된 스티븐이 한국+일본 놀러와서 수요일에 여러 명 같이 만났다. 작년에 가기 전에 글 하나 썼는데 후일담이 없어서 이제라도 써 보기로. (2016/08/03 - [여행/유럽] - 런던 여행 퀘스트: 펍에서 영국식 유머 관찰하기)


영국도서관 구내서점에서 구경한 책. 둘다 사옴. 물론 아직 안 읽음.



영국인들의 아이러니 섞인 만담이 정말 구경하고 싶어서 펍에 가볼 계획을 세웠었다. 이전에는 여행지 로컬들 사는 얘기가 궁금하면 바에 혼자 찾아가서 사장이나 종업원을 공략한 다음 그 집 단골들과 줄줄이 새끼치듯 얘기 나누는 전략을 사용했다. (유용하고 안전함) 그런데 런던에서는 방법을 바꿔서, 자기 단골 펍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 끼워줄 수 있는 런더너를 찾아보기로 했다. 영국에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동네 펍에 가서 바 자리에 앉아서 서로 별명 지어 부르며 농담따먹기 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로컬의 도움이 필요할 때 카우치서핑을 적절하게 활용 가능하다. 거기서 레이더에 들어온 게 키워드가 많이 겹치는 스티븐이었다. 쪽지를 보냈더니 역시나 totally, 100% up for this라고 답장이 왔다. 영국도서관, 코톨드 갤러리, 테이트 모던, 세인트 폴 대성당, 런던 대화재 기념탑, 런던브리지, 타워브리지, 타워 오브 런던 구경한 8/15 저녁에 만났다. 인도 음식을 먹고 오래된 펍에 가서 맥주 한잔 했다. 근데 이 펍은 스티븐의 단골 펍이 아니라 런던의 유서깊은 펍이어서 원래 생각한 방법대로 사람들을 줄줄이 만나서 만담 구경을 하지는 못했다. 그 대신 스티븐 본인이 영국식 위트가 대단했으나, 내가 받아칠 능력이 없었다. ㅋㅋㅋㅋ 


2016/09/04 - [중점추진사업/실크로드] - 런던 영국도서관 방문기

2016/09/04 - [여행/유럽] - 1666년도 런던 대화재 기념탑



세인트 폴 대성당


세인트 폴 대성당


타워 오브 런던


타워 브리지


코톨드 갤러리 대표작은 바로 이거



광저우랑 토론토 얘기, 셰익스피어, 영국의 아이러니 문화, 홍콩, 브렉시트로 나라 망하는 얘기 실컷 했다. 특히 둘다 프랑스의 많은 것들을 따분히 여기기 때문에 의기투합해서 프랑스를 깠다. 프랑스에 관심이 1도 없는데 놈들이 훔친 중국 유물 때문에 이 좋은 런던 놔두고 억지로 파리에 가야 된다니까 엄청 좋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파리도 좋긴 했다. 어딜 가나 색다른 매력이 다 있으니까. 파리의 특장점은 게스트하우스 카운터의 미남 직원이었다. 물론 수속할 때 몇 마디 한 게 전부. -_-;; 


펍에서 나와서 각자 돌아가는 길에 템즈 강변을 걸으며 노래 켜놓고 고개 좀 까딱였다. ㅋㅋㅋㅋㅋㅋ 작년부터 지금까지 매일매일 들어서 플레이리스트 1위인 폴 매카트니 노래였다. 폴 매카트니가 이렇게 펑키하고 소울풀한 곡도 썼냐면서 반색을 했다. 지금 계절에도 잘 어울리는 정말 멋진 노래니 한번 들어보세요! 


Paul McCartney - Arrow Through me
작년부터 휴대폰 mp3 재생목록 부동의 1위


Erykah Badu - Gone Baby, Don't Be Long

에리카 바두 정말 좋아하는데 요게 폴 매카트니 곡의 비트를 샘플링한 거다.



스티븐은 이번 한국+일본 여행 길에 토론토 시절 알았던 한국 친구를 방문했다. 어제는 홍대에서 그 친구의 친구 분들까지 7명쯤 불러모아서 다같이 논 것이다. 워킹홀리데이 갔다온 사람이 많길래 베를린 얘기, 토론토 얘기 많이 들었다. 


스티븐은 대학원을 졸업한 다음 런던에서 도시계획 일을 한 지 10개월 됐다. 원래 무슨 일이든 그쯤 되면 지루했다는데 이 일은 아직도 괜찮다며 이제 정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입사 때부터 4년째인 지금도, 그리고 아패로도 개쏙 지겨움에 머리를 뜯을 예정이라 부러웠다. 이외에는 지금 하우스메이트들이 전부 다 게이인데 자기 혼자 스트레이트여서 집안에 신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소수자 처지를 겪어보니 아무래도 낯설기는 하다며. ㅋㅋㅋㅋㅋ 이번 여행에 대해서는 교토나 오사카보다는 서울이 훨씬 흥미롭고 마음에 든다며 건물사진을 잔뜩 찍고 있다고 했다. 여기까지 와서 일 좀 하지 말라고 한 마디 했다. 


런던도 큰 기대 없이 약탈품 구경하러 간 건데 정말 괜찮았었다. 도시 규모는 정말 큰데 내부 구조는 오밀조밀 조그맣게 꽉 들어찬 느낌이다. 파리는 반대로 도시 크기는 생각보다 조그맣고 내용물이 웅장했다. 런던 영국도서관이랑 서점들의 퀄리티는 정말 최고였다. 관심 주제들이 전부 아시아 관련인데도 기승전 대영제국인 경향이 뚜렷하다 보니 언젠가 또 런던 갈 일이 있겠지. 씨유 스티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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