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러시아 이리 국경선 관련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전기 The Dream of Lhasa: The Life of Nikolay Przhevalsky를 읽고 있다. 왜 번역본 없냐고, 내가 번역해도 되냐고 그랬던 바로 그 책을 킨들 덕분에 읽고 있다. (2015/11/14 - [중점추진사업/유라시아사] -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흔적) 좋은 세상이다. 근데 어려워서 번역은 도저히 못하겠엌ㅋㅋㅋㅋㅋ 읽기도 벅참ㅋㅋㅋㅋㅋ

어느덧 챕터 7에 다다라 프르제발스키의 라싸 탐험이 티베트 측의 반대로 좌초된 후의 내용을 읽고 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에도 황제 암살이라는 큰 난리가 났는데, 이 상황과 청-러시아 국경분쟁의 중요 페이지가 맞물려 들어가기에 기록을 해 놓으려고 한다. 

알렉산드르 2세의 암살을 여러 차례 모의하고 시도했던 소피아 페롭스카야가 이끈 인민의 의지당은 1881년도에 결국 황제 암살에 성공한다. 이때 알렉산드르 2세가 죽은 자리가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징과도 같은 피의 구원 성당이다. 모스크바의 아이콘인 성 바실리 성당을 닮은 바로 그 푸른 양파모양 사원. 

알렉산드르 3세가 뒤이어 즉위하면서 거센 복고와 반동의 바람이 몰아친다.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기에  청나라의 러시아 사절 증지쩌(曾紀澤)가 파견된다. 외국 문제에 눈 돌릴 틈이 없는 로마노프 왕조의 상황을 틈타 청나라는 1881년 바로 그 해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리 조약(=상트페테르부르크 조약)을 이끌어 낸다. 이 조약으로 러시아는 오늘날 카자흐스탄과의 접경지역을 이루는 신장 이리 지방의 대부분을 청나라에 반환한다. 청은 이리 지방 일부와 자이산 호 인근을 러시아에 할양하고 배상금을 지불했다.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 사이 이리 국경선의 골격은 이때 형성됐다. 

애초에 이리 지방이 러시아에 넘어간 것은 야쿱 벡의 무슬림 봉기 당시다. 청의 조공국이었던 코칸드 칸국의 야쿱 벡은 1865년에 타림 분지의 서부를 점령하고 카슈가르 칸국을 세운 후, 1871년에는 이리에 침입했다. 인도로부터 뻗쳐오는 영국 세력과 경쟁하며 중앙아시아에서 판도 확장을 꾀하던 러시아는 군대를 파견해서 이리를 점령하는데, 이것이 바로 이리 사건이다. 청나라 중후반부터 백련교도의 난에 여러 소수민족 반란, 아편전쟁에 난징조약의 충격까지 겹쳐서 오랫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던 청나라의 자존심에 또다른 한방을 먹인 사건이었다. 

청은 이리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충허우(崇厚)를 러시아에 파견해서 1879년도에 리바디아 조약을 맺는다. 리바디아는 내가 아는 러시아 아저씨의 이메일 주소에 들어가는 단어인데, 크림의 어느 지방 이름이라는 건 이번에 알게 됐다. 리바디아 궁전에서 바로 얄타 회담이 열렸다고 한다. 키프로스, 그리스 같은 지중해 각지에서도 이 지명이 발견된다. 리바디아 조약은 청한테 엄청 불리한 걸로만 알려져 있지 자료를 찾아봐도 별로 나오는 게 없다. 구글 북스에서 Imperial Rivals: China, Russia, and Their Disputed Frontier라는 아주 재밌어 보이는 책 속에서 살짝 엿볼 수 있긴 하다. 

지금 읽고 있는 프르제발스키 전기를 보면, 이 리바디아 조약으로 청이 러시아에 이리 지방을 넘겨주고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했는데, 이 배상금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투자가 되는 바람에 러시아의 극동 진출 열기에 기름을 부어 줬다고 한다. 몽골-신장-만리장성 이남에 이르는 아직 상업적으로 청순한 광대한 지역에서 러시아의 무역 기회를 활짝 열어주기도 했다. 사실 1878년도에 좌종당이 서북 무슬림 봉기를 진압한 후 군사력이 잔존하는 상황이었고, 러시아는 1877-78년도 제2차 동방전쟁(러시아-터키 전쟁) 이후 재정에 타격을 받고 발칸 지역에서의 영향력도 많이 잃어버려서 청나라 측에 네고 파워가 있었는데도 협상을 저 모양으로 한 것이다. Imperial Rivals에서는 체면 지키려다 외교 망친 사례로 보고 있는데 상세내용은 끊겼다. 충허우는 사형당하고 그의 만행은 역사에서 잊혔다고 한다... 그래선지 이리 사건이나 이리 조약은 외교사 시간에 들어봤어도 리바디아 조약은 처음.

이건..  이리조약의 이리가 미국 이리 호라고 우기는 글이다... ㅉㅉ... 에구.. 안타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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