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디지털 둔황 홈페이지 (강추) + 랭던 워너 본문
친구가 오랜만에 이메일을 보내줬다. 둔황 막고굴을 3D 재구해놓은 사이트가 있다고 좋아할 거라며.
http://www.e-dunhuang.com/index.htm
들어가봤더니 와 진짜 이건 제대로다. 막고굴 각 감실을 360도로 구경할 수 있음. 초고해상도 출력은 덤.
요건 249번 굴에 있는 벽화. 왠지 무용총이 생각나서 + 궁수 이미지를 좋아해서 가져왔다. 활 쏘는 건 굉장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정신 활동이면서도 신체적인 자세는 팽팽하고 역동적이다. 이런 모순적인 이중성을 좋아한다.
중국 불교 벽화에서 사용하는 저 파스텔톤 조합을 아주 좋아한다. 교환학생으로 베이징에 있을 당시에 삼촌 가족도 베이징에 사셨는데, 대동 운강석굴이 기차로 가깝다면서 갔다 오라고 추천해 주셨다. 수업 째고 우연히 가봤다가 마음에 들어서 그 겨울에 낙양 용문석굴, 천수 맥적산석굴, 둔황 막고굴까지 차례대로 다 갔다. 이렇게 4대 석굴을 다 봤지만 5대 석굴을 꼽자면 추가되는 병령사 석굴에는 못 가봤다. 겨울방학 때 신장, 간쑤 지역을 쭉 돌면서 병령사 석굴 근처 지방에는 갔지만, 여름철이 아니면 접근이 쉽지 않다고 해서 다음 번으로 미뤘다. 취직하고 보니까 가볼 엄두를 못 내겠다. 중국 깊숙한 내륙이라 비행기 연결도 뭣하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엄청 찾아들어가야 되는 지방이다. 언젠가 퇴사의 꿈★을 이루면 공백기 동안에 꼭 신장과 간쑤에 다시 가볼 것이다. ㅋㅋㅋ
막고굴이 바로 땡중 왕원록 도사가 살던 곳이다. 오렐 스타인, 폴 펠리오, 랭던 워너 등등 서양 학자들이 왕 도사를 구워삶아서 문화재를 많이 반출해 갔다. 이후로 중국은 엄청 방어적인 태도가 돼서 자국 문화재를 꽁꽁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그래서 막고굴에선 사진도 금지돼 있고, 여러 감실을 자유롭게 돌아볼 수도 없다. 한 번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가이드가 꼭 따라붙고, 가이드가 데려가는 서너 개였던가 네다섯 개 정도의 감실만 구경할 수 있다. 내가 간 건 벌써 5년 전의 일이라 몇 번 굴에 들어갔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2016/07/15 - [중점추진사업/유라시아사] - 헝가리 태생 영국 고고학자 오렐 스타인
2016/09/04 - [중점추진사업/유라시아사] - 런던 영국도서관 방문기
2016/10/14 - [중점추진사업/유라시아사] - 파리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 (1) 폴 펠리오
펠리오가 왕오천축국전을 꺼낸 장경동이 있는 그 굴, 거긴 분명 갔었다. 가이드가 서양인 약탈자들 얘기를 하면서 랭던 워너를 언급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이 말을 해서 확실히 기억난다.
랭던 워너가 우리 증조 할아버지예요.
ㅋㅋㅋ 얘 진짜 랭던 워너 증손자임. 이 디지털 둔황 링크 보내준 것도 그 친구.
랭던 워너는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하고 교편을 잡았던 미국인 미술사학자다. 랭던 워너 이야긴 아직 쓴 적 없는데 친구 증조할아버지니까 빼놓을 수 없지. 워너는 글을 아주 잘 썼는데 그의 책은 한국에는 출판된 적도 없고, 미국에서도 최신 판본으로는 나오지 않았다. 친구가 스캔해서 보내도 주고 제본도 하나 떠놔서 두 권쯤 갖고 있는데 아직 못 읽어봤음. 이외에 얘가 틈틈이 보내준 exclusive 자료 아직 확인도 못해본 게 너무 많음 ㅋㅋㅋㅋ 그래서 무려 친구 증조할아버진데 오늘 처음 언급한다. 자세한 얘기는 언젠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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