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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화권

다큐 第三极와 티베트 친구들 이야기

bravebird 2017. 6. 6. 12:04


어제 야근 후 베르님이 추천해주신 第三极 1편을 봤습니다. 티베트 관련 cctv 자연다큐인데 6부작으로 되어있어 장기간의 눈호강이 예약되어 있지요. 보면서 내내 와, 이건 말도 안된다, 쩐다 진짜, 허, 하면서 입 벌리고 봤습니다. 본 적도 없는 굉장한 경관이 펼쳐져요... 

마침 어제는 QQ도 오랜만에 다운받았습니다. 싸이월드 비슷한 개인공간이 있는데 거기다가 다들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요? 하고 남기니 샤허에서 형 결혼식 초대해줬던 친구가 연락하더군요. 5년 만의 연락입니다. 그동안 시짱 낙추 지구에서 공무원이 됐습니다. 일한 지 벌써 2년 됐다고 하네요. 지도에 찍어보니 정말 멀고 낯선 곳이었습니다. 낙추 지구 선자 현. 안 그래도 여행사 상품을 통해 퍼밋을 받고 가이드를 대동해서 다녀야 하는 시짱인데 메인 여행 루트도 아닌 곳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갈 수가 없는 곳이에요. 못 만나요 ㅋㅋ 지금 선자에서 사파리 지구를 개발 중이라고 하니 곧 관광지로 자리잡을지도 모르지만요. 그런데 그 외딴 선자 현이 어제 본 다큐에도 나오더군요! 동영상 20분 10초대에서 선자 부분이 시작됩니다. 


해발 4750m의 위엄... 그래서 저 친구 연차 휴가는 무려 75일입니다. 한꺼번에 다 쓴다고 하네요. 극단적인 해발고도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렇게 일회성 휴가가 길다고 합니다. 9월쯤에 샤허에 돌아가서 휴가를 보낼 거라고 합니다. 이거 너무 신박해서 또다른 티베트 공무원 친구한테 연락해 봤는데요. 걔는 고도가 좀 낮은 간난 장족자치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 없다네요. 걍 얄짤없이 2주. 고원지대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급여도 더 좋답니다. 연가 75일.. 이거 거의 교사 방학급 아닌가요; ㅋㅋㅋ 

그때 가족 친척들을 다 만나뵙고 인사 드렸었기 때문에 안부를 죽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고향인 샤허로 돌아가 계시고 형은 여전히 낙추에서 사업 중, 남동생은 낙추 다른 동네에서 공무원으로 일한다고 하더군요. 와 이거 진짜 잘된 거예요. 티베트는 아직 많이 낙후되어 있어서 거의 소규모 가족 기업 위주예요. 교사나 공무원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워낙 중국 자체가 한국이랑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공직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동생은 자주 만나냐고, 어느 동네냐고 물어보고 또 지도에 찍어봤더니 차로 한 20시간 떨어져 있음;; 이거 뭐 형제끼리도 못 만나네요 ㅋㅋㅋ

아버지는? 하고 물어보니까...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ㅠㅠ 얘가 몇 년 전에 방명록에다가 아버지가 병이 나시고 형도 아파서 심난하고 잠이 안 온다, 보고 싶다, 하는 글을 남겨 놨던데 답장을 못하고 그냥 지나갔는데요. 그만큼 심각한 상태이신 줄 몰랐던 거죠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때 결혼하신 형님은 첫째딸을 키워놓고 올해 초에 둘째딸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니 딸이 둘다 아빠를 닮았어요. 둘다 샤허에서 할머니가 돌봐주고 계신답니다. 아마 형님 내외는 열심히 사업에 매진 중이신가 봐요. QQ에서 저한테 랜덤으로 말을 걸었던 그 샤허 친구는 지금 거기서 선생님이 돼서 작년에 결혼도 했답니다. 제가 직접 만났을 때는 졸업하고 교사 일자리가 없어서 소일거리 중이었는데 정말 잘됐어요. 

신기하게도 제 소수민족 친구들 대다수는 교사나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이틀 간의 우루무치행 입석열차에서 만난 위구르족 대학생들도, 학교에서 만났던 티베트 친구들도 거의 공무원이 됐고요. 5년이 흐르는 동안 다들 졸업하고 자리를 잡아 있는 게 장하고 대견합니다.

좋은 다큐멘터리를 소개해주어 친구 사는 멀고먼, 가볼 수도 없는 동네를 구경하게 해준 베르님께 감사합니다~ 남은 부작도 이어서 계속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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