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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니코마코스 윤리학 - 자부심이 강한 사람의 특징

bravebird 2020. 3. 23. 22:47

옛날부터 익히 들은 책이라 한번 읽어봤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철학이나 윤리 자체에 대해서 논하는 데는 전혀 관심 없고, 오직 아전인수격으로 내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나 가져와서 몇 마디 덧붙이련다. 좀 길다. 출처는 천병희 역 2018년 개정판 니코마코스 윤리학입니다. 

 

 

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일이 많지 않기에 하찮은 일에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큰일을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쓴다. 그리고 그가 위험을 무릅쓸 때는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목숨을 구하는 것을 가치 있는 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시혜자가 되기를 좋아하고 수혜자가 되기를 부끄럽게 여긴다. (p.151)

 

모든 장인은 작품이 태어나면 작품이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한다. 시인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시인들은 자기 시를 지나치게 좋아하여 친자식인 양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혜자의 처지와도 비슷하다. 혜택을 받은 것은 그들의 작품이고, 그래서 그들은 작품이 제작자인 그들을 사랑하는 것 이상으로 작품을 사랑하니 말이다.

 

그 이유는 존재는 누구에게나 바람직하고 사랑받을 만한 것인데, 우리는 활동함으로써(즉 살아서 행위함으로써)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 제작자는 어떤 의미에서 작품 활동을 통해 존재한다. 그래서 제작자는 자기 존재를 사랑하기에 자기 작품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다. 제작자의 잠재된 가능성을 작품이 현실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즐거운 것은 현재의 활동이요, 미래의 희망이요, 이룬 것에 대한 기억이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활동에 따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것은 가장 사랑받을 만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제작자에게 그의 작품은 남지만(고매한 것은 오래가니까), 수혜자에게 유용성은 일시적이다.

 

또한 사랑하는 것은 일종의 능동적 경험이고, 사랑받는 것은 수동적 경험인 것 같다. 따라서 사랑과 우애는 행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속성이다. 또한 사람들은 누구나 노력해서 얻은 것을 더 좋아한다. 예컨대 자수성가한 사람이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보다 돈을 더 좋아한다. 또한 남한테서 혜택을 받는 데는 노력이 필요 없지만, 남에게 혜택을 베푸는 것은 힘든 일이다. (pp.350-352)

 

 

위의 인용 부분들은 나의 평소 지론 및 최근에 계속 써대던 글들의 요지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 고백하는 사람이 갑이다.

- 평생 정복이 불가능한 러시아어와 중국어이지만 상관없다. 계속 덤비는 것 자체가 목표다. 

- 최종 결과는 운이 결정하지만 태도와 행동은 내가 정한다. 그걸로 얻는 경험만은 온전한 내 소유다. 

- 품위란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계획된 행동을 실행하는 것이다. 영웅은 결과가 아닌 행동으로 평가받았다. 

- 어디서 싹이 자랄지 모르지만 계속 씨앗을 뿌려본다.

- 1이 나올지 6이 나올지 모르지만 계속 주사위를 던진다.

 

 

나는 자부심이라고 해야 될지 오기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게 엄청 강한 사람이다.

지기 싫어하고, 동정이나 위로받기는 더 싫어하고, 받기보단 주는 쪽이 우월하다고 항상 생각했다.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훨훨 줘버리고도 아직 더 줄 것이 남은 사람,

내 선택에 위험이 따를 수 있는 것을 알지만 최대한 준비하고 도전해서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사람,

7년째 매일 매일 러시아어에 패배하지만 지치지 않고 평생 덤빌 수 있는 사람,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

나무 그루터기 앞에서 토끼를 기다리기보단 토끼를 잡으러 사냥 나가는 사람,

불평만 하면서 세상이 날 위해 바뀌어주길 기대하기보다 원하는 걸 위해 움직여가는 사람,

그게 내가 되어가야 할 모습이 아닐까!?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을 그냥, 하자.

러시아어 중국어 계속하자. 지금과는 다른 수준이 되고 싶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올해 하루도 못 쉬어서 휴가가 너무 쓰고 싶지만.... 이왕 하는 일 제대로 하자.

그리고 쉴 때는 아주 보란 듯이 모험을 떠나서, 러시아어만 쓰면서도 하고 싶은 것 다 해야지. 

 

 

10년도 더 전에 읽은 곰브로비치 소설 <페르디두르케>에서 지금까지도 절대 잊지 못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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