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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설계 - 운 좋은 사람 특징, 길 잃는 것의 이점

bravebird 2021. 2. 8. 03:25

 

책은 그렇게 막 재밌지는 않음 ㅎㅎㅎ

1. 운 좋은 사람 특징

운이 좋다는 사람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삶을 편안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등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삶에서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도 운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과 직감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 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미래가 행운으로 가득하리라고 확신한다. 이런 기대감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된다. 이런 기대감 덕분에 운이 좋다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운이 좋은 사람들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특히나 뛰어나다. 그리고 불행이 닥쳤을 때도 이들은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통제하거나 하면서 거기에 대처한다. (p.93)


나는 평소에 운 좋다 다행이다 하는 말을 자주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믿는다. 운 나쁘다고 하고 다녀서 이득 될 것 없기 때문에 운 좋다고 자기 암시하는 게 크다. 근데 실제로도 이만하면 운이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단 앞날은 전혀 모르겠다. 죽고 나야 내 인생 전반이 진짜 행복하고 운 좋았는지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행운으로 가득하리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요태까지도 그래와꼬 아패로도 개쏙 좓같은 일들은 종종 벌어지겠지. 하지만 불운이 닥치더라도 (1) 그 와중에 내가 당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행동을 할 수 있고, (2) 뒤집어 생각해서 그 상황의 이점을 이용할 줄도 알며, (3) 나쁜 시절이 영원할 수는 없다는 세 가지 믿음은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물론 나쁜 시절 버티는 동안 거지 깽깽이 같다고 욕도 꽤 한다.   

매사 낙관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최악의 상황을 미리 떠올리고 대비하려는 쪽이다.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준비가 됐다 혹은 감수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주사위를 던질 생각이 난다. 그러다 보니 바로바로 민첩하게 행동하는 편은 못 되는 것 같다. 일할 때 특히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은 정답이나 선례가 없기 때문에 가볍게 많은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좀더 민첩해질 수 있길.



2. 길을 잃어보는 것도 좋다

부디 우리의 삶에서 모든 불확실성을 근절하려 들지 말자. GPS에서 책 추천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술이 등장해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정확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행복은 운에 맡기고 무언가 도전해보는 데서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p.290)

19세기 중반에는 프랑스 혁명으로 초래된 질서가 플라뇌르(flaneur), 즉 '한가롭게 거닐기'라는 문화현상을 즐기는 사람들을 낳았다. 파리의 플라뇌르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도시의 삶 속에서도 아무런 목적 없이 즐겁게 방황하는 산책을 사람들에게 장려했다. 그리고 한 세기 후, 도시계획가들이 도시를 엄격한 격자 패턴으로 만들고 지도가 보편화되면서 도시들은 훨씬 더 예측 가능한 곳이 됐다. 그러자 예술가와 사회활동가들은 다시 한번 질서정연한 실용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이번에는 그 지도를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데 사용한 것이다. (pp.291-292)

1990년대에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인터넷은 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낯선 이들과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사용했다. 정상적으로는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인터넷은 꽤 훌륭한 '행운의 발견 엔진(serendipity engine)'이었던 셈이다. (p.292)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음악을 듣는데 CD로 듣던 시절보다 오히려 음악 듣는 폭이 훨씬 좁아졌다. 수록곡 한두 개만 알면서 만 몇천원 짜리 CD를 사는 것은 상당히 모험이지만, 일단 사서 다른 일 하는 중에 틀어놓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게 되고 그 중간에 숨은 명곡을 알게 된다. 유튜브로 들으면 절대 앨범 하나를 통째로 못 듣는다. 중간에 꼭 다른 곡으로 점프를 뛰게 되는데 그 곡은 알고리즘이 추천했거나 내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자동 생성된 리스트 속 노래라서 ㄹㅇ 그놈이 그놈이다.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을 한번씩 일부러 간다. 인터넷 서점에서 독수리 쇼핑하고 끝내도 되지만, 생각지도 못한 재밌는 책을 새로 발견하는 것은 주로 수많은 책이 한꺼번에 진열돼 있는 서가를 목적 없이 어슬렁거릴 때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책을 구입한 다른 사람이 산 책, 내가 이미 카트에 넣어놓은 책 위주로만 노출이 된다. 그놈이 그놈이다. 

크레마 같은 한국 이북 리더를 사고 싶지만 안 사고 참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킨들을 써보면서 느꼈는데 이북이 짐을 줄여주지만 책 전체를 별 생각없이 설렁설렁 넘겨볼 수가 없는 매체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놓친 재밌는 부분을 새로 발견하는 게 어렵다. 읽고 밑줄 표시해놓았던 부분, 페이지 표시해놓았던 부분만 계속 다시 보게 된다. 역시 그놈이 그놈이다. 

나는 여행할 때 큰 목적이나 주요 계획을 물론 갖고 가는데, 아무렇게나 보내는 한가로운 시간을 꼭 확보하려고 한다. 시간이나 계획에 쫓기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거나, 우연히 말을 나누게 된 사람과 좀더 이야기해보거나, 게으르게 강가에 앉아있거나 할 시간을 꼭 만든다. 내 여행담의 제일 재밌는 부분은 애초에 계획한 것을 정확히 달성한 일보다는, 삼천포에 빠져서 빈둥거리던 시간에 있었던 일들이다.

MBTI J/P로 따지면 천성적으로는 J 쪽인 것 같은데(목적지향, 계획적), P와 같은 행동을(유유자적, 융통성) 포트폴리오에 섞어 넣을 수 있게 됐을 때 신세계가 열리고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계기가 된 것은 계획대로 안 되고 망한 경험들이다. 홍콩 대학원이 떨어지고 회사를 가게 되었다든지, 뉴델리에서 다람살라 가는 비행기가 운무로 취소됐다든지, 승마 가는 중에 차가 막혀서 제시간에 도착 못한다든지, 주식 입문하자마자 코로나 크리로 30% 곤두박질치고 시작한다든지 등등 애초의 계획이 망해야 시야가 (강제로) 트이면서 뭔가 새로운 옵션이 보였고 이 거지같은 상황도 또 그 나름대로 기회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다.

계획이 망해서 삼천포에 몇 번 빠져보니 이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에서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로 꽤 많이 바뀌었다. 또 이게 좋기만 한 건 아닌 게, 이건 꼭 이래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이 옅어지면 실수가 많아지는 것 같다 ㅋㅋㅋ spontaneity와 discipline은 둘다 중요하다. disciplined spontaneity. spontaneous discipline. 




이거 교양과학서인데 사실 너무 과학스러운 부분은 별로 재미가 없어서 휙휙 넘겨 읽었음 ㅎㅎ 


www.youtube.com/watch?v=5NV6Rdv1a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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