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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분노의 대상인 줄 알았던 것에 대한 이야기

bravebird 2022. 9. 2. 18:32

그전까지 난 분노의 대상이 무척 분명한 줄 알았다. 
 
근데 그다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나의 sworn enemy를 마주쳤다. ㅅㅂ 근데 아무렇지도 않았음 ㅋㅋㅋㅋㅋㅋ 왜 대체 왜? 
 
그 enemy는 바로 나를 무척 힘들게 했던 전 팀장인데 우리 회사에 놀러를 왔더라고. 
 
 
 
하여튼 2019년 그 당시 전 팀장은 당시 대표이사한테 무지하게 챌린지를 받아서 본인도 위태로웠고
 
집에서는 아버지가 암에 걸리셔서 자기가 수발을 들고 있었다. 
 
그게 좀 딱하기도 하고 내가 뭐라고 바른소리 해봤자 먹히지도 않을 상태임이 명백했다. 
 
어차피 나는 수습 신분을 면하려면 말 잘 듣고 무조건 배워야 하는 처지였어서
 
감정을 누르고 그냥 참고 버티던 것이 이제서야 밥통이 터져서 몇 달간 김이 새고 있는 것이다.
 
 
 
어제 팀장을 봐도 하나도 화가 안났다.
 
팀장은 작년에 우울증에 걸려서 퇴사를 했었기 때문에 그냥 몸은 괜찮으시냐고 물어봤다. 
 
사실 내가 팀장새끼 이 미친년! 불구대천의 원수! 이럴 수 있는 사람이면 차라리 일이 쉽다. 
 
근데 그렇게 단세포는 아니라서 그게 문제임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눌러놓은 밥통은 김이 새지, 해결은 하고 싶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나 자신이므로
 
자꾸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니 스스로 괴롭기가 쉬운 거였음 ㅋㅋ
 
 

 
 
자꾸 사람들이 나보고 스스로 엄격하다고 하니까 
 
좋은 방향으로도 생각해 봐야겠다. 
 
생각해 보니 난 벼랑 끝에서도 적의 안녕을 함께 바랐던 대승심의 소유자이다!!!!!
 
ㅈㄴ 운도 좋음!!! 미친 상사 밑에 살아남아서 할일 다 하고 안전하게 팀도 옮겼어!!! 
 
미친 상사 일찍 만난 덕분에 작정하고 노후 대비도 시작했고
 
주식 폭락하기 전에 대부분 다 실물로 바꿔놨다!!!
 
원수조차 은인으로 위기조차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군!!! 
 
 
 
써놓고 보니 이런 것도 결국은 사회적인 성취에 대한 칭찬이다.
 
테라피스트들이 말하는 '내가 나 자신을 수용한다는 것'은 대체 뭘까? 
 
모든 사회적인 연결망을 떠난 자신이라는 실체가 애초에 존재하는지 그 자체가 의문이긴 하다.
 
하여튼 이런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다 나의 일부분이고 중요하다. 
 
 

 
사회적인 것들은 나에게 이런 의미. 
 
지위나 돈이나 명예 같은 것들은 내 활동에 따를 수도 있는 부산물.
 
돈은 좀 중요함. 그것은 자유의 수단.  
 
그래도 마지막에 진짜 남을 것들은 아마도 그냥 경험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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