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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만주족의 청제국》은 신청사(New Qing History) 분야의 대표적인 저작이다. 청조사 딱 펴면 제일 처음 나오는 개념이 팔기제라 수업 들으면 시험에도 지겹게 나왔지만 팔기 기인들 생활이 실제 어땠는지, 만주족 정체성이랑 왜 그렇게 밀접하다고 하는지는 몰라서 한번 읽어봤다. 저자 마크 엘리엇은 청조의 근간이었던 팔기제도(八旗制度)를 분석하여 만주족이 한족에 동화되었다는 한화이론에 도전한다. 또한 대청제국의 중국 지배에 있어 팔기제를 바탕으로 한 만주족 정체성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음을 강조한다. 신청사 연구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1. 청조 내내 한인과 만주족 간에는 차별성이 유지됐다. 후기로 갈수록 만주족은 문화 변용을 겪기는 했으나 중국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는 않았다. 2. 민족성에 대한 ..
홍타이지의 부인이자 순치제의 어머니, 강희제의 할머니인 효장태후(孝庄太后)는 중국사상 대표적인 여성 정치가이다. 지혜와 강단을 겸비한 여걸로, 자신이 직접 권력을 휘두르는 유혹에 빠지지 않고 황제 셋을 성실히 보필하여 신생 청조의 기틀을 다졌다. 본명은 보얼지지터 부무부타이(博尔济吉特·布木布泰)로 호르친 몽골 부족(科尔沁部) 태생이다. 호르친 부는 청조 초기부터 결혼 동맹을 통해 아이신 기오로 가문에 적극 협력했으며 북방 수비 역할을 담당했다. 효장태후(孝庄太后) 내몽골 자치구 초원 분포 - 호르친 초원의 위치 17세기 초 명말 시기의 후금과 호르친 부 위치. 오른쪽 아래 지도는 명 초기의 여진족 각부 분포. 헤이룽장강 근처 가장 추운 지역이 야인여진, 그 아래가 해서여진, 그 아래가 건주여진으로, 청조..
이번에 토르구트 귀순비 드디어 목격!! 캬!! 2017. 9. 20. 수. 딱 1주일 됐다. 토르구트 이야기는 이전 글에서 꽤 자주 다뤘다. 토르구트는 오이라트(서몽골) 연맹을 이루던 한 부족이다. 강희제가 네르친스크 조약 및 3차례의 친정을 통해 정복하려 했고 십전노인 건륭제가 끝내 복속시킨 준가르가 오이라트 부족 중 제일 잘 알려져 있다. 나머지가 호쇼트, 데르베트, 토르구트다.오이라트는 신장의 준가르 분지를 중심으로 중국 서북부에 살았다. 티베트 불교를 믿고 티베트 내정과도 많이 얽혀 있었는데 특히 칭하이 성의 코코노르(칭하이 호) 주변에 살던 호쇼트가 그렇다. 호쇼트의 라짱 칸과 제5, 6대 달라이 라마, 제5대 달라이 라마의 섭정 상게 갸초, 그리고 강희제에 얽힌 이야기가 특히 어마어마하게 재밌..
아편전쟁 이후 체결된 난징조약(1842)으로 동아시아의 전통적 조공체제는 막을 내리고 청은 근대 조약체제에 편입되었다. 그런데 청은 이전에 이미 러시아와 호혜·평등을 원칙으로 하는 네르친스크 조약(1689)과 캬흐타 조약(1727)을 맺은 적이 있다. 강희 연간의 네르친스크 조약은 헤이룽장 국경을 확정하고 현지 주민의 관할권을 정리하는 내용이었다. 옹정 연간의 캬흐타 조약은 러시아인들이 베이징 외에 캬흐타 등지에서도 국경무역에 종사할 수 있도록 했고, 베이징에 러시아 정교회 교당 건설을 허용했으며 할하(외몽골)와 시베리아 간 국경을 확정하는 내용이었다. 청은 왜 조공·책봉 체제의 전통에서 한참 벗어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러시아와 대등한 입장에서 조약을 체결했을까? 바로 준가르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오이..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옹정제》는 2009년에 처음 읽고 손이 덜덜 떨렸던 대작이다. 요즘 들어 계속 읽고 싶길래 어제 결혼식 끝나고 시간 때우러 서점 갔다가 드디어 구입을 했다. 마침 결혼식 식사 자리에서 계속 드립 주고받은 친한 학교 선배가 신입생 시절에 추천해줘서 알게 된 역사가의 저서기도 하다 ㅋㅋㅋ 옹정제 때문에 한순간에 청조사에 빠져버렸고 지금도 중국사 다 재밌지만 그 중 청조사를 제일로 꼽는다 ㅋㅋㅋ 진리임 진짜 ㅋㅋㅋ 준가르에 티베트에 신장에 회족반란에 홍콩에 타이완에 화교에... 그냥 다 청조사 테두리 안에 있음! 옹정제는 청대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강희제와 건륭제 사이에서 13년 동안 통치했던 황제다. 강희제의 넷째 아들이자 건륭제의 아버지다. 강희제가 아주 어린 나이에 즉위해서 오랫동안 ..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전기 The Dream of Lhasa: The Life of Nikolay Przhevalsky를 읽고 있다. 왜 번역본 없냐고, 내가 번역해도 되냐고 그랬던 바로 그 책을 킨들 덕분에 읽고 있다. (2015/11/14 - [중점추진사업/유라시아사] -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흔적) 좋은 세상이다. 근데 어려워서 번역은 도저히 못하겠엌ㅋㅋㅋㅋㅋ 읽기도 벅참ㅋㅋㅋㅋㅋ 어느덧 챕터 7에 다다라 프르제발스키의 라싸 탐험이 티베트 측의 반대로 좌초된 후의 내용을 읽고 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러시아에도 황제 암살이라는 큰 난리가 났는데, 이 상황과 청-러시아 국경분쟁의 중요 페이지가 맞물려 들어가기에 기록을 해 놓으려고 한다. 알렉산드르 2세의 암살을 여러 차례..
러시아 연방 소속의 칼미키아 공화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가끔 국제토픽에 나오고는 해요. 이곳 공화국 수반이 체스 매니아이자 국제 체스연맹 대표로 유명하답니다. 그래서 수도 엘리스타에는 체스에 관한 상징물이 많아요. 학교 수업 시간에도 체스를 배울 정도이지요. 그렇지만 칼미키아는 무엇보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불교, 그 중에서도 티베트 불교를 믿는 독특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에서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칼미키아인은 서몽골 오이라트에 속합니다. 스스로를 오이라트인이라고 칭해요. 몽골도 여러 부족이 있는데 그 중 서쪽 사람들인 셈이에요. 현재의 몽골 공화국과 중국의 내몽고 자치구는 동몽골에 속했습니다. 이 동몽골을 할하 몽골이라 하고, 이것이 할하와 차하르로 나뉘어졌어요. 현재 외몽골이 주로 할하부, ..
청나라 건륭제 남방 순행을 엄청난 폭의 두루마기에 그려서 기록한 시리즈물. 사람들 제일 바글바글한 시장통 부분만 찍어 왔다. 드디어 처음 가본 베이징 중국국가박물관에서 기념으로 찍은 것. 유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함과 담백함 덕분에 이렇게 소상한 생활상을 다 볼 수 있다. 두 번째 사진은 약간 기울어져 있어 아쉽지만 둘러앉아 술 한잔 걸치고 있는 아저씨들이 정겨워서 담아보았다.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모스크바에 남겨놓았지만 아무래도 카메라를 잃어버린 채 다음 날 출국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영 찜찜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왔더니 뜻밖에도 룸메이트들이 카메라를 찾아 놓았다! 사진도 그대로 다 남아 있어서 기마상 사진들을 고스란히 다 보전할 수 있었다.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오후 느즈막히 나와 트레차코프 갤러리 본관으로 갔다. 이곳에서 사진촬영용 표를 안 사고서 바부쉬카들 딴 데 쳐다보는 틈을 타 사진을 찍는 얌체짓을 좀 하였다. 날 이곳까지 오게 한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쉬킨 등등 초상화 앞에서는 같이 사진 찍기도 하고. 저번 여름에 갔을 때는 사진 같은 건 생각조차 않았는데 두 번째는 한번 다 봤다는 여유도 있고 욕심도 나서 많이 찍었다. 역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