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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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2019년 12월 인도

bravebird 2022. 12. 11. 01:36

 



인도인도 하고 정작 갔다와서는 흔적을 거의 남기지도 않았구만.

인도 간다고 사서 가져갔던 디지털 카메라에 들어있는 사진. 핸드폰 사진이 훨씬 더 풍부하지만 다운로드 귀찮아요.

뉴델리, 다람살라, 나가르, 심라, 아그라다. 2주간이었고 인도 북서부 히마찰 프라데시 주에서 절반 넘는 시간을 보냈다. 가는 곳마다 한국 사람이든 인도 사람이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혼자였던 적이 없었고 대부분 아직까지 연락하고 지낸다. 이번 콜카타에서도, 2월에 가기로 거의 95% 정해진 뭄바이에서도 이때 만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당시 여행지 결정은 어떻게 했냐면, 2014년 여름 모스크바 여행 중에 니콜라이 고골 박물관에서 러시아인 산스크리트어 학자 알렉산더와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겨울에 모스크바를 또 갔는데 그때 또 같이 박물관 투어를 다녔다. 그리고 지금까지 9년째 이메일로 연락을 하고 가끔 통화도 하고 자료도 주고받고 그런다. 이 분은 굉장히 박식하고 사려깊은 분이어서 저번에도 이번에도 인도 여행을 전폭적으로 도와주셨다. 모르는 것이 없다.

이 분은 2014년 당시 모스크바에 있는 니콜라이 레릭 센터에서 일하고 계셨었다. 거기 방문했다가 처음 본 레릭의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결국 레릭이 실제로 살았던 히마찰 프라데시의 나가르에도 언젠간 가기로 마음을 먹고 있다가 실천한 것임. 이 당시 알렉산더는 모스크바에서 나가르로 이주해서 나가르의 레릭 저택에서 일하다가 저 멀리 오로빌로 이사를 가셔서 아직 인도에서 다시 만나진 못했다.

니콜라이 레릭의 Guru Guri Dhar, 몇 년째 핸드폰 배경화면


하여튼 니콜라이 레릭 때문에 나가르에 가는 김에 같은 히마찰 프라데시 영내의 달라이 라마 망명지인 다람살라, 영국 식민통치기 여름 수도였던 심라를 연계시킨 것이다. 뉴델리 인아웃이어서 뉴델리와 인근 아그라에서는 무굴 제국 유적지들을 보았고. 대체 인도를 왜 가냐는 얘기를 많이들 하는데, 사실 이런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한비야나 빠니보틀 보고 꽂혀서 굳이 인도를 가서 죽음을 자초하려는 것이 아니고, 내가 보고 싶은 무언가가 하필 거기에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이런 얘길 구구절절 할 수는 없죠? 예.. 이젠 말없이 그냥 갈게요 ㅋㅋㅋ

물론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좋았지만 나가르에서 언덕 꼭대기에 있는 동네 힌두 사원에 올라갔다가 식사도 얻어먹고(손으로 식사) 그곳 브라만의 가족들과 한나절 놀고 나서 너무 아쉽게 그날 밤 버스를 타고 심라로 이동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동네 모든 사람들이 알렉산더를 알았다. 알렉산더가 아는 집으로 숙소도 정하고, 알렉산더의 친구에게 버스표 구입하는 데 도움도 받고, 사원에 올라가서도 알렉산더 얘기를 하니까 가족 전체가 다들 알고 있었다.

이곳 사원의 결혼 안한 딸은 매우 쿨하고 재밌으며 레릭 박물관에서 일하다가 전직을 해서 요가 선생님이다. 이 집에는 러시아 여자분이 장기 하숙하고 있으며, 이들은 사원 바로 옆에 요가원을 운영한다. 나중에 가서 요가하며 며칠 지내다 오고 싶다. 이번에 인도 간다고 연락해봤는데 고카르나에 일하러 갔다가 2월 중순 이후에 집에 가니까 놀러오라고 해가지고 정말 진지하게 고려했었다. 그 후에 심라에서 만난 뉴델리 커플에게도 연락했다가, 2월에 뭄바이와 아우랑가바드를 가기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ㅋㅋㅋ

하여튼 이 여행을 생각하면 밖은 적당히 늦가을 날씨였는디 잘 때마다 추워 디질 뻔했던 PTSD는 재발한다. (또 그 고생을 하려고 비슷한 히말라야 인근 주로 돌아간다는 게 참.... ㅋㅋㅋ) 그래도 2019년 12월에 인도에서 만난 거의 모든 사람이 다 정답고 그립다. 이번엔 칸첸중가에 가까운 반대편 히말라야인 시킴을 가지만 가까운 미래에 순전히 그들을 다시 만나러 히마찰 프라데시에 돌아가고 싶다. 새우잠을 잤어도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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