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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인도여행 열받는 점

bravebird 2023. 2. 24. 15:37

내가 인도 네 번 갈 동안 배탈이 안 나본 특이체질이고, 딴 여행지가 아니라 인도를 가야 하는 동기와 의지도 확실하고, 갈때마다 예상에도 없었던 재밌는 일도 많았으며 운좋아서 좋은 사람만 만나다 보니 재밌게 놀러다닌 즐거운 얘기만 썼다. 

 

인도 열받는 점을 처음 한번 써본다. 이건 어떤 여행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공통 사항이었으나 그동안 리워드가 더 컸기 때문에 감수해온 사항이었다. 

 

 

인도여행 개 열받는 점

 



1. 길 건너다 죽을 수 있음

교통신호가 거의 아무 의미가 없다. 분명 초록불에 길을 건너는데도 버스나 오토바이나 자전거나 할 것 없이 내 배꼽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든다. 또 자동차끼리 경적으로 쉴새없이 의사소통한다. 경적이 시도때도 없이 미친 듯이 울려서 시끄러워서 못살겠다. 하여튼 진짜 길 건너다가 뒤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 어느 날은 콜카타에서 칼리지 스트리트 인근을 1시간 넘게 쭉 걸어서 파크 스트리트 쪽의 숙소로 돌아오다가 너무 더럽고 시끄럽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을 여러 번 넘긴 나머지 스트레스를 받아서 길가에 서서 혼자 욕을 한 적이 있다. 그것도 도저히 길 건널 타이밍을 못잡겠어서 한참 동안이나 서있다가 경적 소리에 정신이 혼란해져서 그렇게 된 것임ㅋㅋㅋㅋ 그러니까 아주머니 한 사람이 굉장히 걱정스러운 눈길로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셔서 좀 무안했음. 나는 길이 저 지경인데도 화를 내지 않는 인도 사람들이 너무 대단함. 진짜 화가 없는 민족인 거 같다.


2. 뭐든 현금박치기

아직 카드결제를 잘 받지 않는다. 특히 숙소비용이 가장 큰 지출인데 숙소만 가면 맨날 예외가 없이 카드 기계가 고장났다면서 현금을 내라고 한다. 카드가 되는 곳도 막상 결제를 해보면 인터내셔널 카드는 안 된다는 곳이 많다. 내가 이번 뭄바이에서는 진짜 어이없는 경우를 겪었는데, 미리 더블체크까지 하고 간 예약을 디나이할 정도로 기본이 안되었으며 아고다에 직접 전화해서 알아서 하라면서 내 여권을 던진 숙소가 있었다. 거기서 결국에는 예약이 확인이 되었고 "너네 세금 빼돌릴려고 카드 안받는 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고 묻고 나도 현찰 던졌음 시바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뭄바이는 숙소가 원체 비싸서 아무리 안 좋은 숙소도 2박에 10만원 정도는 기본인 것 같은데 이걸 갑자기 루피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하면 어이가 없음. 특히 인도 도착한 첫날 심야에 체크인하는 숙소에서도 현금 내놓으라고 해서 한마디 하고 시작함. 아니 내가 분명히 카드 결제 되냐고 확인받고 나서 예약했는데 이제 와서 딴소리냐고. 

어쨌든 인도 여행을 하려면 한국에는 루피화가 없기 때문에 USD를 가져와서 현지 사설환전소에서 환전해서 써야 하며, 돈 떨어지면 SBI ATM 가서 돈 뽑아서 써야 된다. 그래도 ATM은 대체로 잘 작동해서 큰 문제된 적 없다. 


3. 서비스 종사자들이 은근히 영어를 못 알아듣고 시간관념이 천하태평함

한 번은 숙소를 예약하고 보니까 외국인은 안 받는 숙소라고 함. 그에 대해 아무런 공지나 주의사항이 없었음 ㅋㅋㅋㅋ 근데 이게 취소 불가인 예약임 ㅋㅋㅋㅋㅋ 당연히 무료 취소 요청을 했는데 숙소에서 승인을 해줘야만 부킹닷컴에서도 처리가 가능하다고 함. 근데 이 새기들이 "Your request was acknowledged."라고 대답만 하고 하루 종일 처리를 안해줌 시바. 심지어 현지인에게 부탁을 해서 그 숙소에다가 전화를 해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내 예약을 애초 받은 적이 없다는 둥 아예 상황 이해 자체를 못함. 부킹닷컴 채팅으로 말걸고 구글 채팅으로 말걸고 진짜 갖은 난리를 쳐서 겨우겨우 읽게 만들고 이해시킨 다음에 하루 종일 걸려서 무료취소 승인받음. 이새기들은 급한게 없음. 

 

숙소에다가 현찰로 계산하고 나면 거스름돈이 없다고 하고 하루종일 뻐김. 나 다음날 꼭두새벽에 나가야되는데. 거스름돈 정도는 준비해놓았으면 한다. 그리고 작은 돈이지만 약속은 약속이니까 거스름 처리는 빨리빨리 좀 합시다 제발. 손님 노랭이 만들지말고 제발. 

 

이날 야간버스에서도 에어컨 제발 좀 꺼달라는 말 한 마디를 못알아들었음. 구멍을 틀어막을 수가 없는 에어컨바람 밑에서 삼엽충 체위로 밤새 오그려서 오다가 전신에 근육통 생기고 몸살나서 여행 일정 작살남. 

 

친구 알렉산더에게 불평을 터뜨림
인도에서 아마 20년 넘게 살았을 알렉산더의 대답ㅋㅋㅋㅋㅋ
진짜 천하태평한건 확실함 이새기들 즐기고있음 진짜루. 인자강이다 인자강.

 

4. 숙소에서 선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음

부킹닷컴이나 아고다로 예약하고 나면 선불을 하라고 따로 메시지가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게 싫어서 숙소를 새로 알아본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일단 선불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찜찜하며, 나는 인도 은행 계좌가 없어서 계좌이체 방식으로 요구하면 돈을 보내줄 방법도 없고, 카드 결제인 경우에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냥 선불 요구 안하는 숙소를 다시 찾는 편이 빠르다. 한 번은 호스텔에 묵으려고 선불을 했는데 마스터카드는 안되고 비자카드만 된다고 해서 카드 승인이 났는데도 오류가 난 적이 있음. 안 그래도 3번 경우와 동시에 겪은 일이라서 진짜 지쳐서 제발 선불 좀 없애면 안되겠냐고 강성 피드백 넣음. 


5. 언제나 흙먼지가 날림

숙소나 식당 위생 상태 같은 건 내가 말도 안함. 걍 언제나 패시브로 흙먼지가 날리고 있으며, 어떤 곳의 어떤 구석이든 흙먼지가 이미 쌓여있고, 하루만에 소매나 목덜미가 새까매지는 그 자체가 엄청나게 스트레스임. 그냥 가만 서있기만 해도 마나 소모되는 느낌. 밖에 나가고 싶지가 않은 느낌. 이건 대도시든 시골이든 어디든 예외가 없음. 한국에 돌아오면 모든 모서리가 깨끗하게 빛이 나서 눈이 부실 지경임. 나도 놀러갔으면 옷도 잘 입고 신발도 좋은 거 신고 기분도 내고 싶은데 전혀 그럴 엄두가 나지 않음. 무조건 회사에서 준 티셔츠 쪼가리랑 제일 낡은 운동화 신고 간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만 인도에서 2주를 넘게 있기는 힘들 것 같은 것이, 샤워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되는 그... 옷 자체가 먼지바람에 풍화되는 듯한 그 감각을 2주 넘게 견딜 수는 없을 것 같음. 그냥 이것 때문에 가만 있어도 피곤하고 일단 초저녁에 숙소로 들어오고 나면 다시 절대로 나가지 않게 된다. 너무 씻고 싶어서 해도 지기 전에 일찍 들어오게 되니까 위험할 새가 없음.

 

길도 비포장이 많고 공사중인 데도 많아서 이런 지경인 장소가 많으니까 어디나 흙먼지가 걍 진짜 많음

 

 

6. 버스나 기차 승하차지점 모르겠음

 

버스나 기차 노선이 잘 되어있긴 한데 타지인 입장에서 승차지점을 잘 모르겠음. 진짜 신신당부해서 표 살 때 미리미리 확인해야 된다. 버스 회사 이름, 차량 번호, 내 좌석 번호, 기사 전화번호까지 미리 받아두는 게 좋음. 이번에 한 번은 그렇게 확실히 하고 버스 승차 지점을 미리 가보기까지 했는데도 막상 당일에 한참 더 걸어가야 되는 곳으로 바뀌어 버렸다. 내가 전전긍긍하면서 주변에 묻지 않았으면 진짜 버스 못 탈 뻔 했음. 설상가상으로 버스는 말도 없이 몇십분씩 늦지. 인도 핸드폰 번호 있으면 거기로 문자를 보내준다는데 나는 이번에 한국에서 로밍해갖고 가가지고 주변 인도 사람들에게 계속 물어야 했다.

 

한 번은 그냥 대충 버스 시간만 받고 타러 갔다가 부킹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예약사고 날 뻔 했음 ㅋㅋㅋㅋ 그 날 예약사고가 실제로 나서, 나랑 같은 버스 타기로 되어 있었던 두 가족이 버스를 못 탐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삼엽충 체위로 자는둥 마는둥 하다가 진짜 추워 뒤지겠어서 일어나 보니까 내 윗층 침대에 그 가족들이 이미 와서 인사를 하네 띠용!? 중간에서 어케어케 잡아탔나보다. 하여튼 으메이징 인디아임. 약간 시스템이 미비하니까 개개인의 수완이나 상황대처능력이 정말 좋음. 안되는게 없음. 이 사람들이 직접 말했음. "This is Indi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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