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석굴 방문 기록 본문
저는 실크로드에 대한 관심의 일환으로 중국과 인도의 석굴 사원에 흥미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 때문에 올해 2월 뭄바이를 비롯한 인도 마하라슈트라 여행을 짧게 다녀오면서 최대한 많은 석굴을 보려고 했습니다. 이번에 미처 다 못 본 것이 있기 때문에 또 갈 수도 있어서 후일을 위하여 기록을 남겨 둡니다. 혹시 같은 곳을 방문하게 될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왜냐면 가기 전에 정보가 없어서 좀 막막했거든요. 물론 일단 가서 발부터 떼면 다 답이 나오긴 합니다만 ㅋㅋ
어쨌든 결론은 1주일새 석굴만 9개를 가는 파워 관광을 했었는데 좀 물렸습니다. 만약 석굴의 정수만을 고르고 골라야 한다면 정석대로 아우랑가바드에 가서 1. 아잔타 2. 엘로라 보시기를 가장 추천드립니다. 뭄바이에선 다른 할 것이 매우 많으니 굳이 석굴을 보러 다닐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 뭄바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엘레판타 석굴은 몸살로 못 가봐서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여튼 저는 뭄바이 시내 구경을 최후로 미루고 주로 석굴만 보러 다니다가 귀국 전 마지막 하루 이틀은 몸져누웠었기 때문에 뭄바이는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뭄바이 - 칸헤리 석굴 (Kanheri Caves)
뭄바이 시내의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 내부에 있습니다. 단 공원 입구에서 석굴까지 가려면 따로 드라이버를 고용해야 합니다. 우선 산제이 간디 국립공원으로 가서 입장료를 낸 다음 칸헤리 석굴까지 가는 드라이버를 거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공원 내부이므로 일반 택시는 다니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공원 매표소에서 시작해서 사원을 한 군데 들르고, 칸헤리 석굴을 2시간 동안 보고, 내려오는 길에 동물 보호구역 같은 몇몇 포인트를 간단히 찍고 내려오는 조건으로 1000루피에 드라이버를 고용했습니다.
칸헤리 석굴은 거의 90~100번대까지 있어서 볼 것이 많습니다. 이런 분야에 약간 관심이 있으시다면 일부러 가볼 이유도 충분해 보입니다. 단 벽화는 없고 주로 텅 빈 방이나 부조된 조각상이 많습니다. 여기 경비원 중에는 정말 친절하고 박식하게 이것저것 알려주는 분들도 있지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투어를 시켜주고는 팁 달라는 사람도 있으니까(인도 유적지 직원 특) 너무 좋아하시면 안됩니다. 저도 그런 일이 있었어서 "Did I ask you to show me around?(언제 보여달라고 했나요?)"라고 말하고 거절했습니다.
뭄바이 - 만다페슈워 석굴 (Mandapeshwar Caves)
칸헤리 동굴에서 멀지 않아서 우버에서 오토릭샤를 불러 타고 갔습니다. 이곳은 조그맣고 동네 놀이터 같은 곳으로 훼손이 많이 되어 별다른 입장료도 없습니다. 동네 아저씨가 누워 있고 사람들은 간단한 기도를 드리고 아이들은 뛰놀고 학생들은 모여서 생일 파티를 하고 있었습니다. 굴 자체의 내용이나 임팩트는 거의 없어서 일부러 방문할 이유는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평범한 동네에서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뭄바이 - 마하칼리 석굴 (Mahakali Caves)
만다페슈워 동굴 앞에서 밥을 먹고 나서 우버를 잡아 타고 마하칼리 동굴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도 벽화는 없었고 주로 암반을 깎아 만든 빈 공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굴 수가 꽤 많습니다. 나름 볼거리가 있는 축에 드는지 입장료도 비싸지만 일부러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뭄바이 - 조게슈워리 석굴 (Jogeshwari Caves)
이곳은 동네 사람들이 마실 나오고 향 피우고 기도 드리는 동굴로 훼손이 많이 되었습니다. 별다른 입장료도 없습니다. 굴 자체의 내용물은 별로 없습니다만 규모는 꽤 큽니다. 보존 상태나 위생 상태는 좋지 않지만 인도 사람의 일상적인 종교 공간에 들어온 것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잠시 앉아서 시간 보내다가 왔습니다. 뭄바이에서 다른 볼 것이 많다면 일부러 갈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아우랑가바드 - 엘로라 석굴 (Ellora Caves)
뭄바이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월요일 아침 6시쯤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했기 때문에 엘로라부터 먼저 갔습니다. 아잔타는 월요일에 닫고 엘로라는 화요일에 닫습니다. 둘다 매우 막대한 규모의 유적이라 하루 안에 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하루 하나씩 배분하셔야 합니다. 저는 도착한 당일 아침 대충 씻고 8시 반 정도에 버스정류장으로 나가서 제게 말을 건 툭툭 기사를 이틀간 고용해서 다녀왔습니다.
엘로라 석굴은 아우랑가바드 시내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편입니다. 툭툭으로 편도 이동 시간이 1시간 미만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3~4시간 둘러보면 충분한데 2시간 이상 넘어가면 좀 지칩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우랑제브 황제가 묻혀 있는 묘와 다울타바드 요새를 들를 수 있으니 처음부터 툭툭 기사와 잘 상의한 다음에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요새까지 다 본 후에 아우랑가바드 석굴과 비비 카 마크바라도 다녀왔습니다. 소네리 마할은 문 닫는 날이라 못 가봤어요.
이날 여정은 아래와 같으며 전일정을 함께해주신 툭툭 기사에게는 총 1400루피를 지불했습니다. (2023. 2. 13. 기준)
아우랑가바드 버스스탠드 → 엘로라 석굴 (기사가 입구에서 3시간 대기) → 엘로라 석굴 앞에서 점심 식사 → 아우랑제브 묘 → 다울타바드 요새 → 아우랑가바드 석굴 → 비비 카 마크바라 → 판차키 → 아우랑가바드 버스스탠드
엘로라 석굴에서 굴 번호 초반대는 불교, 중반대는 힌두교, 후반대는 자인교 석굴입니다. 가장 유명한 16번 석굴 카일라사는 힌두교 석굴에 해당합니다. 불교~힌두교 번호대까지는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지만 자인교 석굴군을 보려면 유료 셔틀(30루피)을 타야 합니다. 간 김에 전부 다 보고 오시길 추천합니다. 자인교 석굴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요?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427
아우랑가바드 - 아우랑가바드 석굴 (Aurangabad Caves)
이건 엘로라 석굴 보러 간 날에 같이 보러 가는 게 가능합니다. 툭툭 기사한테 미리 여기도 가겠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아우랑가바드 석굴은 표를 한 번 사면 동쪽, 서쪽을 모두 갈 수 있으니 빼놓지 말고 전부 보고 오시면 됩니다.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060
아우랑가바드 - 아잔타 석굴 (Ajanta Caves)
엘로라 다음날은 당연히 아잔타였습니다. 전날 툭툭 기사님이 매우 좋은 분이었기 때문에 이날도 그냥 툭툭을 타기로 했습니다. 사실 버스 정보를 잘 몰라서 시간 맞춰 이용하기가 번거로웠습니다. 편도로 3시간 가까이 걸리는 상당한 장거리 이동이기 때문에 툭툭을 탄다면 먼지를 뒤집어쓸 각오를 해야 하며 마스크는 필수입니다. 오전 7시에 출발했으며 오후 4시에 아우랑가바드 시내로 돌아왔습니다. 즉 아잔타를 가는 날에는 아주 서둘러야 하며 오직 아잔타 한 군데만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 한 군데 행선지가 하루 전체를 차지합니다. 툭툭 왕복 운임은 총 2500루피를 지불했습니다. (2023. 2. 14. 기준)
07:00 아우랑가바드 숙소에서 툭툭 출발
09:30 T-Junction 도착, 아잔타 석굴로 셔틀 이동 (30루피)
10:00 아잔타 석굴 관람 시작
12:00 관람 종료
13:00 툭툭 출발
16:00 아우랑가바드 복귀
만약 시간이 모자라서 엘로라와 아잔타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고 하면 저는 아잔타를 택하겠습니다. 물론 엘로라도 정말 훌륭하기 때문에 저라면 아우랑가바드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하루씩 둘다 다 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정 모자라다면 4~5세기 굽타 왕조 시대의 아름답게 퇴색한 벽화가 여러 군데 남아 있는 아잔타가 더 볼거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정말 많은 석굴을 한꺼번에 보러 다녔지만 채색이 된 '벽화'가 남아있는 곳은 제 기억에 아잔타 뿐이었습니다. 단 아잔타는 불교 사원으로 힌두교나 자인교 석굴은 없습니다.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263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102
로나발라 - 칼라 석굴 (Karla Caves)
이제 이쯤 되니 헷갈립니다. 이날은 로나발라의 숙소에서 출발해 칼라 석굴, 바자 석굴을 보고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으로 2500루피에 택시를 수배했었습니다. 택시는 숙소에 물어보면 불러줍니다. 로나발라에 오는 밤버스에서 에어콘 빔을 맞고 밤새 덜덜 떨다가 전신 근육통으로 몸살에 걸리는 바람에 툭툭은 도저히 못 타겠어서 택시를 탔었습니다.
둘다 로나발라 시내로부터 약간 떨어져 있습니다. 또 칼라 석굴은 어프로치를 하려면 20분 정도 언덕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가는 길에 가게가 많아서 심심하지는 않습니다. 근데 석굴을 굳이 가볼 필요 없었을 것 같습니다.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545
로나발라 - 바자 석굴 (Bhaja Caves)
바자 석굴 역시 차 내린 곳에서 석굴까지 어프로치 하려면 계단을 꽤 걸어 올라야 합니다. 몸살난 채로 걷긴 걸었으니 그렇게 어려운 길은 아니었던 같은데 더운 날씨에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가볼 필요까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불교 신자인 어떤 인도 아저씨가 말을 걸어 이것저것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매표소에서 제가 외국인 표 달라고 하니까 직원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한국인이라고 했는데 그걸 뒤에서 듣고 저한테 말을 걸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킴 사람들이랑 많이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역시나 ㅋㅋㅋ 마하라슈트라에 왜 불교 신자가 많느냐고 여쭤보았더니 B. R. Ambedkar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300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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