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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

bravebird 2023. 7. 12. 00:26

12년 전에 다녔던 곳들을 다시 방문하다 보면 12년 전과 지금의 나를 견주어 보게 될 때가 많았다. 그동안 12년 전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가 많이 있었다.

 

일단 이런 일을 하면서 돈 벌고 있을 줄 전혀 몰랐고 집을 마련했을 줄도 몰랐다. 이런저런 좋고 나쁜 일들을 겪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벌써 그것들마저 시간이 지나서 희미해질 줄은 더 몰랐다. 공부하는 외국어 개수가 늘어나고 학사학위도 추가하게 될 줄도 몰랐으며 그때로선 딱히 생각 못했던 이런저런 취미들을 실행하고 있을 줄도 몰랐다. 영원할 줄 알았던 친구들과 자연스레 멀어져서 생각도 나지 않을지 상상 못했으며 12년이 지났는데도 반갑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줄도 몰랐다. 나는 마치 그냥 그대로인 것만 같은데 인간사는 정말 변화무쌍하다.

 

앞으로 목숨이 잘 붙어 있고 건강을 잘 지킨다면 죽기 전까지 수십 년이 또 남아있다. 12년 동안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이라면 지금으로서는 생각할 수가 없는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 있을 테다. 나 또한 어떻게든 나아갔으리라. 새로운 사람들을 또 만났을 것이고 누군가는 떠나보내서 잊었을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 미래를 기약할 것이며 지금으로서는 관심도 없었던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을 수도 있고 이미 직장에서 해방되어 다른 걸 하고 있거나 행복한 은퇴 생활을 누리고 수도 있다. 문득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이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동시에, 미래에 그런 순간을 맛볼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 일하면서 절대 터럭 한 끗발도 상하지 않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다. 절대 일 때문에 몸을 깨뜨리지 않으리라. 무사히 늙으리라. 살아남으리라. 내일 해도 되는 일은 내일 하리라. 절대 일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를 하거나 남 좋은 일만 하느라고 내 심신을 낭비하지 않으리라. 그럴 가치가 전혀 없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알람을 안 맞춰도 되며 끼니때 되면 밥 지어 먹고 매일매일 햇빛을 쬐며 산책이나 하다가 길 물어보는 사람들과 같이 걸어가줄 수 있는 한가로운 할머니가 되리라.

 

이번에 길에서 만난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다 그랬다. 나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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