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부탄 푸나카 본문
현재는 카트만두 보다나트 스투파 근처의 카페에 있다. 오늘 아침에 부탄을 떠나 네팔로 왔고 비행 시간은 겨우 1시간 정도였으며 오는 길에 오른쪽 창가 좌석을 잡아서 칸첸중가와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의 각종 산군을 보았으나 구름인지 산인지 잘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멀리 보였다. 카트만두는 12년만이다. 이전에 왔을 때 보다나트 스투파 근처에 지냈었기에 이번에도 이쪽으로 오려고 부킹닷컴에서 숙소를 대충 보고 와서 당일 현장박치기로 조금 더 저렴하게 방을 구했다. 1박에 1만 5천원 정도 하는 1인실이며 하등의 부족함은 없다. 아침 7시 비행기를 타느라 졸렸기 때문에 일단 아묻따 낮잠부터 자고 2시인지 3시가 넘어서 기어나왔다. 오늘은 특별한 할 일이 없으니 네팔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밀린 부탄 이야기를 써야겠다. 너무 많은데 이걸 어떻게 다 쓰냐 ㅋㅋ
팀푸에서의 일정이 끝나고는 푸나카로 이동했다. 이날은 2월 27일이다. 해발고도 약 3100m대의 도출라 패스를 거쳐서 푸나카종에 도착했다. 이곳은 아름다운 강변에 자리잡은 요새로 부탄에서 본 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처마에 엄청나게 커다란 벌집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푸나카종을 본 후에는 부탄에서 가장 긴 서스펜션 브리지도 지나가 보았다.
점심 식사를 한 다음엔 캄숨 율리 남걀 초텐까지 하이킹을 했다. 가는 내내 강아지 한 마리가 따라와서 끝까지 같이 올라갔으나 막상 절에 도착하니 그 절을 나와바리 삼은 개들이 있어서인지 먼저 떠나 버렸다.
내려오는 길에는 활터에서 활 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잠깐 구경하다가 왔는데 국궁보다 조금 더 먼 거리에 있는 코딱지만한 과녁을 '쏘아 맞히는' 방식이었다. 무심하게 당겼다가 놓아 버리는데 명중을 시켜버리는 실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차마 한번 쏴보게 해달라고는 못하고 철수했다.
이날 저녁 식사 후에 숙소인 로베사 호텔 식당에서 페마가 가져온 부탄 위스키를 같이 나눠 마셨는데 40도짜리임에도 독한 것을 느낄 수가 없었고 꽤 마셨지만 다음날 숙취도 없었다. 이날 장작불 가에 둘러앉아서 다른 가이드들과 숙소 직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부탄 남부에서 와서 외모가 네팔인 쪽에 가까웠던 23살짜리 종업원이 너무 착하고 순수했어서 기억에 남는다. 어머니가 15살에 자길 낳으셨다고 했다. 그러니까 내가 딱 엄마 뻘이었다 ㄷㄷㄷㄷ 가족들을 서포트하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했고 내가 떠날 때 한국어로 '사랑해'라고 했다 ㅋㅋㅋ 아이구 귀여워 ㅠㅠ 부탄에서도 한국드라마와 케이팝은 인기가 상당해서 사랑해 정도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같다.
푸나카는 전반적으로 팀푸보다 온화해서 건물 바깥에 화분을 내놓은 집이 많았다. 사원 안에도 화분이 많았고 아열대 식물도 심심찮게 보였다. 여름에는 38도까지 올라가고 꽤 습하다고 하니 딱 적당한 계절에 방문한 것 같다.
하루 종일을 가이드와 같이 다니게 되기 때문에 페마와는 많은 얘기를 했고 재밌는 건 요점만 적어 뒀으나 너무 많아서 다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사원을 방문할 때는 주로 불교 도상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았다. 이쪽 히말라야 지역 여행을 오면 불교 사원을 많이 가게 되므로 이 불상은 누가 누구인지 좀 특징을 파악해 두는 게 도움이 된다. 또 각 지역마다 불상 또는 벽화나 탕카로 만들어서 모시는 존재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 점도 재미있다. 예를 들어 시킴에서는 나왕 남걀을 불상으로 만들어 모셔 놓은 건 못 봤지만 부탄에서는 단군왕검 격이므로 대부분 어디든지 모셔 놓았다. 나왕 남걀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 물어보니 수염과 모자로 구별할 수 있다고 했다. 미래불(미륵불)은 앉아있는 자세로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현세불은 주로 연꽃 자세(결가부좌)로 앉아 있으나 미래불(미륵불)은 왕관을 쓴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왕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손의 제스처도 조금씩 다르다. 다만 지역별로 디테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69195
http://sungchol.org/bbs/board.php?bo_table=magazine&wr_id=78&page=125
부탄 유목민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었다. 북서부의 유목민들은 빨간 옷을 입고 치마는 더 짧은 경향이 있으며 주머니가 크다. 북동부 유목민은 검정 옷을 입는다. 이 두 부류의 유목민은 서로 모자 모양도 다르다. 부탄의 유목민들은 주로 동충하초 채취 사업을 해서 부자이며 돈 번 것을 은행에 넣지 않고 숲속에 꽁꽁 감춰 세금 징수를 피한다고 한다. 또 정부로부터 보호 및 우대를 받는다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고산 지대에서 육지로 내려오기 위해 헬리콥터를 탈 때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서 택시처럼 이용한다. 날씨가 춥고 황량해지면 평지로 내려와서 아는 집의 들판에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고 야영을 하며 몇 달 지낸다. 차 타고 다니면서 그런 텐트를 좀 보았고 머리에 아래와 같은 특색 있는 모자를 쓰고 있는 유목민 여성도 보았다. 북서부의 라야 등지에서 내려온 유목민일 것으로 보인다.
https://being5.wordpress.com/2018/03/02/nomadic-tribe-to-the-new-tribalism-in-bhutan/
부탄에서 아주 유명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에 대해서도 들었다. 여자가 먼저 죽자 남자가 따라 죽은 이야기였는데 그 여자가 살던 집을 차를 타고 지나갔었다.
https://buoyantfeet.com/2016/08/28/tales-of-love-meet-the-romeo-and-juliet-of-bhutan/
또 부탄에서는 출생연도를 갖고 점을 치는데 올해의 경우 용의 해이다. 즉 중국의 12간지 영향을 이곳에서도 받은 듯 하다. 페마랑 나는 나이가 같은데 페마의 말에 의하면 나는 올 한해 금전, 건강,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운 등 모든 방면에서 좋으며 다만 남을 위해 보시를 하고 불경을 외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https://www.dailybhutan.com/article/what-are-the-personalities-of-the-12-zodiac-signs
부탄에서 샤머니즘은 제도화된 뵌뽀교 사원 등의 형태로 남아있지는 않으나 민간 신앙의 형태로 주로 남부 지방에 그 흔적이 남아있으며 동부에도 그 영향이 있다. 바로 아래 기사에서는 수도 팀푸에도 '델롬'이라는 이름의 부탄 샤먼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의 고민 상담을 위해 델롬을 찾는다고 한다. 한국의 무당들처럼 신을 받기 전에 신병이 난다고 한다.
https://tricycle.org/magazine/deloms/
https://factsanddetails.com/south-asia/Bhutan/Religion_Bhutan/entry-78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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