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부탄 팀푸 둘째날 본문

여행/남아시아

부탄 팀푸 둘째날

bravebird 2024. 2. 28. 21:36

8시에 조식을 아주 배부르게 먹고 9시에 일정을 시작했다. 차 안에서 보니 가게들이 대부분 닫겨 있는 것 같았다. 겨울에는 9시 반쯤 열고 더 일찍 닫으며 여름에는 7시 무렵부터 열고 밤 10시까지도 영업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근무 시간은 9시부터 5시까지다.
 
2월 26일 월요일 이날 일정은 이랬다. 
1. 체리 곰파까지 하이킹
2. 체리 곰파 둘러보기
3. 타킨(동물 보호종 중 하나) 보호구역
4. 인터렉티브 박물관 '심플리 부탄' 방문
5. 점심 식사
6. 전통 방식으로 경전용 종이를 생산하는 Jungshi Paper Factory
7. 수공예 거리
8. 타시초 종 (부탄 국왕 집무실이 있는 요새이며 바로 옆에 왕의 가족들이 사는 궁전도 있으나 1층짜리 건물로 매우 소박함)
9. 숙소에서 저녁 식사 후 휴식
10. 부탄 현지 여행사 사장님이 운영하는 클럽에서 동충하초 위스키 한 잔과 현지 맥주 두 캔
 

체리 곰파
고양이는 못 참지

 
 
체리 곰파는 부탄을 최초로 통일한 나왕 남걀에 의해 1620년에 지어진 사원으로 부탄에서 가장 오래된 카규파 사원이다. 체리 사원의 터는 8세기에 파드마삼바바가 방문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13세기에 부탄에 와서 현재 부탄의 국교인 드룩파 카규 불교를 부탄에 처음 전래시킨 Phajo Drugom Zhigpo가 명상했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Phajo Drugom Zhigpo가 실제 명상한 공간은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된 곳이지만 가이드인 페마가 특별히 스님께 허락을 얻어 직접 들어가볼 수 있었다. 명상을 한번 시작하면 외부 출입을 할 수 없으므로 화장실 똥간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체리 곰파에는 현재도 명상 수행원이 운영되고 있으며 4개월짜리 과정을 통해 더 오랜 명상이 가능할지 테스트도 해볼 수 있고 3년짜리 본격적 명상 과정도 있다. 페마가 아는 스님이 3년 과정을 총 2회 마쳤다고 한다. 
 
사원은 크게 종, 라캉, 곰파 세 종류가 있다. 
종 = 사찰 + 요새 + 정부기관 (정부 기관이므로 이곳에 입장할 때 남자들은 흰 스카프를 두르며 여자들 역시 색깔이 있는 스카프를 두른다. 성인은 이것을 두르지 않는 경우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라캉 = 일반 신도들에게 공개되는 사찰이며 접근하기 용이한 곳에 위치
곰파 = 종 또는 라캉에 비해 보다 접근하기 어려운 절벽 등에 위치한 은둔 및 수행 공간
 
체리 곰파까지 하이킹을 하면서, 그리고 평소에도 일정 중에 페마에게 이것저것 잡다한 것을 많이 물어보았는데 차마 다 적어놓진 못했으며 재밌어서 메모해 둔 것들을 정리해 본다. 이것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추가하겠다.
 


 
부탄에서 연소득 250,000눌트럼(한화 약 4백만원) 이하인 경우 세금을 내지 않는다. 전국민이 의료비가 무료이며 보호자 1인에게도 보조금이 제공된다. 단 의사의 수가 매우 적어서 중대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인도 등 이웃 국가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의대생 교육도 인도, 스리랑카, 태국, 쿠바 등 외국에서 주로 이뤄진다. 4대 왕이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와 사이가 좋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현재 페마의 첫 번째 여동생이 스리랑카에서 의대 학위 과정을 밟고 있다. 이외에도 페마는 태국 방콕, 막내 여동생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공부를 했다. 최근 부탄 젊은이들이 호주, 캐나다 등지로 나가서 돈을 버는 일이 매우 흔하다. 
 
부탄에서 유명한 산악 통행로(mountain pass)가 세 가지 있다. 도출라, 헬렐라, 신출라인데 이 세 곳은 전설의 동물인 히말라야 설인 즉 예티 가족들이 살았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부탄에는 예티 설화가 정말 많다. 동부 부탄에는 Black Mountain Ridge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있는 용라 곰파 근처에서 크고 작은 예티가 한 마리씩 총 두 마리 목격되었다고 한다. 2000년대의 일이며 현재 5대 왕의 부왕 당시에 이 지역에 군사를 보내어 예티의 실존 여부를 조사까지 하였을 정도라고 한다. 부탄 정부는 예티의 서식지로 알려진 부탄 동부 지역을 예티 보호구역으로 지정까지 해놓았다. 이런 전설상의 동물을 다루는 분야를 cryptozoology(신비동물학)라고 한다고 말했더니 페마도 여기에 관심이 많아서 엄청 많이 찾아봤다고 한다. 나는 애초에 야생동물 등 동물 목격담에 흥미가 많기 때문에 가끔씩 장산범 목격담, 네스 호 이야기 같은 괴생명체 목격담도 재미로 찾아본다.
 
https://www.plenglish.com/news/2023/09/26/cuba-and-bhutan-celebrate-12-years-of-diplomatic-relations/

Cuba and Bhutan celebrate 12 years of diplomatic relations - Prensa Latina

New Delhi, Sep 26 (Prensa Latina) Cuba and Bhutan are celebrating the twelfth anniversary of diplomatic relations, which have been reinforced with ties of friendship, collaboration and dialogue, the Cuban Embassy in India noted on Tuesday.

www.plenglish.com

 
 
부탄에 숲이 울창해서 벵갈 호랑이도 서식할 것 같아 물어보니 페마의 친구 한 명이 몇 년 전에 부탄 모처에서 실제로 호랑이를 봤다고 한다. 아래는 당시 찍힌 호랑이 사진. 와 진짜 나라를 잘 찾아왔다. 호랑이 목격담 표범 목격담 이런 거 너무 재밌다. 호랑이 설화나 호식총 이야기 같은 것도 좋아한다. 한반도의 맹수나 현재 야생 생태계에 대해서도 대략 이야기 들려줬다. 현재 멧돼지가 한반도 맹수 1티어이고 곰은 좀 있는 점. 또 맹수 1티어일 듯한 고라니와 삵은 영어로 몰라서 말 못해줌 ㅋㅋㅋ
 

 
 
페마는 고등학교를 현재 왕비와 동급생으로 같이 다녔다. 부탄 현 국왕과 왕비는 내가 중국에 있을 당시 결혼했는데 그때 잘생긴 왕이 평민 출신의 아주 아름다운 왕비를 맞아들여 선남선녀 부부로 대서특필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봐도 왕비는 정말 아름답다. 학창 시절 왕비가 어땠는지 물어보니 마음씨가 곱고 매우 조용하며 천천히 말하는 기품 있는 학생이었으며 지금이나 그때나 모습이 변한 것이 없다고 한다. 자기랑 친한 친구랑 사귀었고 다른 남학생 한 명도 왕비를 좋아했었는데 학년이 바뀔 때 갑자기 사라져 버려 온 학교가 소문으로 무성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왕비(진)로 지명이 되어 영국에 유학하러 떠난 것이었다고. 더하여 부탄 왕조의 이름은 왕축 왕조인데 '왕축'은 티베트 부탄 문화권에서 인명의 일부분으로 흔히 쓰이지만 일반적으로 Wangchuk이라고 쓰는 반면 부탄 왕가의 성씨나 왕조명에 관한 것일 때는 Wangchuck이라고 표기한다. 일반적으로 티베트 부탄 문화권 사람들은 성씨가 없고 그냥 이름만 있는데 요즘은 성씨를 만들기도 한다고 했다. 가이드 페마의 가족들은 이름에 전부 도르지라는 이름이 마지막에 들어가며 이게 직접 지은 성씨 같은 것이라고 했다. 도르지 역시 일반 인명으로 매우 흔히 쓰인다. 
 

부탄 왕비 제선 페마

 
부탄에 뵌뽀교 사원도 없지만 교회나 모스크도 없으며 남부 지방에만 약간의 힌두 사원이 있다. 남부 지방은 인도와의 접경지라서 문화 접변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나 힌두 사원이 조금 있다. 그래도 페마의 부탄인 친구 중에 무슬림이 한 명 있긴 있는데 뉴델리에서 온 인도 남자를 부탄 남부 지방에서 만나 결혼해서 개종한 경우이다. 부탄의 학교에서는 수업 시작 전에 항상 기도를 하고 국가를 부른다고 하며 이때 종교가 다른 경우는 기도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페마의 학창 시절에 온 가족이 기독교를 믿는 친구가 있었는데 아침 조회에 참석은 하지만 기도는 하지 않았고 선생님들도 내버려 두었다고 한다. 
 


 
체리 곰파를 보고 나서는 왕립 타킨 보호구역(Royal Takin Preserve)로 갔다. 타킨은 아래와 같이 생긴 부탄의 보호종이다. 타킨에 얽힌 전설이 있는데 후에 소개할 부탄의 문화 중 아주 중요한 부분에 연관이 되어 있어서 소개해 본다. 
 

 
 
부탄에는 드룩파 퀸리(Drukpa Kuenley)라고 불리는 유명한 성자가 있었다. 현지 가이드들이 The Divine Madman이라고도 자주 소개한다. 드룩파 퀸리는 약 5,000명의 여성과 잠자리를 갖는 등의 파격적인 기행으로 유명한 불교 성자였다. 금욕만이 깨달음의 길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음을 주장하며 극단적인 수행 대신 균형을 추구하였다. 또 드룩파 퀸리는 여성도 남성과 평등하게 불교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이기도 하다. 드룩파 퀸리는 현재 부탄 불교에서 중요한 인물로 기록되고 있으며 부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남근 상징이 바로 드룩파 퀸리의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산의 상징이며 사악한 기운을 몰아낸다는 의미도 있기에 가정집 바깥이든 호텔 리셉션에서든 곧휴가 그려져 있거나 조각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정말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가게 이름이 Phallus 머시깽이인 경우도 있고.
 

위키피디아 펌 (집 바깥에 이런 게 그려져 있는 게 정말 많음)
팀푸 시내에 있는 인터렉티브 박물관 '심플리 부탄'에 전시되어 있는 남근 상징

 
 
전설에 의하면 바로 이 드룩파 퀸리가 타킨을 만든 사람이다. 한 신도가 드룩파 퀸리에게 기적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자 그는 축제를 열어 달라고 했다. 축제에서 소와 염소 한 마리씩을 먹어치우고는 뼈만 남긴 그는 두 동물의 뼈를 합치더니 산에서 풀을 뜯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 동물이 바로 타킨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타킨이 보호받고 있는 보호 구역이 바로 Royal Takin Preserve로 팀푸 시내에 있다.
 

 
 
이후 인터렉티브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민속 박물관인 심플리 부탄으로 갔다. 여기서 부탄 전통 술도 마셔보고 전통 버터차인 수자(suja)와 특별한 날에만 만드는 sweet rice도 맛보고 부탄의 전통적인 부엌을 재현해 놓은 것도 보고 노래도 듣고 춤도 같이 췄다. 베이징 중앙민족대 교정에서 금요일 6시인가 7시마다 항상 있는 티베트 전통춤 광장무와 거의 비슷한 스타일이었다. 먼저 감상을 하고 방문객들도 같이 춤을 췄는데 베이징에서 금요일만 되면 이거 춤추러 나갔던 생각이 나서 재미있었다. 작년에 베이징 갔을 때도 친구들이랑 같이 학교 가서 춤 ㅋㅋㅋㅋ 감개가 무량했었다.
 

 
 
부탄은 고추를 숭배하는 나라답게 고추를 거의 주식처럼 먹는데 심플리 부탄에서 고추를 주렁주렁 매달아 말리고 있었다. 
 

 
 
아래 음식은 에마다치라는 것으로 치즈와 고추를 사용하여 만든 부탄의 대표 음식이다. 그 아래는 음식 이름은 잘 모르겠는데 예전에 시킴에서 갔던 부탄 음식점에서도 맛본 적이 있는 것으로 고기에 무에 고추를 듬뿍 넣은 음식이다. 
 

 
 
또 심플리 부탄에서는 활도 한번 쏴봄. 부탄이 궁술로 유명하기도 하고 취미 활동으로 꽤 퍼져 있는데 나름대로 한국에서 활 쏘는 사람으로서 안 해볼 수가 없었다. 잡아보니 한국의 각궁보다 훨씬 길었고 화살을 활의 오른쪽에 매기는 국궁과는 달리 활의 왼쪽에 매기더라. 부탄은 150m 거리에서 쏜다고 하고 한국의 국궁은 145m 거리라 거의 비슷하다. 두 발 중에 한 발 맞혀서 같이 춤추고 놀았다.
 
https://youtube.com/shorts/hd-7t9S_s3w?feature=shared

활 쏘아 맞히고 춤 (에라이 그냥 올린다 다른 사람들은 다 나오는데 내 얼굴만 가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 얼굴 가릴 줄 모름)

 
https://youtu.be/n90Vf6pf6OA?feature=shared

이 다음날 푸나카에서 우연히 지나치게 된 전통 활터에 잠깐 내려서 구경해 봄

 
부탄 전통 활쏘기에 관해 알아낸 사실
- 과녁 거리 150m (국궁은 145m)
- 과녁이 국궁보다 작으며 쏘아 맞혀서 과녁에 꽂는 형태 (국궁은 과녁에 꽂는 게 아니라 과녁에 닿고 떨어지면 득점)
- 한 쪽에서 쏜 다음 반대편으로 화살 주우러 가서 그쪽에서 다시 쏨 (국궁은 한 쪽에서만 쏘고 주우러 갔다 오고 과녁 쪽에 화살 주워서 도르래로 보내 주시는 '고전'이 계심)
- 활이 국궁보다 길고 대나무 소재이며 파운드 수를 따지지 않고 그냥 힘 닿는 대로 장력을 올린다고 함
- 활의 오른쪽에 화살을 매기는 국궁과 달리 활의 왼쪽에 화살을 매김
- 장력이 세서 그냥 활을 당기자마자 놔버리는데 그래도 코딱지만한 과녁을 곧잘 맞힘
- 저쪽에서 활 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태연히 반대쪽으로 화살 주우러 감, 즉 활쏘기 실력에 대한 상당한 자신감 있음
 
이후 부탄 왕과 부탄 승려의 최고 지도자가 집무하는 타시초종에서 국기 하강식을 보는 것이 마지막 일정이었다. 무려 부탄 왕의 집무실을 뿌슝빠슝 해버리고 지금까지 점거 중. 
 

램펄드여 부탄 정치 1번지에서 포켓코인 벌어 오너라

 

'여행 > 남아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탄 푸나카 - 폽지카  (0) 2024.03.03
부탄 푸나카  (0) 2024.03.03
부탄 팀푸 첫째날  (2) 2024.02.28
인도 여행을 위한 빨래 건조 실험  (0) 2024.02.21
6개월 이상 집을 비울 때 준비사항  (0) 2024.02.2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