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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팀푸 첫째날 본문

여행/남아시아

부탄 팀푸 첫째날

bravebird 2024. 2. 28. 04:18

부탄 일정을 벌써 3일째를 마쳤다. 그간 있었던 일들을 대체 어떻게 다 쓴단 말이고.
 
부탄에서 처음으로 태블릿을 켜서 티스토리 접속을 좀 해보려는데 태국에선 문제 없었으나 이곳 와이파이로는 카카오 계정 접속이 되지 않았다. 비밀번호가 틀린 것이 없는데도 안 되었다. 핸드폰으로도 접속이 되지 않았다. 카카오 계정 비밀번호를 바꾸는 노력까지 해보았는데 허사였다. 검색을 좀 해보니 뭐 확실치 않은 네트워크로 접속하면 잘 안된다 어쩔시고 저쩔시고 하는 얘기가 있었다. 부탄은 좀 확실히 좀 레어한 지역이니 부탄 로컬 와이파이 대신 로밍 네트워크로 접속해 보았는데 그제서야 로그인이 됐다. 부탄 유심을 끼워 놨다가 한국 유심으로 바꾸고 로밍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모바일 핫스팟을 켜서 겨우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카카오 서비스 로그인에 이런 함정이 있구나. 그지 같아요.  
 
방콕에서 부탄 파로까지의 비행편은 아침 6시에 뜬다. (이 때문에 방콕에 미리 가서 며칠 지낸 것이다.) 새벽 1시 45분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고 한 시간쯤 잔 것 같다. 2시 반으로 예약해둔 그랩 택시가 숙소 바로 앞까지 왔고 체감상 20분 미만 걸려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다. 부탄 드룩에어는 줄도 길지 않았다. 줄을 서있는 부탄 사람들은 대부분 친숙한 외모였다. 티베트나 시킴에서 많이 보던 얼굴이었다. 종카어도 쓰고 영어도 쓴다고 들었기에 어떤 언어를 쓰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들어봤는데 말소리도 티베트 지역에서 듣던 것과 비슷했다. 승무원에게 창가 자리를 달라고 하니 알아서 왼편 창가 자리로 해준 덕분에 오는 동안 에베레스트를 볼 수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는 킨들에 미리 넣어둔 The History of Bhutan을 조금 읽어보았다. 이 책은 아주 옛날 아마 대학생 때나 사회초년생 때 정도부터 갖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냈다. 2019년도에 뉴델리 코넛 플레이스에 있는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현지 가격으로 훨씬 저렴하게 구입했다. 하지만 결국 부탄에 실제로 가게 될 때까지 읽지를 못해서 이북을 구해서 킨들에 넣어 왔다 ㅋㅋㅋㅋ 꽤 두껍다. 졸려서 많이 읽진 못했는데 티베트어에서 이름이나 호칭 뒤에 존경의 의미로 la를 붙이는 게 일반적인 반면 부탄의 종카어에서는 이름 뒤가 아니라 문장 뒤에 la를 붙인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미리 왓츠앱에서 인사 나누었던 가이드도 말끝에 꼭 la를 붙이길래 중국인도 아닌데 좀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뜻이었구나. 부탄은 티베트와 언어, 문화, 역사, 종교, 생태 등 모든 방면에서 친연성이 강하지만 뭔가 다른 점이 분명 있을 텐데 이번 여행에서 그런 것들을 최대한 알고 싶다. 책을 미리 읽고 오지 못했으니 가이드에게 많이 물을 것이다.  
 
목이 꺾인 채로 정신없이 자다가 에베레스트 한번 보라는 기장님 방송을 듣고 일어났다. 대부분 구름에 덮여 있어서 온전한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고 하는데 구름이 껴있긴 했지만 그래도 꽤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에베레스트 보일 때쯤부터 비행기는 하강을 시작하여 이내 파로 공항에 도착했다. 착륙 무렵에 창밖을 보니 날개가 바로 옆에 있는 산을 터치할 것만 같았다. 지대가 높고 지형이 까다로워서 단 여덟 명 정도의 파일럿만이 착륙을 할 수 있다는 공항다웠다. 내리자마자 포켓몬고를 켜서 포켓스탑을 돌렸고 체육관에 비실한 상태로 배치돼 있는 적팀 포켓몬들을 쳐부수고 점거도 했다. 공항 건물 내로 들어오니 매우 조그마했고 입국 수속도 금방이었다. 역대 왕의 초상이 걸려 있었다. 밖으로 나가니 가이드가 드라이버와 함께 도착해 있었고 공간이 하도 조그마하고 사람도 적어서 찾기 쉬웠다. 
 
https://youtube.com/shorts/bwa4FKCiZJQ?feature=shared

 

 

돈 벌어오너라 게을킹!!


 
차를 타고 오면서는 비행기에서 갑자기 퍼뜩 떠오른 질문이 있어서 바로 물어보았다. "혹시 부탄에도 뵌뽀교 사원(bon monasteries)이 있나요?" 티베트 문화권에는 뵌뽀교라고 해서 샤머니즘 신앙이 있는데 불교가 확산되고 국교로 지정되면서 많은 탄압을 받았지만 불교와 많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현재까지도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티베트 불교 수장 달라이 라마 역시 뵌뽀교가 티베트 불교와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나는 2011년 중국 북서부 지방을 여행하던 중에 간쑤성 간난티베트자치주 샤허현에서 우연히 뵌뽀교 사원에 간 적이 있다. 겉보기에 티베트 불교 사원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데 가만히 지켜보면 탑돌이 방향이 티베트 불교의 시계방향과는 정반대로 반시계 방향이고 상징물과 도상 같은 것들도 약간 차이가 있는데 나는 잘 분간 못한다.
 
https://bravebird.tistory.com/4

불교 사원인 줄 알았네! 티베트 전통종교 뵌뽀교 사원

이 글은 제 예전 이글루스 블로그에서 옮겨왔음을 밝힙니다. http://eagleoos.egloos.com/2293955 2012/03/22 18:47 이번 겨울에 간난장족(티베트)자치주 간자(甘加)향에 갔을 때 먼젓번에 포스팅한 바자오성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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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시킴과 히마찰 프라데시에 각각 하나씩 딱 두 곳의 뵌뽀교 사원이 남아 있다고 해서 이번에 가볼 요량이라 부탄에도 혹시 뵌뽀교 사원이 남아 있는지 물어보려고 벼르면서 왔다. 가이드가 대답하기를 부탄 역시 뵌뽀교의 영향이 존재했으나 현재 사원 등의 제도화된 형태로 남아 있지는 않으며 뵌뽀교 수도자들도 대부분 불교로 개종했다고 한다. 단 남부나 동부의 시골을 중심으로 여전히 뵌뽀교 영향이 남아 있으며 특히 남부가 그렇다고 한다. 부탄에서 따로 가볼 수 있는 뵌뽀교 사원은 없어 아쉬웠지만 이런 정보를 알게 된 것도 커다란 소득이었다. 
 
공항이 있는 파로에서 수도 팀푸로 이동하는 길에는 타촉 라캉에 들렀다. 티베트 문화권에서 위대한 건축가로 알려져 있는 탕통 걀포가 15세기 무렵에 직접 지은 절로 알려져 있다. 탕통 걀포의 이름은 시킴에서도 들어보았기에 반갑게도 아는 척을 할 수 있었다. 이게 이 지역의 재밌는 점이다. 시킴에서 들은 이야기가 부탄에서도 통하고 티베트에서도 통하는 것. 탕통 걀포는 철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난 건축가였기에 히말라야 지역의 수많은 계곡에 철제 다리를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타촉 라캉 가는 길에도 서스펜션 브리지가 있었는데 이 역시 탕통 걀포의 작품인데 이후에 홍수가 나서 재건되었다고 한다. 파로 공항 및 타촉 라캉이 있는 곳은 지대가 2000미터대인데 아무래도 부탄에 도착하자마자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자니 평소보다는 좀더 힘든 느낌이 잠깐 들었다. 하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https://en.m.wikipedia.org/wiki/Thang_Tong_Gyalpo

Thang Tong Gyalpo - Wikipedia

Thangtong Gyalpo (Tibetan: ཐང་སྟོང་རྒྱལ་པོ་, Wylie: thang stong rgyal po) (1385 CE–1464 CE[1] or 1361 CE–1485 CE[2]), also known as Chakzampa, the "Iron Bridge Maker" (Wylie: lcags zam pa), Tsöndrü Zangpo "Excellent 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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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 브리지 너머 보이는 타촉 라캉
타촉 라캉과 탕통 걀포에 대한 설명
2022년 인도 시킴 지역의 펠링 및 육솜 여행 중, 시킴 왕조가 건국된 터인 노르부강에서 찍은 탕통 걀포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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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솜 - 시킴 왕국이 세워진 곳

시킴 왕조는 1642년에 건국되었다. 춤비 계곡을 통해 동부 티베트에서 시킴으로 이주해온 부티아인의 왕국이다. 시킴 땅에 원래 살던 원주민은 렙차인이며 1641년까지 이 지역을 지배했지만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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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팀푸 시내의 호텔로 이동하여 일단 짐을 풀었다. 산등성이에 구불구불하게 난 찻길은 시킴과 비슷했으나 좀더 넓어서 쾌적했다. 산길 특성상 급커브 드리프트가 많은데 시킴에서는 드리프트 돌면서 시야각 차단될 때마다 경적을 울려 맞은편에서 오고 있을 수 있는 차에 신호를 주는데 부탄 드라이버들은 경적을 쓰지 않았다. 그러고도 원활히 잘 다녔다.

호텔은 과분할 만큼 훌륭했다. 부탄은 자유 여행이 불가능하기에 외국인은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와 드라이버를 대동하고 여행해야 하며 3성급 이상의 호텔에만 묵도록 되어 있다. 방 자체가 넓고 깨끗했지만 히터도 두 대나 있어서 빨래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온수도 콸콸 나왔다. 샤워 중에 온수 끊길 것이 100% 확실한 인도와는 차원이 달랐다. 
 
짐을 내려놓고 나서 여행사에서 빌려준 부탄의 여성 전통의상 키라를 입었다. 부탄 전통 의상은 남자도 여자도 다 치마다. 근데 여자 옷이 치마 길이가 훨씬 길어서 발까지 내려온다. 남자 옷은 무릎 아래 정도까지 내려와서 남자들은 긴 양말을 신고 다닌다. 남자 옷이 더 마음에 들어서 한번 입어보고 싶다. 색깔도 예쁘고 좋았지만 내가 보폭이 넓다 보니 발목까지 거의 일자로 내려오는 치마에는 적응이 좀 필요했다. 이 옷을 입고 얼떨결에 부다 포인트에서부터 퀸셀포드랑 네이처 파크로 이어지는 루트로 하이킹을 하게 되었다. 해발고도 약 2500미터 정도의 지대였고 5.2km 정도의 간단한 트레킹이었다. 나무는 시킴에서 본 것처럼 키큰 소나무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다시 시내로 내려와서 부탄 음식점에서 뚝바와 모모를 먹었다. 이후 팀푸의 명소인 메모리얼 초텐에 들렀다가 전통 방식으로 종이를 생산하는 Jungshi Paper Factory에도 가봤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닫은 채였다. 다시 시내로 내려와서 동네 서점 두 군데를 들러 부탄에 대한 책을 네 권 샀다. 부탄을 떠나기 전에 우체국에 가서 부쳐 버릴 생각으로 산 것이다. 근데 그 다음날 알고 보니 3kg가 안 되는 무게에 EMS도 아닌 일반 택배인데도 무려 USD 70불이 넘어 그냥 네팔 갈 때까지 이고지고 가는 것이 비용 면에서 나은 선택이었다. 부탄에 대한 책은 영어로도 레어한데 딱 필요한 귀한 것만 2590눌트럼 즉 4만원어치 정도 구입했다. 킨들에 있는 것들은 제외하고 아예 이곳이 아니면 구하기 어려울 것만 추렸다. 카드는 되지 않아서 인근 환전소에서 태국 바트 남은 것과 USD 약간을 바꿔서 책을 샀다.
 

팀푸 시내 랜드마크인 메모리얼 초텐

 
 
공식 일정은 이걸로 종료되었다. 한국에서 여행사 사장님이 부탄에 가면 현지 사업 파트너를 만날 수 있도록 미리 잘 이야기해 주셔서 그 분을 만나뵈었다. 이 분은 여행업뿐만 아니라 전세기 사업, 차(tea) 사업, 동충하초(cordyceps) 사업, 그리고 클럽 한 군데를 운영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걸 구상하며 밤낮없이 바쁘게 일한다. 가만 있으면 지루하기도 하고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 가지가 잘 되지 않을 때 다른 것이 잘 되어서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하여튼 사업 수완이 대단하고 피플 스킬도 뛰어나고 리스크 테이킹 성향이나 실천력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냥 혼자 여행 온 뜨내기일 뿐인데 여행사 사장이 개인 고객 한 명에게까지 따로 시간을 내어 주신 것이 감사했다. 이 분의 사업 이야기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코로나 시기 관광업이 직격타를 맞았던 당시 유목민들을 통해 동충하초 채취 사업에 매진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과, 우수한 직원에게는 지분을 떼어 준다는 것이다. 이 분은 고고학과 역사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양친 중 한 분은 부탄 동부에서 왔다고 했다. 그래서 부탄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많이 물어보았다. 몇 가지 재미있는 문답을 기록해 둔다. 
 
문: 부탄에 뵌뽀교나 샤머니즘 등의 영향이 남아 있나요?
답: 시골 지방에 조금 남아 있긴 해. 샤머니즘이나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 것 난 믿지 않는데 붐탕 지역에서 경험을 한 적은 있어. 어떤 사원에 갔는데 사람이 없는 법당에서 혼자 명상을 하고 있는 중에 오래된 티베트어로 몇 명이나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나가서 사람들한테도 살짝 물어봤지만 그 법당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 난 그런 걸 믿지 않기도 하고 그런 초자연적인 일을 겪으면 절대 겁먹지 말라는 말을 듣고 자랐는데 막상 겪으니 무섭더라고. 이 이야기는 꽁꽁 감춰 왔어. 그런데 어떤 스님이 어느 날 날더러 예전과는 좀 낌새가 다르다고 하시는 거야. 그래서 그때 겪은 일들을 말씀드렸더니 무서워할 것 없다고, 그동안 해온 보시 덕분에 받는 축복이라고 했어.
 
문: 부탄에도 조장 풍습이 있나요?
답: 있긴 해. 그런데 어린 나이에 죽게 된 아이들을 거둘 때나 조장을 치르지 그다지 흔한 장례 방식은 아니야. 대부분은 화장이고 화장 이후에는 강에 뿌려. 유해를 어딘가 담아서 납골당 같은 데 두지 않아. 
문: 이건 티베트와는 확실히 좀 다르네요. 
답: 그렇지. 티베트에서는 조장이 일반적인 장례 방식이지. 그나저나 넌 죽으면 장례를 어떻게 하면 좋겠어?
문: 아무래도 화장이어야겠죠? 근데 누가 찾아와서 관리해야만 하는 수고를 하게 되는 게 싫네요. 걍 강에 뿌리라고 하거나 아니면 나무를 하나 정해놓고 그 밑에 묻으라고 할까 싶은데요.
답: 나무 밑에 묻으면 무덤이나 납골당이랑 뭐가 달라. 그냥 강에 뿌려서 깨끗이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문: 그렇긴 하네요. 
 
문: 부탄 불교도 티베트 불교라고 할 수 있죠?
답: 그렇지.
문: 저도 그렇게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부탄에서는 법당에 들어가 보면 달라이 라마 사진은 없더라고요. 전 중국 티베트에도 시킴에도 가봤는데 법당에 달라이 라마 사진이 있었어요. 심지어 중국에서도 말이에요. 근데 부탄에만 유독 없어요. 왜일까요?
답: 아주 재밌는 질문이야. 이건 지정학적인 이유 때문이야. 부탄 불교도 티베트 불교에 속해. 그런데 부탄은 인도나 중국이랑 사이가 좀 미묘하잖아. 중국이랑 국경 분쟁도 많고. 달라이 라마 사진을 두면 중국을 자극하게 되지. 실제로 달라이 라마는 부탄에 방문한 적이 없어. 또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수장이기도 하지만 티베트라는 정치체의 수장이기도 하니 아무래도 좀 미묘한 게 있지. 

이 질문은 내가 생각해도 좀 흥미롭고 중요한 질문이므로 좀 더 자세히 찾아보아야 할 듯 하다. 부탄의 불교 사원에는 석가모니, 연꽃에서 환생한(파드마 = 부탄이나 티베트 사람들의 이름에 자주 쓰이는 페마 = 연꽃) 석가모니의 화신이자 아미타불의 화신으로 여겨지는 파드마삼바바(구루 린포체), 그리고 1630년대에 최초로 부탄을 통일하고 티베트와는 구별되는 부탄의 정체성을 세우기 시작한 잡중 나왕 남걀(Zhabdrung Nawang Namgyal)이 주로 불상으로 모셔져 있다. 그리고 부탄의 역대 왕과 로열 패밀리의 사진도 자주 놓여 있다. 부탄 불교를 대표하는 최고 지위의 승려(현지어로 제켄포 Je Khenpo, 영어로는 주로 Chief Monk라고 가이드가 말했음) 사진도 자주 전시돼 있다. 그런데 달라이 라마 사진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하여튼 여행 중에 이런 미묘한 점을 발견하고 현지 사람에게 질문을 해보고 또 나름대로 검증해 보기 위해 답을 찾아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단 말이야. 근데 이런 곳에 오면 단 하루 안에도 자극의 양이 너무 많아서 정보 처리를 다 하기가 어렵다.
 

나왕 남걀 - 주로 수염으로 구별할 수 있음

 
https://en.m.wikipedia.org/wiki/Ngawang_Namgyal

Ngawang Namgyal - Wikipedia

Ngawang Namgyal (1594–1651), known colloquially as The Bearded Lama, was a Tibetan Buddhist Drikung Kagyu school Rinpoche, and the unifier of Bhutan as a nation-state. He was later granted the honorific title Zhabdrung Rinpoche, approximately "at whose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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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불교 카규파 총본산 룸텍 사원 방문

대만 배우 임청하는 수필집 세 권을 냈다. 가을부터 계속 오디오북을 들어왔는데 마지막 권 云来云去를 어제 끝냈다. 마침 거의 끝부분에 뉴델리에서 대보법왕(카르마파)을 친견한 에피소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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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티베트와 부탄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크게 다른 점은 뭐가 있을까요?
답: 음식이 많이 달라. 부탄 음식은 티베트 음식보다 많이 매운 편이야. 여기는 고추를 향신료가 아닌 야채로 먹는다.
문: 하긴 정말 그러네요. 부탄 음식은 꽤 매운 것 같아요. 티베트에서는 매운 음식은 못 봤어요.
답: 그리고 티베트는 종교랑 전통에 좀 치중된 편인데 부탄은 보다 현대적이야. 부탄 사람들은 성적으로 상당히 개방적인 편이야. 다른 사람이 누구랑 어떻게 하고 다니든 별로 간섭을 하지 않아. 또 결혼도 부모가 짝지어주는 arranged marriage보다는 대부분이 다 연애 결혼이야. 혹시 나이트 헌팅이라고 들어봤어?
문: 그게 정확히 뭐죠?
답: 2층짜리 건물 위층에 여자가 있으면 밤에 동네 남자가 벽을 타고 올라가서 자고 내려오는 거야. 
문: 어? 그거 동티베트에 아직 남아 있는 문화인데. 주혼이라고 하거든요. 갑거장채라고 해서 건물도 엄청 높아요. 그 높은 건물 꼭대기에 여자가 지내고 있으면 남자들이 목숨 걸고 올라가서 하룻밤을 보내는 거예요. 애 생기면 결혼하고.
답: 어. 근데 부탄에서는 날 밝기 전에 내려와. 그래서 남자가 대체 어떤 놈인지도 몰라. 애비가 누구인지 모르는 애들이 많다고. 그리고 미얀마나 나갈랜드 같은 곳에도 남아 있어. 다큐멘터리도 본 적 있는데. 여자 부모가 여자를 나무 위로 올려 보내서 살게 해. 올라가고 나면 사다리를 없애 버리고 줄만 하나 늘어뜨리고. 그 줄을 타고 굳이굳이 올라간 힘센 남자는 그 여자 남편이 되는 거야.
문: 한국이랑은 많이 다르네요. 한국은 유교 문화 영향이 확실히 있어서 그런지. 
답: 많이 달라. 근데 한국에 홍등가가 엄청 많잖아. 여기는 그런 건 없어. 개인 차원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이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비즈니스야. 성매매가 있은 연후에 물물교환이란 것도 시작됐다고 봐.  
문: 맞아요. 한국에서는 뭐든 다 해요. 안 그런 척 하는 거죠. 그리고 맞아요. 성매매는 정말 오래된 보편적인 비즈니스죠. 옳고 그름이나 좋고 싫음을 떠나서 이렇게 엄연히 강력하게 존재해온 현상인데 과연 햇빛을 손으로 가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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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여인국 - 동녀국

티베트 통사에는 여인국 이야기가 두 번쯤 등장한다. 이런 희귀하고 신비한 것에는 혹할 수밖에 없다. 서구 오리엔탈리스트와 별다를 것 없는 시각이지만 나는 이런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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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학 때 부탄에서 온 또래 친구가 있었어요. 근데 친구라기보다는... 사실 말을 한 마디도 못 해봤어요. 부탄 사람들은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더라고요.
답: 어. 나도 인도 푸네에서 대학을 다녔거든. 근데 부탄 사람들이 원래 그래. 자기들끼리 어울려. 
문: 제가 나중에 궁금해서 한번 소식을 찾아보니까 부탄 외교관이 됐더라고요. 
답: 엇? 그 사람 나 아는데. 나랑 한국에 같이 갔었어. 지금은 머리 다 벗겨졌다 ㅋㅋㅋ 
문: 세상이 정말 작네요. 걔는 결혼했어요?
답: 그랬던가? 아 했던 것 같은데. 왜? 걔랑 결혼하고 싶었어?
문: ㅋㅋㅋ 또래니까 궁금하잖아요. 부탄 친구는 처음이기도 하고 하도 레어하다 보니 궁금했는데 말을 해볼 기회가 전혀 없었네요. 
 


 
이외에도 이 분이 말씀해주신 재밌는 사실. 
- 부탄 고지대 사람들은 키가 크다. 아마 유제품을 많이 먹어서일 듯 해. 고지대에 일처다부제가 많다. 
- 포춘 텔링 문화가 부탄에도 있긴 하다. 대부분 불교 베이스야. 그런데 내 생각에 그냥 그건 고도의 눈치 게임이야. 자기 미래를 물으러 온 사람의 말을 잘 듣고 그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거지. 해보고 싶으면 한 30~40불 준비하면 돼. 근데 안 해봐도 될 것 같아. 걍 내가 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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