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네팔 포카라 둘째날 본문
일찍 일어나서 빨래를 전부 맡기고 윈드폴로 갔다. 페마가 준 버터티 분말을 가지고 가서 나누어 먹고 산에서 먹을 것만 좀 남기고 윈드폴에 드리고 왔다.
트렉 루트는 거의 99% 정했다. 과연 나의 선택은?!ㅋㅋㅋ 윈드폴 공용 장비 중에서 쓸 것도 따로 좀 빼놓았다. 트렉을 끝낸 많은 분들이 소모품과 본인 장비를 나눠주시기도 하셨다.
할 일
- 네팔 루피 현금 준비
- 루트 조사 및 희망사항 전달
- 아이젠과 치약 구하고 스패츠 짝 맞추기
- 내일은 여기 하루 더 지내고 모레 숙소 옮기기
- 빈 박스나 봉투 구해서 보관할 짐 정리
이후 호숫가에서 멍하니 있거나 걸으면서 햇빛을 즐겼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할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일 7일엔 사람들과 티베트 난민촌과 산악박물관에 가보기로 했고 8일엔 ㅍㄱㅌ가 오며 트렉 준비를 해야 하고 9일엔 새벽 출발하므로 부탄 글을 썼어야 했는데 뭐 어케되것지.
페마가 소개해줘서 같이 만나 놀았던 부탄 친구 겔레이와 얘길 좀 나눴다. 이 친구가 칼림퐁에 9년이나 살았었다고 해서 와우???!!! 싶어서 좀 친해지고 싶은데 IT쪽 일을 했었다더니 과연 대답이 조금 컴퓨터 같았다 ㅋㅋ 요 며칠간은 아마 친구가 일 때문에 트렉 루트를 준비하느라고 바빠서(가이드임) 그런 것 같다. 근데 그게 끝나서 오늘은 상당히 상세히 대답해줬다. 앞으로 계속 물어볼 것을 예고하였음 ㅋㅋㅋㅋ 특히 칼림퐁에 9년 살았다는데 어케 안 물어봄????? 나랑 친구하자^^^
문: 내가 부탄을 떠나고 나서 델롬이라는 샤먼에 대한 기사를 읽었거든. 살다가 트러블이 생기면 이 사람들을 찾아가서 상담하는 거야? 그런 사람들 활동을 많이들 하고 있고 꽤 영향력도 있어?
답: 응. 근데 예전만큼은 아니야. 델롬(delom)은 여자 샤먼이고 파오(pawo)는 남자 샤먼이야. 델롬은 죽어서 사후 세계의 문턱까지 갔다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돌아온 존재야. 파오는 지역의 토착신이나 정령 같은 것들이 깃든 존재. 둘다 샤먼은 맞는데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같은 것 같기도 하고..? 성별 차이인가..?
문: 그럼 이 사람들의 백그라운드는 뵌뽀교라고 봐야 해?
답: 맞아. 히말라야 지역에 불교가 전래될 때 뵌뽀교를 그냥 몰아낸 것이 아니라 대승불교와 밀교가 뵌뽀교의 요소를 좀 흡수했다고 봐.
문: 불교도로서 이런 사람들한테 찾아가는 건 금기시돼?
답: 아냐. 이 사람들도 자신을 불교 신자라고 생각해. 지역 토착신이나 정령 같은 것들은 과거에 구루 린포체나 드룩파 퀸리 같은 불교 수행자들에 의해 제압이 됐어. 그래서 지역 토착신이 파오에게 깃들 땐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야. 불교에 귀의하여 사람들을 돕겠다는 약속을 안한, 즉 제압이 안 된 지역 토착신은 숭배의 대상으로 삼지 않아. 내 고향집이 파로에 있는데 파로와 하 지역에서만 지내는 신년 행사가 롬바라고 있거든. 이때 지역 토착신이 파오에 깃들어서 조언과 경고를 해주는 의식이 있어.
음 역시. 방문했던 수많은 사원에서 'local deities subdued by buddhist masters'에 대해서 페마가 얘기해 주었었다. 저 건물은 구루 린포체가 제압한 지역 토착신의 사당이야, 제압했다는 표식이야, 이곳에 밀봉되어 있어... 등등등. 이렇게 지역신을 불교에서 제압했다는 컨셉은 시킴에서도 나타나는가? 시킴에서는 가이드가 없이 혼자 다녀서 설명을 듣지 못했는데 시킴에서 가이드 일을 했던 다와한테 꼭 한번 물어봐야겠다.
또, 하에 갔을 때 페마도 그런 말을 해줬었다. 하 지역 사람들은 지역 토착신에 대한 신앙 및 샤머니즘이 강하며 지방 정체성도 강렬하여 타지역 사람들을 외국인이라고 부른다고.
겔레이는 심지어 달라이 라마를 친견했으므로 부탄 내에서 달라이 라마의 의미에 대해서도 기회가 되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내가 알기로 부탄에는 최고 지위 승려(chief abbot) 즉 제켄포가 있으며 드룩파 카규의 수장이므로, 겔룩파의 수장 겸 티베트의 정치적 최고 지도자이기도 한 달라이 라마 사진을 부탄의 사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걸로 안다.
또 부탄의 가장 메이저리티 종족을 영어로 현지어로 각각 뭐라고 부르는지도 부탄 사람들한테 한번 물어봐야겠다. 예컨대 인도 남부의 주요 종족은 드라비다인이라고 하듯이, 영국의 주요 종족은 앵글로색슨인이라고 하듯이, 뭐 그런 딱 떨어지는 용어 같은 게 있는지. 내 예상컨대 대답을 잘 못할 것이다. 한국인(나 포함)한테 같은 질문을 하면 음.... 한국인은 그냥 한국인인데? 한민족? 이러는 것처럼. 내가 알기로 부탄, 보티아, 티베트(티베트인들이 자신을 일컫는 말이 '뵈(bod)'이며 티베트 즉 토번의 중국어 발음은 '투붜(bo)'임) 전부 어원이 같은데, 부탄 입장에서는 자신의 주류 민족이 인도의 소수 종족명 중 하나인 보티아인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고, 정치 외교적으로 문제가 매우 복잡하니 티베트인이 주류라고 말할 수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하여튼 부탄의 종족에 대해 물어봤을 때 외모나 언어가 확 다른 소수 그룹인 남부의 '네팔리'에 대해서는 쉽게 얘기했으나 메이저 종족이 뭔지에 대해서는 딱 떨어지게 말을 못한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부탄의 주류 민족은 마치 중국의 '한족'이나 대한민국의 '한민족'처럼 '소수민족 또는 외국인이 아닌 그 무언가'와 같은 애매모호한 것일 수도?? 한족과 한민족이라는 애매모호한 개념에 민감한 지정학적 이유가 깃들어 있듯 부탄도 어쩔 수 없이 그럴 걸로 예상이 됨.
https://en.m.wikipedia.org/wiki/Ethnic_groups_in_Bhutan
하여튼 오늘은 트레킹 계획 본격 시작한 것 이외에는 부탄에 대해 생각한 듯 하다 밀린 글은 안 쓰고 ㅋㅋㅋ 네팔에서는 사실 막 역사가 궁금하고 지역별 종족의 특성을 파헤치고 권역별 문화 특성이 궁금하고 이런 관심엔 못 도달하였다. 네팔은 인도계가 90프로 정도 비중으로 주류를 이룬다 하는데 내가 인도아리안, 힌두 문화는 사실은 관심이 적다. 네팔의 티베트인이나 셰르파인 같은 히말라야 몽골로이드 계통 설산민족이나 이들이 사는 지역에는 관심이 많이 감. 그래서 나 가능하면 여름에 쿰부도 가고 싶고 그 전에 이번에 첫 트레킹 시도를 잘 해내야 해. 그러니까 식고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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