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넷째날 본문
비슷하게 7시 반쯤 시작하여 갸루를 거쳐 3시 무렵쯤 나왈에 도착했다. higher route를 택했으며 경치가 그 어느 날보다도 드라마틱했다.
현재기온 영하 4도 체감온도 영하 7도이며 해발고도 3660m이다. 천천히 걸었고 중간중간 많이 쉬었으며 아직 고산증 증세는 없었다. 별다른 약은 복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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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동네 엄청 높은 언덕에 불탑이 보여서 계단을 한참 걸어 올라가 봤는데 불탑 위에도 계단이 끝도 없었다. 끝까지 가면 뭐가 있는지 궁금했으나 곧 어두워질 마당에 무리하면 고산병 올까봐 파드마삼바바 상을 보고 불탑을 보고 내려왔다. 알고 보니 계단은 다른 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라고 한다. 숙소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쉬지도 않고 올라가더라고 특전사냐고 하셔서 구르카 출신이에요^^* 라고 스웩 부렸음. 실제 구르카에게 인정받은 나의 산악인 자질!! 우리 일행의 가이드 중 두 사람이 구룽족, 마가르족인데 구르카를 구성하는 부족(구룽, 마가르, 라이, 림부족)에 속한다. 나머지 한 사람도 산악 민족인 네와르족이다.
고생해서 불탑까지 간 김에 기도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난 절이 보이면 들어가서 기도를 하는 편인데 이 행위는 어릴 때 엄마 따라 절에 가서 하던 습관적 행위인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엄마의 불교는 기복 신앙 그 자체였고 그건 엄마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종교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샤머니즘이 우리나라 대부분 종교 활동의 근간에 있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사실 매우 인간적이고 본능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다만 도대체 나는 기도를 누구에게 하고 있는 것일까? 불상 앞에서 엎드려 절을 하면 불교를 믿는다고 할 수 있나? 부처가 과연 자신한테 기도한다는 걸 바라기나 했을까?
나는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인류 역사상 희대의 간지 폭풍맨을 철인으로서 존경한다. 그러니까 내가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스토아 철학을 읽고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잘 읽었으며 가끔 좋은 글을 되새겨 읽거나 모범이 되는 사람들을 본받으면서 마음을 다잡는 그런 것과 비슷하다. 사실 싯다르타는 사람들이 자신의 조각상 앞에서 바짝 엎드려 자신에게 기도 같은 걸 하는 걸 절대 바라지 않을 것 같다. 자기 자신을 등불삼아서 쉼없이 정진하라고 한 사람이고 그걸 실천한 사람이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절이 가까이 보이면 굳이 찾아가서 삼배를 한다. 주로 여행길에서 그런다. 가장 친숙한 종교의 성소에서 잠깐 5분 정도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냥 잠시 시간을 빼서 몸을 움직이면서 내 자신이 아닌 무언가 다른 것(부처 아님, 보살 아님, 신 아님) 앞에 겸허해지려는 것이다. 삼배를 하면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즐겁게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는 생각을 세 번 하고 그 길로 돌아나온다. 소원은 가끔 비는데 내 개인적인 소원은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을 뿐더러 그다지 잘 빌지 않는다. 그때그때 딱 떠오르는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 역시 다른 이들에게 그럴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행위를 하는 장소가 습관상 절일 뿐이다. 또 내가 불교 우세 지역을 주로 여행 다니다 보니 내게 도움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 중 불교인이 많기도 하고 흔히 보이는 것도 절이기 때문에 절에 가는 듯 하다. 네가 참 고마워서 네 생각을 하며 너의 모든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고 하면 모두들 좋아한다. 나의 기도는 진짜 단순한 그런 의미이다.
이런 게 불교 신앙이 맞을까? 부처가 가르치고자 한 바가 맞을까? 아닌 것 같지만 해서 나쁠 것은 없는 생각 및 행동이라고 보기에 그냥 한다. 난 불교 백그라운드가 있어서 습관적인 친숙함을 느낄 뿐이지 거의 무교에 가까운 것 같다.
나의 종교 행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절대자 같은 것을 믿고 그 가치체계를 온전히 따르는 그런 개념은 아니다. 다만 석가모니는 너무나 간지폭풍맨이기에 기꺼이 그를 스승으로서 따를 수 있겠다는 그 정도 생각이다. 석가모니가 직접 저술한 책이 있다면 그 책의 상당한 애독자였을 것 같다. 딱 그 정도이다. 불교의 진언을 외거나 어떤 의식을 따르는 것에도 관심이 적다. 한국 절에서도 그런 걸 많이 봤는데 생각해 보면 그런 게 다 좀 밀교적인 요소인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유일신에게 소원을 빌고 인격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고 구원을 받고 하는 그런 것은 나랑은 잘 맞지가 않다. 또한 불상을 만들어서 그 앞에서 어떤 양식으로 절을 하고 주문을 외고 49재를 지내고 이런 밀교적인 것은 문화의 표현 양식이라는 차원에서 호기심의 대상이긴 하나 실제로 내 신앙의 일환으로서 실천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뭔가뭔가 잘 모르겠다. 다만 석가모니의 여정이 너무도 인간적이며 그 깨달음의 내용이 시대를 초월한 타당성이 있어서 그게 좋다. 종교보다는 사상으로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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