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일곱째날 본문

여행/남아시아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일곱째날

bravebird 2024. 3. 15. 21:20

8시 마낭 출발, 2시반 레다 숙소 도착
현재 고도 4200m
산소포화도 70대(? 이거 맞아?), 심박 60-70대
머리 띵한 증세와 발이 약간 찌릿한 증세가 생김
점심 때 아세타졸아마이드 한 알, 저녁때도 먹음
현재 밖에 눈펑펑 내림
최고기온 0도 최저기온 영하 11도

4000m를 딱 넘어서니 무증상이었던 3000m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티베트 라싸가 4000m대 가까운 3700m로 알고 있는데 언젠가 가게 되면 비행기로 바로 날아가지 말고 무조건 칭짱열차를 타고 천천히 가는 것이 안전할 듯 하다. 내일은 새벽 4시쯤 일어나서 서킷의 최고점인 토롱 라를 향해 간다.


마낭에 며칠 머무르며 설표를 찾아다니는 미국 영문학 교수님이 설표 발자국 사진 같은 것을 보내 주신다. 마낭에 롯지를 운영하면서 설표를 비롯한 야생동물을 촬영하는 가이드 분이 있다고 해서 위치와 연락방식을 알아두었다. 이 다음에 다시 돌아온다면 가이드 분께 미리 연락을 드리고 나도 설표 탐험을 같이 가보고 싶다.

서킷이 끝나고 포카라에서 재정비를 하고 나면 뭘 할까? 원래 룸비니를 가서 불교 성지순례 스타트를 끊으려고 했는데 마르디 히말 트렉을 끝내고 먼저 룸비니로 내려간 ㅍㄱㅌ가 35도쯤으로 덥고 재미는 없다고 한다. 그냥 생략하고 치트완 국립공원을 갈까? 아니면 그것도 건너뛰고 그냥 더 더워지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첸나이 또는 뭄바이로 갈까?

그 다음은 시킴과 아루나찰 프라데시여야 하는데 아루나찰 퍼밋은 일단 콜카타부터 가서 신청해야 되나? 시킴쯤에서 부탄 친구들을 다시 만나려면 언제여야 걔들이 좀 한산할 때일까? 뭐 그런 생각을 굴려 보면서 롯지에서 불을 쬔다. 이 모든 건 포카라에 내려가서 목전에 하나씩만 생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노는데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는 것은 이렇게나 좋은 일이구나. 내가 정리해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이런 자유스러운 시간을 스스로에게 줄 수가 있었을까? 도저히 어렵다고 본다.

예전에 겔레이가 물었었다.

겔레이 : How come do you have a long break to travel around?
나 : Hahaha long story short, I got laid off. I am only glad because I knew it was time for me to leave.
겔레이 : Haha and you decided to travel around instead of going back to the rat race.
나 : Yes for sure, because I wouldn't have been able to make the decision to leave. The company helped me with some money. So why not? It's a luck, bless and a chance.
겔레이 : Yeah, blessing in disguise.

그렇다. 뭔 일이 생겨도 그건 위기이자 기회이다. 걍 기회로 보기로 하고 실컷 즐겨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난 내게 실컷 놀 시간을 주겠다. 당장 돈을 벌고 있지 않아도 살아진다는 것을 깨달을 기회를 선물하겠다.

오늘의 노래
https://youtu.be/4V644AyWt3M?feature=shared

Well I can't control the universe
Cause I'm only a man
And I've been reading the papers
But they won't tell me who I am

If you really need a new philosophy
Well there's one that makes sense
The one I profess but I say
Hey whatever
Let your beauty come alive
Let your colour fill the sky
And say whatever
Why don't you liberate your mind
Let your colour fill the sky
All the world's a waiting room
And we're standing in line
For the answers to the question
"What makes this fine?"
Don't let them change your story
Won't let them change your song
Don't let the gurus and philosophers lead you on

Ahh
Hey whatever
Let your beauty come alive
Let your colour fill the sky
And say whatever
Why don't you liberate your mind
Let your colour fill the sky
Wooo!
It's like taking a seat at the roulette table
Just spinning the wheel
Good or bad just take what comes
Don't change how you feel

You're a champion of science
Or are y'just some freak show's fool
What can not be proved, no no
Can still be true
And I say
Hey whatever
Let your beauty come alive
Let your colour fill the sky
And say whatever
Why don't you liberate your mind
Let your colour fill the sky


오늘 가이드 컬린이 나에게 물었다.

컬린 : Is it your first trek?
나 : Yeah.
컬린 : 폼 미쳤다.


고급 한국어에 대폭소 하였다. 가르쳐준 사람 누구얔ㅋㅋㅋ 한국인들이 워낙 많아서 가이드들이 한국어를 꽤 잘한다. 원펀치 쓰리강냉이 이런 말도 알고 눈치코치로 대략 다 알아들으니 너무 총명한 같다. 우리는 어제 가이드들에게 "껌이지"란 말을 알려줬다 킥킥.




코로스 페이스3 결과대로라면 고도 적응을 잘하고 있고 산소포화도도 94%가 나오는데 아까 써본 Fingertip Oximeter의 70%대 산소포화도와는 오차가 커서 뭘 믿어야 되는 건지? 어쨌든 이 상태로 걷는 건 가능한데 잠은 잘 안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오늘은 멜라토닌의 도움을 좀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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