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요새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다섯-여섯째날 본문

여행/남아시아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다섯-여섯째날

bravebird 2024. 3. 14. 21:27

어제 8시 반쯤 출발하여 천천히 걸어 12시 반쯤인가 마낭에 도착했다. 이곳은 고도 적응 및 보급을 위해 2박 정도 쉬어가는 곳이다. 드디어 머리를 감을 수 있었고 심지어 방금도 머리를 감고 왔으니 이틀 연속 호강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출발 전에 써니 언니가 선물해준 여행용 드라이기가 이곳에서 한국인 트레커 다섯 명의 체온과 행복을 책임졌습니다. 언니 고마워! 샤워는 출발 이후 아직 한 번도 할 수가 없었으나 땀이 나는 날씨는 아니어서 별로 간절하지 않지만 머리는 진짜 너무 감고 싶었다.

여섯째날인 오늘은 서너 시간쯤 쉬엄쉬엄 동네 뷰포인트에 올라갔다 왔다. 고도가 3800m 넘었고 눈이 덮여 있어 아이젠이 필요했지만 모두들 컨디션이 괜찮았다. 꼭대기에 룽타도 걸고 소원도 빌면서 고마운 친구들에게 보내줄 10초짜리 동영상도 찍었다. 몇몇에게 보내주었다.

I wish the best of best for my friends who helped me on my way getting here, and I want to be a delight and a helping hand for all of them. Thank you very much. I miss you!

살림살이 (저 파란 것은 헤어 바디 페이스 삼위일체인 다슈를 여행용 팩에 담아온 건데 다슈 진짜 짱이다 ㅋㅋㅋ 남성용 제품인데 향도 좋고 이거 한 통만 사면 전부 해결되니 이제 집에서도 이것만 쓸 것이다 여행 강추템)



이곳에서 나의 별명은 특전사 그리고 박지성이다. 이건 방금 쟀는데 나머지 다른 분들은 안정시 심박수가 90대인 반면 나는 60대이다. 건강검진 결과에서도 매년 심박이 느려서 동성서맥인 걸로 나오는데 이게 하이킹에 매우 유리한 것 같다. 

지금 다시 보니 내가 이렇게 피지컬 능력을 인정받는 거에 매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난 건강염려가 심한 엄마에게 내가 허약하다는 가스라이팅과 건강 잔소리를 들으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반항해온 세월이 길다. 또 기본 체질 자체가 저체중이기에 사람들이 날 약하게 보고 걱정하는 게 하등 도움도 안되는 참견으로 여겨져서 개열받은 적이 많다. 그래서 약하지 않다는 증명을 하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뿌리깊은 것 같다. 근데 난 체격상 저체중일 뿐이지 살면서 체력적으로 뭔가 힘든 경험이 별로 없었다. 이제 내가 약하지 않단 걸 만천하에 증명하겠다, 특히 엄마가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는 생각에서도 좀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그런 것은 아무 소용 없는 짓이다. 이제 다 커서 엄마가 날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누가 뭐라하든 내가 건강하고 지장 없으면 그걸로 그만이므로 더 이상 애써 증명하려 하면 보기 안 좋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하여튼 현재 산소포화도는 모두들 비슷하게 89-90 수준이다. 이제 내일과 모레는 점점 가파르게 고도를 높여서 5400m 정도까지 가게 되는데 부디 모두들 무사했으면 한다. 과연 그 높이에서 내 몸은 어떨지...

이곳에서는 강가푸르나 같은 7455m짜리 높은 봉우리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무슨 백운대에서 인수봉 바라보는 듯한 거리에 있으니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이 보인다.

출발일이 같아서 처음부터 같이 트레킹하고 있는 한국인 일행 넷과 네팔인 가이드 셋, 여덟 사람이 거의 일주일째 서로서로 도와가며 농담해 가며 사진 찍어주며 재밌게 건강히 생활하고 있다. 당장 그날그날의 걷고 먹고 자는 것만 생각하는 말 그대로 down-to-earth한 매일매일이다. 도와가며 천천히 나아가다 보니 벌써 꽤 멀리 왔다. 어떻게 씻지도 못하고 10일씩을 먼지 범벅으로 지내지 싶었는데 벌써 6일째 밤이다. 나중에 돌아보면 사무치게 그리울 특별한 시간이 금방금방 간다.

여기서 쉬는 동안은 부탄 역사책을 틈틈이 읽었다. 여행 중에 자극을 받은 게 많아 호기심이 폭발해서 읽고 싶은 책이 너무 폭증하고 있어서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오늘의 노래는 뮤즈의 Feeling good.
근데 니나 사이먼 원곡도 그렇고 먼가먼가 멜로디가 슬픔. 가사 때문에 간만에 생각난 노래.

https://youtu.be/CmwRQqJsegw?feature=shared



Birds flying high
You know how I feel
Sun in the sky
You know how I feel
Reeds drifting on by
You know how I feel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And I'm feeling good
Fish in the sea
You know how I feel
River running free
You know how I feel
Blossom in the trees
You know how I feel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And I'm feeling good
Dragonfly out in the sun
You know what I mean, don't you know?
Butterflies all out having fun
You know what I mean
Sleep in peace when day is done
And this old world is a new world
And a bold world
For me
Stars when you shine
You know how I feel
Scent of the pine
You know how I feel
Yeah, freedom is mine!
And you know how I feel
It's a new dawn
It's a new day
It's a new life
For me
Freer than you...
Freer than you
I'm feeling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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