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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남아시아

네팔 포카라 휴식 둘째날

bravebird 2024. 3. 20. 23:59

날이 음산하고 미세먼지가 많다. 포카라 페와 호수는 현재 음습함 그 자체이다. 이런 날씨, 이런 풍경 별로 좋아하지 않아. 고여있는 물과 안개와 미세먼지의 조합이라니 음기가 너무 강해서 좀 무섭고 기분 나쁘다.


인지적 종결욕구를 꾹 누르고... 다음 행선지 결정은 하루 더 미뤘다. 여행사 여사장님은 만약 티베트 라싸를 갈 거면 내일까진 결정하고 수속을 시작해야 된다고 했다.

출발지가 카트만두이니 포카라에서 계약하는 것보단 카트만두에서 하는 게 선택지도 많고 가격도 좋을 것 같아 웹서핑을 해봤더니 역시나 그런 것 같다. 라싸 상품 기준 USD 300 정도 저렴한 것 같다. 근데 현장에서 현금을 건네주든지 카드 결제하든지 해야만 하므로 내가 물리적으로 카트만두에 존재해야 해서 그런 게 참 귀찮다.

또 아무리 생각해도 난 라싸 + 카일라스 산 + 구게 세 가지가 모두 들어있는 프로그램을 원한다. 이거 때문에 최종 결정을 미뤘다. 한국 여행사 상품은 그렇게 구성돼 있다. 그러나 무려 700만원 돈이고 출발 시기도 5월이고 출발지도 인천이라 내겐 논옵션이다. 카트만두에서는 라싸, 카일라스 가는 상품은 각각 별개인 게 흠이지만 자주 운영은 된다. 반면 구게 유적을 포함하는 상품은 매우 드물고 신청자가 모이기가 어렵다.

티베트 자치구를 엄청 가고 싶어한 것이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직장인 입장에서 시간을 뺄 수가 없어서 도무지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내 조건에 부합하는 투어 상품을 찾을 수만 있다면 첸나이 뭄바이는 기꺼이 포기하거나 미룰 것이다. 가격은 한국 여행사 가격보다만 저렴하다면 지불 의사가 있다.

하여튼 의도한 것은 아닌데 다니는 곳마다 참 첩첩산중에 민감지역이라 행정적으로 불편하고 수속도 스케줄링도 어렵다. 이런 곳들을 지금 부지런히 가놓아야 나중에 다시 일할 때 짧은 휴가 동안 국내나 일본 같은 데를 가면서 심신이 편할 수 있다. 아 이제 히말라야 안가요 할 수 있다고 ㅋㅋㅋㅋㅋ

1. 라싸만이라도 갈 거면 내일 걍 계약서 쓰고 모레 바로 룸비니 갔다가 카트만두로 가서 랑탕 고사인쿤드 트레킹을 5일 뛰든지, 아니면 게으르고 싶으면 포카라에서 명상이나 요가를 하든지 하고 카트만두에서 며칠 쉬다가 4/4에 라싸 ㄱㄱ
2. 좀더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 나올 때까지 티베트는 보류해두고 싶다면 모레 룸비니 갔다가 카트만두에서 첸나이 또는 뭄바이로 들어가는 항공권 예매 ㄱㄱ

또 오늘부로 아마 퇴사 처리됐을 것임. 회사 오늘 메일로 제반서류 보내준다고 했었는데 아직 안보내줌. 일 좀 제대로 해라 ㅡㅡ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 배부하는 것도 까먹어서 내가 몇 개월 지켜보다가 요청하니까 그때서야 주고 하여튼 처음부터 끝까지 ㅈㄴ 아마추어 같은 회사임 ㅗㅗ 정리해고 시켜준 건 고맙지만 일 좀 똑바로 쳐 해라.

오늘 아무래도 샴페인이라도 터뜨리고 싶은데 타지에 혼자 있으니 그럴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집에 있었어도 어차피 파티를 벌일 일은 없었을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으로 적적함을 달랬다 킼.

장기 여행도 고독한 일이다. 제임스 블런트 You're Beautiful이라는 노래를 아는가? 길 위에서 지내니 그 노래 가사가 자주 생각난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매일 무언가를 발견하고 매일 그것을 그 자리에 놓고 뒤돌아 서는 하루하루다.

https://youtu.be/oofSnsGkops?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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