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룸비니

전날 장장 14시간 버스 이동 ㄷㄷ 좀 편하게 앉아 오려고 소파버스 1600루피짜리로 했더니 직통으로 오는 길이 아니라 무슨 카트만두행 고속도로로 가다가 치트완을 찍고 오는 엄청 돌아오는 버스였다... 종일 굶어서 포카라에서 찐 살은 빠질 것 같다. 다행히 버스정류장 바로 옆이 숙소여서 고생은 않았고 숙소에서 늦은 저녁 한 끼를 먹었는데 엄청 맛있어서 뚝딱하고 씻고 빨래하고 잤다. 모기향도 틀어주고 인터넷 엄청 잘되고 온수도 잘 나오고 침대도 2인용으로 두 개나 있는 큰 숙소인데 하루 1만4천원.

해외 나와서 제일 안정적인 와이파이를 드디어 여기서 써보므로 아침에 4시 몇분에 깬 김에 할일을 좀 많이 했다. 밖에서 새벽 불공 드리는 소리가 은은히 울려왔다.

3월 21일자로 퇴사 처리가 되었기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신청 요건 및 절차를 알아보고 집에 부탁해 놨고,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납부예외도 알아봤다. 회사를 잘리면 국민연금 납부가 당분간 선택의 문제가 되는 특권도 있는 거였습니다. 나는 이후에 소득이 다시 생겨도 아마 추납도 하지 않고 그돈씨 연금 계좌나 ISA에 넣어서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 파하하하하. 국민연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은 나 역시도 미출산을 통하여 드높이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현실적으로 각자도생 준비 중이다. 정부가 어떻게 해주겠지 하는 생각일랑 하지 않는다.

하여튼 비록 그렇더라도 이런 너무 귀찮은 행정적인 것들이 해외에서 앱으로 다 처리가 되는 대한민국은 진짜 위대한 나라다. 나는 비록 미출산의 길을 착실히 걷고 있으나😋 대한민국 부디 침몰하지 않았으면 한다. 해외에 나올 때마다 느끼지만 대한민국 서비스 밎 인프라는 위대하다. 그 짧은 시간에 오직 교육과 노력으로 이만큼을 이뤄낸 진짜 대단한 나라다. 대한민국 만만세!!! 펄-럭! ㅋㅋㅋㅋ

핸드폰 요금제 및 로밍 관련해서도 새로 셋업했다. eSIM은 아직 못 알아봤는데 너무 귀찮다. 인도 가면 eSIM + 인도 유심 조합이 좋을 것 같으니 그때 가서 알아보든가 하자. 당분간 백수가 된 것에 대한 행정처리 할 게 많으니 한국으로부터 오는 문자 인증이나 전화문의가 종종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핸드폰 정지 대신 12,100원짜리 표준요금제 + 로밍 4g짜리 조합으로 변경했는데 약정 기간이 남았어서 위약금은 좀 나왔으나 여러 가지 고려했을 때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약정 기간도 계속 차감이 되므로 원래대로 여름이면 통신사 노예에서 해방된다. 그때 핸드폰 배터리만 한번 교체해 주고 요금 낮춰 쓸 것이다.

아침에 조식을 먹고 룸비니 산스크리틱 구역으로 가서 진짜 원없이 다 돌았다. 따뜻하고 새 소리 들리고 연못 있고 원숭이 뛰놀고 한국에서 오신 다정하고 쾌활한 스님들도 여럿 만나고 해서 너무 좋아서 내일도 여기서 하루 더 보내려다가 오늘 오후 3시 정도까지 2만 5천보 걷고는 뽕을 뽑아버려서 걍 내일 아침차 타고 카트만두에 가기로 했다. 도착하면 저녁이므로 좀 쉬고 이튿날 티베트 여행과 랑탕 트렉을 알아볼 거다.

룸비니 세계문화유산 구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마야데비 사원, 아소카 석주를 먼저 보고 이후에 각국 사찰을 대부분 다 봤다. 포켓몬고에서 안 돌린 포켓스탑을 전부 돌려 버리고자 하는 의지 덕분이었다. ㅋㅋㅋㅋㅋ 너무 멀고 포켓스탑도 듬성듬성한 월드 피스 파고다 쪽을 제외한 세계 사찰 구역의 접근 가능한 포켓스탑은 다 돌렸고, 뿌갤 수 있는 체육관은 다 뿌갠 후 내 포켓몬을 배치해 놨다. 현재 룸비니 산스크리틱 구역의 체육관은 대부분 노란팀 차지로 대부분 내 포켓몬이 배치돼 있다. 또 룸비니 동산 아니랄까봐 오늘 플라베베(꽃 포켓몬)도 엄청 나와서 색깔별로 듬뿍 잡음.

my missionaries in the foreign field 😏 현재 체육관에 배치된 포켓몬들 이것보다 더 많음 이것들아 포켓코인 알차게 벌어오너라 주인 백수다

마야 데비 사원 (부처 탄생지)

마야 부인이 목욕했다는 연못

아소카 석주 (아소카 대왕이 부처 탄신지를 순례한 후 만들어둔 석주로, 부처가 역사적 인물임을 증명하는 고고학적 증거로 인정됨)

우리의 사촌 원숭이. 인간은 럭키(?!) 원숭이.

각국 갖가지 양식의 사원과 불탑, 근데 어디든 조금 조악하고 미완이고 공사 중이긴 했음

한국 사찰 대성석가사, 법당 내부는 들어가볼 수 없었으나 밖에서 들여다보니 내부가 아직 휑했음

예불 및 공양시간, 난 못 가봤음, 원래 여기서 1박(숙박 및 3끼 제공에 500루피)이라도 하고 가려 했는데 도보 거리가 꽤 되어서 체크아웃하고 짐 지고 오는 건 무리라 판단

대성석가사 전경

불교 5계. 아주 현실적이고 지킬 수 있는 내용이다. 술도 마시지 말라면 안 마실 수 있다. 난 술을 마시긴 하나 지금 당장 내 인생에서 술이 영원히 사라져도 하등의 영향이 없다. 다만 술을 굳이 입에도 안 대야 할 이유는 모르겠다. 뭐든 탐닉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

이제 식고 저녁밥 먹으러 갈거다. 내일 05시 45분까지 버스타러 가야됨. 카트만두 기다려라. 비자 끝나기 전에 불태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