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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푸나카 치미 라캉 사원 - 파로 첫째날 본문

여행/남아시아

부탄 푸나카 치미 라캉 사원 - 파로 첫째날

bravebird 2024. 4. 6. 13:20

부탄 글이 밀린 것을 오늘 한번 한꺼번에 써봐야겠다. 2월 29일~3월 2일 사이에는 푸나카, 파로, 하를 방문했는데 이에 대해 쓰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상에 앉아 태블릿으로 글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일단 숙소에 테이블과 의자 자체가 잘 없을 뿐더러 태블릿을 켜는 일 자체가 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에는 그날그날 기억과 감상이 날아가기 전에 휴대폰으로 되는 대로 써서 올린다. 대충 남겨 놓고 나중에 진짜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서는 따로 리서치를 좀 해보고 내륙아시아 폴더에다가 다시 잘 쓰는 방식이 훨씬 생산적인 듯 하다.

2월 29일은 폽지카 지역에서 푸나카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서 특색 있는 사원 한 곳을 방문했다. 치미 라캉이라는 곳으로 Divine Madman 드룩파 퀸리를 기념하는 사원이다. 드룩파 퀸리는 부탄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탄트라 성자로 엄격한 금욕 등 한 가지 방편으로 치우친 수행 방식에 반대하여 다양한 여성들과 함께 자유로운 성생활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탄은 드룩파 퀸리의 전통이 있어서인지 성문화가 상당히 개방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룩파 퀸리의 도상학적인 특징은 로브(robe) 형태의 긴 옷이 아닌 짧은 바지와 도르지공을 걸치고 있고, 화살통을 메고 있으며, 사냥개가 근처에 있다는 점이다.




드룩파 퀸리는 이전 글에서도 다룬 바 있듯 부탄의 남근 숭배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존재이다. 부탄에서 남근은 사악한 기운을 퇴치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서 건물 내외부 장식 요소로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치미 라캉으로 가는 길에는 집집마다 각양각색의 고추가 아주 노골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너무 웃겼다. 이곳에서 남근은 또한 다산을 상징한다. 치미 라캉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이후 아이를 갖게 된 가정에서 보내온 사진과 엽서가 여러 편 보관되어 있다.




이날은 치미 라캉을 본 이후 파로까지 긴 차량이동을 한 후에 매우 좋은 숙소에 도착했다. 하루종일 이동이 길었던지라 밥먹고 씻고 잤던 것으로 기억한다.


3월 1일은 파로에서 보낸 첫째날로 7시 반에 일찍 일어나서 부탄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이라이트이자 최대 성지인 탁상 곰파, 일명 타이거 네스트까지 하이킹을 했다. 하이킹 시간이 꽤나 소요가 되었다. 탁상 곰파는 파드마삼바바가 직접 찾아와서 명상한 사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매우 험한 절벽에 위치하고 있어서 경치가 매우 기이하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내가 보는 것을 담지 못했다. 이날 페마가 탁상 곰파를 배경으로 좋은 사진들을 매우 많이 찍어 주었다. 올라가는 길에 포켓스탑과 포켓몬 체육관이 줄줄이 많아서 열심히 플레이를 했으나 정작 탁상 곰파 본 건물에는 너무 강한 파란팀이 버티고 있으면서 계속 방어를 하는 바람에 점거에 실패하였다. 아 나도 성지에 버티고 있으면서 기운 좀 받고 싶은데 ㅋㅋㅋㅋㅋㅋ




또 이날 탁상 곰파에서 전날 만났던 프랑스 부부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저씨는 양궁을 20년 이상인가 했다고 한다. 또 그 팀의 부탄인 드라이버 역시 활을 쏜다고 한다. 나 역시 한국에서 활을 쏘는 사람이라 3국의 궁수들이 서로 신기해 하면서 반가워했다. 다같이 사진도 찍고 카페에서 이야기도 나누다가 그 다음 행선지인 키추 라캉도 같이 갔다. 키추 라캉은 티베트의 가장 위대한 왕이자 불교를 국교로 도입한 송첸감포가 직접 지은 108개의 사원 중 하나로 전설상에 남아 있다.  




아래는 이날 하이킹 하면서 들은 트리비아.  
- 부탄 불교는 티베트 불교 종파 중 카규파, 그 중에서도 드룩파 카규파에 속하는데 부탄 내에 겔룩파와 사캬파 사원은 없다고 한다. 또한 부탄의 69대 제켄포(Chief Abbot)는 닝마파 수장을 쫓아냈다고 한다.
- 닝마파 승려는 카규파 승려보다 좀 더 어두운 색의 붉은 가사를 입으며 머리가 완전 대머리가 아니라 약간 좀더 긴 까까머리다.  
- 부탄에도 시킴이나 네팔 등지에 사는 구룽, 타망, 렙차인 등 고산 민족들이 다양하게 분포하며 특히 구룽과 타망은 몽골인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타망은 기병대의 후손으로 약간 고귀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 부탄은 주로 푸나카 인근에서 수력발전을 하며 전국에 수력발전소 두 군데가 있고 인도와 방글라데시에 전기를 수출할 정도로 풍족한 편이다.
- Josh Gates라는 사람이 예티에 대해서 조사하였다.

이날 저녁엔 도르지덴마 농장의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부탄 전통 스톤배스를 하고 저녁을 먹었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여자분은 양궁 올림픽 대표 선수였다. 낮에 왔으면 활쏘기를 한번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저녁나절에 오게 되어서 활쏘기는 해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이 집의 너무 귀여운 여자아이들 두 명이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의 팬이라 나에게 말도 많이 걸어 주었다.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다. 같이 카드 쌓고 놀기도 하고 고양이도 많이 만졌는데 떠나기가 너무 아쉬웠다. 나중에 부탄에 돌아올 수 있다면 이 집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그 전날 프랑스 부부가 이 집에서 숙박을 하고 활도 쏘아보고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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