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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개구리와 올챙이 수묵화 2점. 원래 다른 사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담백하고 정감 있어서 오래 두고 보려고 가져왔다. 첫 번째는 치바이스의 작품이 맞고, 두 번째는 이름이나 인장이 선명히 보이진 않지만 치바이스 것은 아닌 것 같아 확실치 않다. 요즘 통근길에 중국인 이야기 1권 읽다가 중국 근현대 대화가들인 쉬베이훙과 치바이스의 미담에 감화되었다. 쉬베이훙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치바이스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한다. 치바이스는 목수 출신 평민화가라 처음에는 그림의 가치가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쉬베이훙이 어느 날 한 전시회에서 구석에 걸려 있는 치바이스 그림을 발견했다. 즉시 직원을 불러다가 잘 보이는 곳에 걸게 하고 가격을 대폭 올려 적은 다음 쉬베이훙이 정한 가격이라고 쪽지를 붙여놓았다. 그 때부터 치..
중국어로 스웨덴은 瑞典(rui4dian3), 스위스는 瑞士(rui4shi4)라고 한다. 瑞 자는 상서로울 [서] 자라서 한국한자음으로 읽으면 각각 '서전', '서사'이므로 대략 원어와 비슷하다. 근데 이 [서] 자가 북경관화(만다린)에서는 [rui4]로 발음이 되는 바람에 원래 소리와 상당히 많이 다르다. http://cn.voicedic.com/ 여기 들어가서 한자를 입력하면 중국 각 방언별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들을 수 있다. 瑞를 입력해보니, 역시 보통화만 [rui4]이고 나머지 방언권에서는 대부분 s계통이나 z계통 초성으로 실현된다. 광둥화는 [seoi6], 민난화는 [sui6], 차오저우화도 [sui6], 상하이화는 瑞[zeu], 쑤저우화는 瑞[ze231]. 모두 동남부 연안지방 방언인데 한국한자..
겨울에만 가보아 매우 추웠던 기억만 남아있는 천단. 천단의 아이콘인 기년전. 환상적인 유월 하늘과 부드러운 새털구름과 함께 도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내 어여쁘소서. 원구단. 한 가족이 찍혀서 왠지 더 정겹네.
마지막 날은 영묘에 누워 있는 택동이 횽 만나러 아침 댓바람부터 친구와 함께 천안문으로. 베이징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기오염 냄새가 진동한다. 도저히 그곳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청명함 아래 천안문이 도도히 틀어앉아 있었다. 이 하늘 한 조각만으로도 이번 베이징 방문, 성공적!
청나라 건륭제 남방 순행을 엄청난 폭의 두루마기에 그려서 기록한 시리즈물. 사람들 제일 바글바글한 시장통 부분만 찍어 왔다. 드디어 처음 가본 베이징 중국국가박물관에서 기념으로 찍은 것. 유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함과 담백함 덕분에 이렇게 소상한 생활상을 다 볼 수 있다. 두 번째 사진은 약간 기울어져 있어 아쉽지만 둘러앉아 술 한잔 걸치고 있는 아저씨들이 정겨워서 담아보았다.
광장무는 사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워낙 인기다. 중국 사람들, 특히 중년층은 집 근처 공터나 이름난 공원에서 여럿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춘다. 아침에 광장무 음악소리에 깨기도 하고 오며가며 구경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나도 가끔 따라 췄다. 우리 학교는 중앙민족대학이라고 소수민족 학생들의 메카 같은 곳이었다. 티베트 학생들이 금요일 저녁마다 학교 안의 작은 공터에 모여서 둥그렇게 빙빙 돌며 티베트 전통춤 궈좡(锅庄)이라는 걸 췄다. 나만의 프라이데이 나잇이라며 매번 손꼽아 기다렸었다. 우연히 밥먹다가 옆자리라서 알게 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1학년 시절 룸메이트가 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티베트 남학생한테 반해서 티베트 문화 애호가였다. 이 녀석이 나머지 두 친구한테..
베이징에는 후통(胡同)이라고 부르는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많이 있다. 이처럼 아파트와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신시가지와 구별되는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라오베이징(老北京)이라고 한다. 이 라오베이징의 후통을 돌아다니며 마주치는 할머지 할아버지들도 빼놓을 수 없는 베이징 매력 포인트. 2호선 구로우따지에(鼓楼大街, 고루대가) 역에서 내려 고루, 종루방향으로 걸어내려오다가 아무 골목길이나 들어가면 이런 광경이 나온다. 이곳은 베이징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고 종종 정처없이 쏘다니곤 했다. 이번에도 숙소를 이곳 근처에 잡았다. 이곳엔 언제나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와서 마작이나 카드놀이를 하고 계신다. 서울에서는 놀려면 카페를 가서 돈을 써야 한다. 옛 서울의 모습도 별로 안 남아있다. 라오베이징에는 ..
중국 메뉴판 영문 번역은 엉망이기로 유명하다. 사람의 번역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근데 보다 보면 박장대소할 만한 것도 많고 상당히 정겹다. 아래는 실제로 이번 여행 중 찍었다. 우다오커우 문진호텔 근처의 음식점.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 세 단어로 현대사 요약 + 요리명에 정치사를 담는 허허실실의 묘리 ㄷㄷ해. ... 이 이건 ...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푸쉬킨의 〈보리스 고두노프〉처럼 동란시대에 대해 다룬 희곡. 선악구도가 상당히 단순하다. 슈이스키와 가짜 드미트리 1세(본명 그리고리 오트레피예프, 본업 수도자)는 실존 인물이지만, 슈이스키의 딸인 크세니야와 그 연인 게오르기는 가상 인물이다. 크세니야를 강탈하려는 가짜 드미트리 1세의 악랄함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낸 인물 구도이다. 드미트리는 재고의 여지 없이 극악무도하고 크세니야는 더할 나위 없이 가련한 희생자여서 복잡다단한 심리드라마(예: 맥베스!!)를 보는 듯한 현대적 재미는 좀 떨어진다. 무대에 올리면 무대장치도 상당히 간소할 것 같다. 전투 장면 같은 것은 보여주기 방식이 아니라 말하기 방식으로 간단히 처리돼 있다. 폭력적인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았던 고전비극의 전형적인 작..
정독도서관 갔을 때 자서전 장르에 대한 신간이 나왔길래 빌려 읽고 있다. 서울대 불문과 교수 유호식 저. 제목 《자서전》. 자서전, 혹은 자기 이야기 장르에는 대학교 3학년 때 몹시 관심이 많았다. 그때쯤 자서전은 아니지만 자기 이야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들인 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도, 카뮈 《전락》도, 레르몬토프 《우리 시대의 영웅》도 열광하며 읽었었다. 자기의식이 강하고 유난히 예민했던 시기였다. 이청준의 〈자서전들 쓰십시다〉를 주제작으로, 《당신들의 천국》을 참고작으로 해서 이 주제로 학부 졸업논문을 쓰려고도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대학생활 한 시기의 거대한 주제였기에, 마지막 학기에 구직활동을 병행하며 대충 쓸 수밖에 없었던 졸업논문의 주제로 삼기에 켕기는 점이 많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