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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여섯째날은 첫째날 잔 붓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랑탕이 진짜 좀 아쉽긴 한 게 그냥 올라갔다가 그대로 같은 길로 돌아온다. 물론 약간 변화를 줘서 셰르파가온 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는데 나는 그냥 좀더 빨리 가려고 같은 길로 내려와 버렸다. 올라갈 때 들렀던 티베트 난민 캠프에 들러서 할아버지한테 인사도 하고 하여튼 무난무난하게 복귀함.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버스는 다음날 아침에 있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에 하루 자면서 오랜만에 풀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음. 이튿날 버스에서 지프로 한번 바꿔 타고 낮 3시쯤에 카트만두 타멜의 숙소로 무사 복귀했다. 바로 빨래를 정리해서 맡기고 밖에 나가서 피자 한 판을 벌컥벌컥 마셨으며 감기 기운이 있어서 맥주는 초인적인 의지로 참은 다음 티베트 북스토어에 가서 ..

일어나 보니 눈이 많이 내려서 고도가 거의 5천미터가 되는 체르코 리는 생략하기로 하고 하강을 시작했다. 랑탕 트렉은 온 길을 그대로 돌아오는 거라 조금 재미가 덜한 것 같다. 하루종일 재게 걸어서 둘째날 묵었던 롯지로 돌아오니 밖에는 지금 비가 많이 온다. 밍마 아저씨가 보통 이틀 걸리는 길을 하루만에 온 거라고 한다. 어제 오늘 실컷 걸어서 4일 일정을 2일로 단축한 것. 요즘은 공간지능이나 스페이셜 메모리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 카트만두에서 더르바르 광장에 갔다가 12년 전 앉아 있었던 자리가 다 떠오른 것에 조금 놀라서였음. 난 여행을 할 때 손으로 적는 메모장을 지참해서 다닌다. 직접 손으로 메모를 하면 빠르고 편리하며 폰에 타자를 치는 것보다 경청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도 ..

9시 출발 1시 컁진 곰파 도착. 중간에 한 시간쯤 밍마 아저씨가 아시는 티베트 노부부 집에서 쉬면서 창(티베트 곡주)도 얻어 마시고 감자도 먹고 갔음. 현재 고도 3857m 최고기온 7도 최저기온 영하 2도 현재 체감온도 2도. 점심 먹고 나서 약 4300m 정도 되는 컁진 리를 다녀옴. 약 2시 출발, 약 4시 반 복귀. 알고 보니 보통 오늘은 컁진 리까지 가는 날이 아니라 점심 때 롯지에 도착해서 씻고 쉬면서 고도 적응하는 날이라던데 굉장히 빠르게 컁진 리에 다녀온 거라고 함. 내가 걸음이 워낙 빠르다고 하시네요. 성격이 급한 게 발걸음에 나오나 보다. 오늘은 약간 다리가 저리거나 평소보다는 호흡이 짧아지는 등 조금 고소 반응이 있어서 들이쉬기 2박자 내쉬기 1박자 호흡에 신경을 쓰며 걸었다. 다행..

둘째날 8시 출발 15시 림체 도착. 해발고도 2455m. 와이파이 300루피인데 어차피 다이닝 룸 말고 방에서는 쓸 수가 없어서 그냥 안 삼. 이날은 콘센트가 없어서 충전도 못함. 방 안에 화장실도 없었음. 이도 못 닦고 잠. 그러나 춥지는 않게 잤음. 셋째날 8시 출발 16시 랑탕 도착. 해발고도 3434m. 계단을 오르면 살짝 숨이 찬 고도에 도달하여 지금부터는 고산증 약 복용. 여기선 풀샤워도 할 수 있어서 새사람이 되었으며 마스크 세탁을 해서 바짝 말리기까지 하고 잠도 따뜻하게 잘 잠.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하루종일 업힐이라 짐 지고 걷기에 너무 피곤했고 안개가 껴서 설산도 안 보였으나 걷기는 좋은 날씨였음. 걸음은 빨랐음. 밍마 아저씨가 너무 빨리 걸어서 내가 무조건 앞에 선다고 하고 나름..

결국 약 7일짜리 일정으로 트레킹을 또 하게 되었다. 여름에 우기 되기 전에 지금 봄 무렵이 트레킹 최적기라서 뽕 다 뽑고 출국할 거다. 체온 보전과 쑥과 마늘의 사명을 띠고 나와있는 현재 위치는 샤프루베시. 아침 8시쯤 출발해서 오후 4시쯤 도착했으니 8시간 가량 소요. 등산은 하지 않았고 어프로치만으로 하루가 갔다. 현재 해발고도는 1459m로 높지 않으며 최고 최저기온 각각 18, 12도, 체감온도 15도 가량. 온수만 나온다면 샤워를 해도 무리 없으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물을 만져보니 머리도 감을 수 없을 것 같다. 랑탕은 안나푸르나 서킷 대비 최고 고도가 낮고 일정도 좀더 짧은 곳인데다 경험이 생겨서(즉 문명인의 체면을 많이 내려놓게 되어) 짐은 확연히 가벼워졌다. 아이젠, 스패츠, 무릎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