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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출장 첫날 회식에서 또라이한테 걸려서 아까운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했다. 다음날은 반드시 내 뜻대로(!) 활용하겠다는 각오로 유카타를 입고 잠들었다. (회식 때문에 온천을 못했으니 잠옷으로라도 쓰자...) 다행히 도쿄국립박물관 위치는 기가 막히게 절묘했다. 도쿄 명소인 우에노 공원 안에 있는데, 나리타 공항 가는 스카이라이너 정거장이 바로 근처의 게이세이 우에노 역이다. 첫날부터 이 절묘한 위치를 살살 어필하면서 밑밥을 깐 덕분에 3명의 일행 모두는 우에노 공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음하하!! 선배 한 분은 공원을 돌아보기로, 다른 한 분은 박물관에 같이 가겠다고 하셨다. 혹시나 박물관 구경이 좀 길어지거나 하더라도 눈치가 덜 보이게끔 입장권을 사서 건네 드렸다. 이것도 요즘 연습 중인 협상기술의 일환. ..
11월 16-17일, 처음 해외 출장이자 처음 일본 방문이었다. 목적지는 도쿄. 도쿄국립박물관에 오타니 탐험대의 컬렉션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가려고 했던 중요 목적지였다. 시간이 나면 꼭 가보려고 리서치를 하고 지도도 뽑아두었다. 일하러 가는 출장이 아니라 행사 참석이 목적이고, 어르신들이 아니라 타부서 젊은 선배님들이 동행이어서 기회가 있어 보였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일본 최대 박물관이다. 1872년에 첫 전시를 시작해서 1882년에 현재 위치인 우에노 공원 내부로 터를 옮겼다. 근대의 산물인 박물관이 으레 그렇듯 도쿄국립박물관도 일본 안팎의 세계를 파악하고 다스리기 위한 국가주의와 제국주의 지식의 팡테옹이었다. 이곳의 오타니 컬렉션도 예외가 아니다. 오타니 탐험대는 스벤 헤딘과 오렐 스타인, 알베르..
5. 그리스-박트리아 왕국의 아이 하눔 유적 1960년대 이전에는 그리스계 왕들의 화폐 같은 소수 유물만이 그리스-박트리아 왕국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었다. 1964년에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북부 아이 하눔 유적의 발굴을 통해서 드디어 이 왕국의 전모가 드러난다. 아이 하눔에서는 아크로폴리스가 갖춰진 그리스풍 도시, 코린트식 열주가 있는 석조 건축물, 그리고 고전 양식의 신상과 인물상이 발견되어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실증해 주었다. 6. 사카-파르티아 시기의 탁실라 유적 인더스강 동안에 있는 탁실라에서도 그리스인의 도시가 발견됐다. 이 지역에는 Bhir Mound, Sirkap, Sirsukh등의 도시 유적이 남아있는데, 사카-파르티아 세력이 그리스-박트리아인의 뒤를 이어 지배한 시기의 유..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에 갔더니 문헌학자 펠리오의 둔황 막고굴 컬렉션은 생각보다 양이 적었다. 알프레드 푸세, 조셉 하킨 같은 고고학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져온 간다라 양식 조각상이 훨씬 많았다. 집에 돌아와서야 천천히 조사를 해보다가 생각보다 내용이 재미있길래 《간다라 미술》이라는 도해집을 빌려왔다. 1999년도에 예술의전당에서 파키스탄 정부의 후원을 받아 개최한 전시회의 도록이다. 도해집이라 기본적으로 사진이 많고, 앞에 붙어있는 이주형 교수의 소개글이 읽어볼 만하다. 그 내용을 간추리고 이미지를 추가해서 정리했다. 1.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간다라 미술을 이야기하려면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을 빼놓을 수 없다. 알렉산더 대왕은 지중해의 마케도니아에서 서아시아를 지나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
기메 박물관 중앙아시아 전시품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고 펠리오가 직접 가져온 것도 일부분이어서 조금 김이 빠진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잘 몰랐던 다른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날라온 것이 많이 있었다. 워낙 생소한 이름들이라 글을 쓰다가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알프레드 푸세(Alfred Foucher)는 프랑스의 유명한 불교미술 사학자였다. 푸세의 전문 연구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카불, 젤랄라바드 인근이었지만 프랑스 정부에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그리스 식민 도시국가의 터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박트리아 지방(현재의 발흐)으로 푸세를 보내 버렸다. 이곳은 기후가 적당하지 않았으며 푸세 부부는 식수 오염으로 거의 죽을 위기까지 넘겼다고 한다. 푸세의 박트리아 조사는 대..
보려고 노리고 있던 전시인데 마지막 날에 드디어 사수했다. 작년에 러시아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의 틸리야 테페 발굴 이야기를 우연히 접한 적이 있는데, 오래지 않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해주길래 신기했다. 이 사리아니디의 아프가니스탄 박트리아 유적 발굴에 대해서는 《보물 추적자》라는 책의 첫 번째 챕터에 재밌게 잘 쓰여 있다. 참고로 두 번째 챕터는 중국령 투르키스탄(신장)과 둔황의 실크로드 유물을 가져간 열강 탐험가들 이야기다. 홀이 하나뿐인 크지 않은 전시실에서 열린 특별 전시였는데 볼거리는 풍부했다. 인터넷 사이트와 앱을 통한 무료 오디오가이드도 큰 도움이 됐다. 가장 봐둘 만한 건 틸리야 테페 고분군에서 나온 금관. 국사책에서 익히 봤던 신라나 가야 금관이랑 상당히 비슷하다. 둘 사이에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