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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제3장: 하급무사에서 '지사'로 사쓰마와 조슈 등 웅번의 하급 무사들은 존왕양이 및 도막운동 노선을 형성함으로써 점차적으로 번정부를 장악하였다. 이처럼 도쿠가와 체제의 주변부에 속했던 하급 무사는 어떻게 새로운 정치체제 구축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는가? 존왕양이론은 도쿠가와 후기 미토번에서 성장한 존왕론의 영향을 받아 쇄국체제의 유지를 주장하는 사상이었다. 특히 1858년 이이 나오스케의 통상조약 체결에 대해 코오메이 천황과 미토번주인 도쿠가와 나리아키가 강하게 반발한 것을 계기로 막부비판 논리로 자리잡았다. 교토에서는 천황과 양이파 공경들이 막부를 비판했으며, 다이묘 중에는 히토츠바시파 인사들이 항의했다. 지방에서는 조슈번과 미토번이 양이론을 번의 공식입장으로 채택했다. 일부 무사 중에서도 조슈번의 요..
제1장: 페리 내항과 막부의 개국정책 1853년 페리 함대(흑선)가 에도 앞바다에 나타나 무력시위를 벌인 이듬해, 미국과 일본은 미일화친조약(카나가와조약)을 체결한다. 1858년에는 미일수호통상조약이 조인되면서 개항장이 카나가와, 하코다테, 니가타, 효고, 나가사키의 5개로 늘어난다. 에도와 오사카는 개시장으로 정해졌으며, 에도에는 공사, 개항장에는 영사 주재를 허용하게 되었다. 외교대표의 국내여행과 외국인의 개항장 거류 및 개시장 체재 역시 허용된다.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이 시행되었으며, 협정관세를 채택하고 외국화폐가 자유로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특히 영사재판권, 협정관세율, 편무적 최혜국대우 등의 불평등한 규정이 성문화된다. 이처럼 막부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굴복하여 2차례에 걸쳐 개국조약을 통해 ..
베를린에 도착한 첫날 박물관섬을 둘러보면서 발견한 낙서들입니다. 고금의 쟁쟁한 명사들이 남긴 말이네요. 독일어를 모르기에 그 자리에서 바로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유명한 베를린 낙서들을 처음 보니 독일에 온 것이 실감이 나서 기뻤습니다. 언젠가 꼭 다시 돌아갈 생각인데, 그때는 독일어 낙서들을 바로 알아들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Die zeit verlängert sich für alle, die sie zu nutzen verstehen. Time is extended for those who know how to use it. 시간은 그것을 쓸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 확장된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Es gibt kein genie ohne eine beimischung von wahnsinn..
책상 정리하다가 2011년 1학기에 메모해둔 것들이 나왔다. 이때는 중국 교환학생 나가기 직전으로, 교생실습을 나갔었고 지겨운 교직 및 전필 과목을 한껏 몰아 들었다. 과목이 하나같이 재미가 없어서 수업시간마다 딴 책을 탐독하면서 종이에 베껴 적거나 하며 버티곤 했다. 그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 관련 책에서 옮겨 적은 내용인데, 앙드레 지드의 저작으로 기억한다. 나는 확실히 양가성이라는 주제에 매우 이끌린다. 처음으로 읽으면서 전율한 책도 Fair is foul, foul is fair로 유명한 맥베스였다. 최초로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던 도시인 홍콩도 동양과 서양이, 그리고 보편과 로컬이 미묘하게 교차하고 투쟁하며 한편으로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러시아는 쌍두독수리로 상징될 만큼 유럽과 아시아 그 모두이자..
베를린 갈 때 제일 기대했던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여기로 나폴레옹도 입성하고 히틀러도 진군하고 소련 홍군도 깃발을 내걸었다. 독일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첫날 저녁에 박물관섬을 둘러보고서 운터 덴 린덴 거리를 따라 걷다가 저 앞에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야경이 딱 나타났을 때의 감격이란...! 바로 요것이 소련 홍군이 베를린을 함락시키고서 브란덴부르크 게이트에 깃발을 내거는 모습이다. 제국의회 의사당에 깃발 꽂는 사진도 아주 유명한데 그건 언젠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요것은 모스크바 승리공원(Парк Победы) 대조국전쟁 박물관에 있는 이미지. 깃발에 빨간색이 들어가 있다. 역시 대조국전쟁 박물관에 있는 기념 메달. 줄무늬를 보니까 성 게오르기 훈장 무늬인데 밀덕이 아니라서 자세..
2009년에 성의 철학과 성윤리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동성애, 성매매, 결혼, 사랑과 성 등의 주제를 다루는 수업이었는데 별로 유익한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특정한 계기가 최근 있었던지라, 요즘 들어 새삼 되새겨보고 있다. 수업을 들은 목적은 성매매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여성과 법, 그리고 인권, NGO, 세계시민사회 수업도 들었고, 페미니즘 관련서도 챙겨 읽었었다. 그 모든 것의 연장선상에서 선택했던 수업이다.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큰 의문이 없는 편이었지만 성매매 부분만은 끝까지 입장정리가 어려웠다. 섹슈얼리티의 상품화를 윤리적으로 반대하는 전통적 입장과, 성판매 종사자의 직업 선택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급진적 입장 사이에서 좌표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각 정립에 도움을..
베를린의 한국문화원은 베를린 중심지인 포츠다머 플라츠 근처에 있다. 도시 곳곳에 이렇게 그래피티가 그려진 옛 베를린 장벽터가 남아있다. 이 장벽터는 한국문화원 바로 맞은편에 있다. 베를린 장벽이 지나갔던 자리 바로 위에 한국문화원을 설립하여, 통일에 대한 염원뿐만 아니라 독일과 한국 사이의 역사적 유사성을 공간적으로 표현했다. 문화원에서 한국어 수업 듣는 친구를 기다렸다. 밖에 나갈 수도 있었지만 근처의 웬만한 관광지는 다 본 관계로 도서실에서 잠깐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이런저런 책이 많아서 뒤져보았는데 웬걸. 초등학교 1, 2학년 때 읽었던 어린이용 파우스트가 있지 않겠는가! 그때는 아버지 근무지 발령 관계로 1년 반 동안 경북 의성에 살았었다. 집 바로 가까이에 아늑한 어린이 도서관이 있어 자주 ..
이현애, 《독일 미술관을 걷다》, 마로니에북스, 2013, pp.22-95에서 베를린 부분을 발췌한 것으로, 견학 때 틈틈이 참고할 예정입니다. 달렘 박물관 내용이 없는 것만이 조금 아쉽습니다. 저는 달렘 박물관의 아시아미술관(인도미술관)에 있는 알베르트 폰 르코크 컬렉션(라 쓰고 실크로드 약탈컬렉션이라 읽습니다)을 가장 기대하고 있습니다. 르코크는 수많은 서양인 실크로드 약탈자들 중에서 벽화를 가장 악질적으로 싹둑싹둑 덩어리째 베어간 것으로 악명 높고, 그중 많은 것들이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아 깡그리 흙먼지가 되었죠. 자, 르코크 얘기는 다음에 따로 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박물관으로 유명하다는 베를린에 가기 전에 벼락치기를 좀 해본 흔적이 아래와 같습니다. 1. 알테스 무제움 (Altes M..
오토 폰 비스마르크. 오래 전에 외교학 수업 들을 때 아 이런 천재도 있구나 + 정신없어 죽겠다, 라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삼제동맹이니 삼국동맹이니 재보장조약이니 으으 디테일은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하지만 저 모든 걸 거미줄 짜듯 구상해서 독일을 통일하고 프랑스를 한땀한땀 옭아매버린(!!) 신출귀몰한 외교가 비스마르크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차라리 행정은 하면 했지, 현실정치가나 외교관 같은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잘하지 못할 성격입니다. 기민하게 흐름을 읽고 정확하게 패를 가늠해서 상황상황에 맞게 타짜 기질을 발휘해야 하는 정치란... 천성적으로 너무 안 맞습니다. 그런 제게 원천적인 불능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정치를 비스마르크는 저토록 아..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러시아 문학 주요 작가와 작품을 살펴본 책이다. 챕터 1 '남의 음식'과 '나의 음식' 부분이 특히 탁월했다.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의 대결로 빚어진 러시아 문화의 이중성을 음식이라는 일상적 소재로 묘파했다. 이 부분에서 예브게니 오네긴 속 음식 이야기에 얽힌 푸쉬킨의 코스모폴리터니즘도 언급된다. 챕터 1을 읽는 내내 왜 러시아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애착을 느끼게 됐는지 되새겨볼 수 있었다. 누군가 왜 러시아에 매력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이 부분을 그냥 펴주는 걸로 설명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정확히 핵심을 짚은 글이었다. 남의 것과 나의 것, 이중성, 혼종성 이 개념들은 내 관심분야 대부분과 취향과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 전공선택도 언어선택도 다 이것들이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