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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미국 유학파 한국 지식인에 대한 연구서. 지배받는 지배자란, 문화영역을 지배하지만 그 권위의 원천을 미국 학위에서 찾는 한국인 미국 유학파 지식인들의 이중적 지위를 뜻한다. 읽으면서 대학시절 선생님들과 내 가지 않은 길을 찬찬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나는 국문학과 영문학을 전공했다. 모두가 한복을 버리고 청바지나 양복을 입고, 공자 맹자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더 익숙한 현대 한국인에게 도대체 한국적이란 건 뭘까 하는 호기심이 주전공 선택의 작은 계기가 됐다. 탈식민주의 관련 영문과 수업을 한번 들었는데 흥미롭길래 영문학 복수전공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난 고등학교 때 홍콩영화 팬이었다. 반환 이전의 영화를 보면 저당잡힌 미래에 대한 페이소스, 이민 나가는 엑소더스 행렬, 세기말의 허무주의 같은 것들..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홍콩에는 센트럴이 있는 홍콩섬과 침사추이가 위치한 카우룬 반도 이외에도 그 배후지인 신계(新界, New Territories) 지역이 있다. 홍콩섬은 아편전쟁 이후 1842년 난징조약으로 영국에 할양된 직할식민지였다. 카우룬 반도 역시 제2차 아편전쟁(애로호 전쟁) 후 1860년의 베이징조약을 통해 추가 할양된 직접통치령이다. 신계는 이와 달리, 1898년 제2차 베이징조약을 통해 홍콩과 중국 사이의 완충지로서 영국에 99년간 조차된 땅이다. 이에 영국 식민정부는 이곳 원거들민의 반감을..
사태가 너무도 복잡하고 흥미로워지고 있어서 오늘 날 잡고 정리해봄. 역사가 아주 오래됐고 팩터도 참여자도 너무 많아서 한번 실타래 놓치면 못 따라갈 것 같다. 더 이상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으면.. ** 시리아 내전의 역사와 현황은? 미국은 중동 지역의 석유자원 확보와 지정학적 헤게모니 확대를 꾀했다. 9·11 테러 이후 대테러전쟁을 명분으로 삼을 수 있게 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펼쳤고, 2010년 이래로 이 지역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였다. 이라크에서 권력을 빼앗긴 수니파들은 이슬람국가(IS)를 건설하여 미국이 나간 자리의 권력공백을 메웠다. 이로 인해 종파간 갈등이 강한 중동지역에서 새로운 정치지형이 구성되기 시작했다. IS의 근거지가 된 시리아는 전체 주민의 70%가 수..
消耗 * 한국어: 소모 * 만다린: xiao1hao4 * 중국 기타지역 제방언: 耗자가 모두 h 계통 초성을 가짐 * 일본어: 옳은 발음은 しょうこう(shoukou), 관용음은 しょうもう(shoumou) * 베트남어: sự hao 耗자 보면 다 [h] 소리고 혹은 그 비슷한 [k] 소린데 한국에서만 언제부터 '모'가 되었나? 다른 발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모' 뿐인데. 알 수가 없다! 각국 한자음을 비교해보니 한국만 다른 것이, 조상님 중 누군가가 毛에 현혹돼서 잘못 읽은 게 굳어졌을 것 같다. 이건 인터넷을 찾아봐도 관심 갖는 사람이 없음 ㅎㄷㄷ.. 일본 웹에는 消耗 독음이 대체 shoukou냐 shoumou냐 알아보려는 글은 좀 있다. 하지만 한중일 한자음을 비교하는 내용은 없다. 참고로 消耗..
1. I have a pen to write with. 2. The vessel has enough fuel to reach Korea with. 2는 직업상 상용구인데, 끝에 with를 쓰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2년째! 안 써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쓰자니 문법나치 같아서 고민. 안 쓰자니 with를 꼭 써야만 하는 1번 예문이 떠올라 고민. 바이링구얼 친구에게 물어보니 2의 with는 써도 안 써도 된단다. 이유는 설명안됨. 다만, 굳이 쓰려면 "The vessel has enough fuel with which to reach Korea"가 낫다고 덧붙였다. 전치사를 홀로 남기지 않는 게 보기에 낫다는 취지인데, 역시 이유는 설명 불가. 하지만 관계사가 표층에 튀어나와서 구조상 좀 과도해 보인..
올해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에서는 중앙아시아 탐험가들의 흔적을 더 찾아보는 게 목표 중 하나였다. 그 타겟 중 하나가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 니콜라이 프르제발스키는 1839년에 태어나 1888년에 사망한 러시아의 군인이자 탐험가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근데 서양인 탐험가 중 하나다. 시베리아, 몽골 및 고비사막, 티베트 고원, 암도 티베트(현재의 칭하이 지역), 준가르 분지의 천산 유역, 북중국 등 광활한 지역을 폭넓게 어행하였으나, 본인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티베트 라싸에는 아쉽게도 닿지 못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프르제발스키의 탐험 중에 마침 회족 무슬림 반란이 일어났다. 둥간 반란(Dungan Revolt)이라고도 알려져있는 매우 유명한 사건으로, 신장 지역의 회족 무슬림들이 코칸드 칸국의 칸인..
베를린 돔에서 내려다본 루스트가르텐 구 국립박물관 입구의 기마상 베를린 돔 위의 천사상 베를린 스카이라인(?). 드문드문 보이는 높은 건물이라고는 모두 교회. 베를린 돔 내부 어둠이 찾아드는 베를린 돔. 베를린 도착한 날 저녁. 구 국립박물관 앞 기마상의 해질녘 실루엣 **** 최악의 여행이었다-_-!!!!! 저 나라 납세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귀국 후에 한동안 일상이 흔들렸기 때문에. 컴퓨터공학에 독일어를 복수전공해야 했어-_-! 대학 학비가 무료나 다름이 없다는데-_-! 물가도 서울이랑 큰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_-! 이렇게 국제적이고 역사깊은 도시가 인구 300만이라니-_-! 베를린 지하철에는 못 앉은 적이 없어-_-! 당장 독일문화원 수업 등록할까-_-! 같은 생각이 한 2주 동안 끝없이.. ..
올해 여름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때 발견한 낙서들. 두번째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8시부터 밖에 나갔었다. 그때 표트르 대제에게 인사하러 가다가 봤다. "백인들을 위한 러시아" "인종주의" "루시인들을 위한 러시아" "사랑은 희어야 한다. 이 벤치처럼." 이건 첫번째 단어가 뭔가의 약자이다. 아는 분한테 여쭤보니 뒤의 두 단어는 "흑인들을 처먹어라"라는 뜻이란다... 러시아에 다닌다고 하면 사람들이 스킨헤드 없냐고 걱정을 많이 해준다. 나는 밤늦게도 많이 나다녔지만 스킨헤드 같은 것은 한번도 보지 못했고 무서운 느낌도 전혀 안 들었는데, 새하얀 벤치에 이렇게 떡하니 인종주의 멘트가 적혀있는걸 보니 갑자기 좀 낯설게 느껴지기는 했다. 저곳도 삶이 팍팍한 거로구나, 생각했다. 이날 알렉산드르 아저씨가 가르쳐..
제9장: 메이지 초기의 대외관계와 청일전쟁 1894년 발발한 청일전쟁의 직접적 계기는 조선의 동학농민전쟁 발발이었다. 조선 정부는 동학전쟁 진압을 위해 청에 원군을 요청했는데, 일본은 톈진조약의 동시출병 조항을 근거로 즉시 파병하여 조선을 군사적으로 장악하였다. 이어서 청의 북양함대를 완전히 궤멸시키는 등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점한다. 일본이 요동반도를 점령하기에 이르자 청은 직예총독이자 북양대신인 이홍장으로 하여금 대일 회담에 임하게 한다. 이 협상 결과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되는데, 이는 일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조약이었다. 우선 청은 조선이 완전한 자주독립국임을 인정해야만 했으며 이는 전통적인 동아시아 조공질서의 와해를 의미하는 동시에 일본의 대조선 영향력이 확대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청은..
제5장: 통일정권의 수립과 위로부터의 근대화 메이지유신 직후 번사 출신 도막파 인사들에 의해 중앙집권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도막파가 주도한 신정부는 1871년 폐번치현을 강행하여 정치권력을 중앙으로 집중시켰다. 이와 동시에 도막파 공경이나 다이묘들이 점차 정부 요직에서 배제되고 사쓰마, 조슈 출신의 번사들이 권력을 독점했다. 1873년 정한논쟁 이후에 성립된 오오쿠보 도시미치 정권은 그 정점에 있었다. 유신 직후 도막파와 공의정체파의 대립이 격화되었다. 도막파의 중심인 사쓰마와 조슈는 막부 폐지에 그치지 않고 도쿠가와가의 세력을 대폭 축소하여 신정부에서 배제하고자 했다. 반면 삼직회의의 다수를 장악한 토사, 에치젠, 오와리, 아키의 공의정체파는 쇼군을 포함한 웅번연합정체를 지지했으며 도쿠가와 가문과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