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430)
독수리 요새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홍콩에 대해서 정신줄 놓고 있던 사이에 중요한 일이 닥쳐왔다. 홍콩 입법회 선거가 바로 이번 일요일이다. 영국과 중국의 합의 하에 일국양제라는 실험을 50년 시간을 빌려 하고 있는 홍콩. 그 홍콩이 이번 일요일에 앞으로 4년간 일할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날이다. 이 입법회 선거는 2014년의 우산혁명 전후 사태와도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한번 짚어보려고 한다. 홍콩 입법회(Hong Kong Legislative Council)는 한국으로 치면 말 그대로 국회에 해당한다. 홍콩 반환 당시..
누군가는 여행 가서 자석이나 도장을 모아오듯, 내겐 미술관 그림엽서를 책상에 붙여두는 취미가 있다. 언제나 저기 있는 니콜라이 레릭의 히말라야 빼고 나머지는 이번 런던-파리 여행에서 가지고 왔다. 오르세 박물관에서 많은 엽서를 샀는데, 업무 복귀하자마자 붙여놓은 첫 초이스는 바로 이것들. ** 클로드 모네, 런던 의회. 안개 속 부서지는 햇살 (1904), 파리 오르세 박물관 장-프랑수아 밀레, 만종 (1857-1859), 파리 오르세 박물관 장-프랑수아 밀레, 이삭 줍는 여인들 (1857), 파리 오르세 박물관 조지 스텁스, 휘슬자켓 (1762), 런던 내셔널 갤러리 ** 먼저 갔던 런던에서 웨스트민스터 궁이랑 빅 벤이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오르세에 가니 모네 그림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밀레 그림..
영국도서관 방문 전에 온라인 사전 등록을 하고 로그인하면 basket에 희망 자료를 담아둘 수 있다.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인 delivery time을 확인해서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미리 자료 요청을 해놓으면 그날 그곳에 직접 가서 볼 수 있다. 바스켓에는 옛날 책, 수기 문헌, 사진, 지도를 골고루 담아놓았다. 총 30종까지 담을 수 있는데 딱 그만큼 넣어놨다. 책은 중앙아시아를 탐험한 학자들의 여행기가 많은데, 한국에는 대학도서관에도 없는 것들이라 어떻게 생겼나 그냥 쓱 보려고 한다. pahar.in 사이트 들어가면 ebook 올라온 게 많아서 읽을 욕심까지 낼 필요는 없음. 저 중에 사진 자료는 사진 부서에 미리 메일을 보내서 문의했더니 월, 화요일 이틀 아침 3시간씩 프린트 룸에 와서 열람하라고..
이 정도로 준비가 빡셌던 휴가는 처음이라 매우 바쁘다. 런던 파리 2개 도시인데 방문 목적은 중국 유물 조사다 보니 (...) 사전에 조사할 분야가 세 가지임. 만날 사람도 유난히 많았고 이번 주는 특히 후배가 휴가를 가서 일도 바쁘네. 파리 조사는 포기. 그냥 가서 적당히 즐겨야지 (...) 하여튼 틈을 쪼개서 대영박물관 유물을 몇 점 골라서 신청했다. 오렐 스타일 컬렉션 상설전시가 있는 Hotung Gallery가 개보수 중이어서 2017년 11월에 재개관한다고 하니, 수장고에 처박혀 있는 놈들을 꺼내 보여달라 할 수밖에... pdf 신청서 양식을 채워서 Asia department에 메일을 미리 보내면 유물을 꺼내 보여줄 수 있는지 심사를 거친 후에 Study Room 약속을 잡아 준다. 약속 한 ..
2세기-3세기에 타클라마칸 사막에 살았던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다. 휴먼 네이처. 모두 대영박물관의 회른레(Hoernle) 컬렉션에 속하는 유물이다. 회른레는 19세기 후반에 활발하게 활동한 인도-아리아어 학자다. 수집가나 탐험가들이 신장 지역의 고문헌들을 모아다 회른레에게 보내면 열심히 해독을 했다고 한다. 오렐 스타인하고도 동시대 사람이고 일도 엮여서 같이 했다. 국제 둔황 프로젝트의 한국어 페이지에도 회른레 얘기가 간략히 나와 있다. 대영박물관 Hotung Gallery에 가면 오렐 스타인이 둔황과 신장 여러 곳에서 약탈해온 유물이 상설전시돼 있다. 그런데 2017년 11월까지 개보수 공사 때문에 폐쇄됐다. 대신 Study Room에서 개별 열람 약속을 잡을 수 있다. 약속 한 세션당 유물 다섯 점씩..
오스카 와일드의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진지함에 대한 영국인 특유의 반응인 아이러니를 맛보는 게 이번 여행 퀘스트니 꼭 읽고가야 된다. 옛날에 친구가 나보고 진짜 진지한 영혼이라며 이거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적도 있음 ㅋㅋㅋㅋㅋㅋ 오늘 pdf 다운받아서 시작했다. 번역본이 없어서 영어로 읽을 수밖에 없음. 희곡이고 생각보다 분량도 짧다. 읽다보니 진짜 재밌다. 이름이 어네스트인 남자라는 이유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그웬돌린. 정작 어네스트의 본명은 잭. 사실 잭은 어네스트라는 가공의 형을 지어내서 형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귀찮은 상황을 요리조리 피해 와서는 어네스트로 행세하는 천하의 얍삽이임 ㅋㅋㅋㅋㅋㅋ 내 이름이 어네스트가 아니면 어쩌냐는 잭에게 그웬돌린의 대답이 ..
8월 여행은 런던과 파리에 간다. 거드름을 한껏 피워보자면 나는 사실 두 도시, 아니 두 나라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다. 대단한 문화선진국이신 두 나라가 중국 실크로드 문화재를 (...) 엄청나게 훔쳐댔으므로 가게 되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울며 겨자먹기 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영국인 발견》을 읽고 나서 런던은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작년에 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기억해둔 책인데, 그 유명한 영국식 아이러니 유머에 대해서 낱낱이 써놨다. 영국인이 대체로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교불편증이 있고, 계급이 뿌리박은 사회 속에서 서로 조심하는 가식적인 문화가 있다 보니 셀프디스와 냉소가 성행한다고 함. 영국 출신 문화인류학자가 썼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영국식 재치가 문장마다 번뜩이는 책이었다. 강력 추천. ..
직업이 직업이라 그런지 빼놓을 수 없었던 바사 박물관(Vasamuseet). 스톡홀름 관광명소 중 1위를 차지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에 마침 똑같이 북유럽 다녀오신 선배도 계셔서 어디가 기억에 남는지 여쭤보니 역시 바사 박물관이었다. 말 그대로 breathtaking 그 자체였다며. 1628년도에 국왕 구스타프 아돌프 2세가 엄청나게 커다란 범선을 만들었는데 진수하자마자 가라앉았다. 이 배를 1961년에 그대로 인양해 와서 지금의 바사 박물관을 만들었다. 17세기 범선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것이며, 거의 원 상태 그대로에 약간의 방부 처리를 했을 뿐이라고 한다. 배의 제일 꼭대기까지 올라가려면 무려 7-8층 높이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다. 층마다 전시도 잘 해놓았고 와이파이도 됨. 바로 근처에 같이 ..
로프 노르 호수에 처음 간 서양인은 프르제발스키도, 헤딘도 아니었다. 훨씬 앞에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Johan Gustaf Renat, 1682-1744)라는 스웨덴 사람이 있었다. 한국과 스웨덴 간의 실크로드 관련 교류사에 대해서 읽다가 이 사람 이야기가 나왔는데, 예전에 어디선가 본 이름 같았다. 이 이야기가 나올 만한 책이 피터 퍼듀의 《중국의 서진》밖에 없는 것 같아서 색인을 펼쳐보니 역시 그랬다. 요한 구스타프 레나트는 그 유명한 스웨덴과 러시아의 대북방전쟁 때 카를 12세의 군대에서 복무했다. 이후 1709년 폴타바 전투 때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 토볼스크로 압송된 후 시베리아 지도를 작성하는 임무를 맡았다. 1716년에는 스웨덴 출신의 다른 포로들과 함께 금을 찾아나서는 탐사단에 참가했다가 ..
영국도서관은 대헌장, 구텐베르크 성경,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등 엄청난 문서들의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다. 소장품 중에 금강경(Diamond Sutra)은 특히 빼놓을 수 없다!! 이게 바로 오렐 스타인이 둔황 막고굴 장경동에서 빼돌려간 보물 중의 보물인데, 연도가 알려져 있고(AD 868) 인쇄 형태로 된 온전한 문서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메이저 중의 메이저라 박물관 내 Sir John Ritblat Gallery에 가면 디지털 버전으로 볼 수 있지만 온라인의 Turning the Pages 서비스로도 볼 수 있다. 구경해 봤는데... 놀랍다!! 와우 이것이 바로 제국의 위엄인가!!! 이것이 바로 오렐 스타인이 꼬불쳐온 금강경. 아버지한테 보여드리니 줄줄 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