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여행 (153)
독수리 요새
오늘까지 카트만두 6박 숙박비를 치렀다. 하루에 1만 5천원이라 1만원으로 줄이고 싶은데 짐을 풀고 나니 알아보기가 번거로웠다. 주인 가족들도 엄청 인자하셔서 그냥 있어야겠다. 숙박비를 치렀다는 것은 이동이 있다는 것인데 도대체 어디로? 뻔하지만 사가르마타 국립공원이다. 그러니까 쿰부 3패스 트렉을 하러 간다. 약 17일간의 일정이다. 비자를 연장해 놓았고 동행과 가이드도 구해서 돈을 다 치렀으며 짐도 다 싸놓았고 오늘 새벽 1시에 차 타고 경비행기 타러 출동한다. 세계에서 제일 위험하다는 그 루클라 공항으로 날아간다. 이번 짐은 랑탕 트렉 짐에다가 등산바지 한 벌과 윈터 장비를 조금 추가했다. 안나푸르나 서킷 때와 거의 비슷하지만 이번엔 공짜로 빌릴 데가 없어 몇 가지를 그냥 구매했다. 최고 고도 55..
파로에서 실컷 논 다음날 아침에는 하(Haa)라는 지역을 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등산복 바지를 빨아 난로 위에 올려 놓고 10시에 출발했다. 하 지역은 부탄 서부에 있는 곳인데 local deity에 대한 신앙 및 샤머니즘의 영향이 강한 지역이며 지역 정체성도 강렬하여 타지역 사람들을 외국인이라고 부를 정도라고 한다. 또 이날 들은 트리비아 한 가지는 동부 부탄에서는 주로 여자아이들 위주로 상속을 받고 남자아이들은 알아서 독립을 해야 하며, 서부 부탄에서는 남녀 균분 상속 위주라는 점이다. 파로, 팀푸, 하는 모두 서부 부탄이다. 내가 어제 만난 친구들은 모두 균분 상속을 받게 되겠군 ㅋㅋㅋㅋㅋ 동부 부탄은 내가 가려는 아루나찰 프라데시와 붙어 있는데 이곳은 문화가 많이 다른 듯 하여 기회를 만들어 ..
파로에서 보낸 3월 1일은 매우 알찼다. 이날 탁상 곰파를 보고 키추 라캉에 갔다가 양궁 올림피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톤 배스를 하면서 땀을 뺀 다음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8시 넘어 꽤 느즈막히 술을 마시러 나갔었다. 파로에 친구들이 많은 페마가 좋은 자리를 만들어 줬다. 페마는 성격이 매우 부드럽고 자상해서 여자인 친구들이 많고 아주 좋은 관계였다. 세 명이나 와주었는데 그 중에서 두 명이나 나와 이름이 같았다. 나는 한 12년쯤 전에 중국에서 여행을 다니다가 간쑤성 샤허에서 티베트 이름을 얻은 적이 있는데 '데키 초모'이다. 행복의 호수라는 의미이다. 내 한국 이름이 외국인 입장에서 발음이 좀 어려운지라 시킴이나 부탄 같은 곳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날 페마의 친구 중..
부탄 글이 밀린 것을 오늘 한번 한꺼번에 써봐야겠다. 2월 29일~3월 2일 사이에는 푸나카, 파로, 하를 방문했는데 이에 대해 쓰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상에 앉아 태블릿으로 글을 제대로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일단 숙소에 테이블과 의자 자체가 잘 없을 뿐더러 태블릿을 켜는 일 자체가 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에는 그날그날 기억과 감상이 날아가기 전에 휴대폰으로 되는 대로 써서 올린다. 대충 남겨 놓고 나중에 진짜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서는 따로 리서치를 좀 해보고 내륙아시아 폴더에다가 다시 잘 쓰는 방식이 훨씬 생산적인 듯 하다. 2월 29일은 폽지카 지역에서 푸나카 지역으로 다시 돌아와서 특색 있는 사원 한 곳을 방문했다. 치미 라캉이라는 곳으로 Divine Madman 드룩파 퀸리..
이 글은 4월 3일 수요일에 대한 내용을 4월 4일 한낮에 쓰고 있는 것으로 아마 4월 4일 내용을 포함하게 될 것입니다. 그냥 도시에서 노는 날은 별다른 게 없어서 매일 쓰는 거 좀 지장이 있네요 ㅋㅋㅋㅋ 4월 3일 수요일에 한 일 * 셰르파와 고산등반에 대해 현지 조사를 하신 분께 연락드려 에이전시 문의 * 피자 1판 흡입 * 티베트 북스토어에 가서 도서 대량구입 후 그동안 부탄과 네팔에서 산 다른 책들과 다함께 총 10kg을 한국으로 부침 * 타멜 거리에서 3패스 트렉 견적 문의 * 도삭면 사먹고 숙소로 복귀 이날은 아침 일찍 한국의 지인 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예전 번역일을 할 때 편집장님이시자 셰르파와 고산등반에 대해 현지 조사를 하신 분입니다. 이 분께 현재 네팔에 있음을 알리고 잘 알고 계..
여섯째날은 첫째날 잔 붓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랑탕이 진짜 좀 아쉽긴 한 게 그냥 올라갔다가 그대로 같은 길로 돌아온다. 물론 약간 변화를 줘서 셰르파가온 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는데 나는 그냥 좀더 빨리 가려고 같은 길로 내려와 버렸다. 올라갈 때 들렀던 티베트 난민 캠프에 들러서 할아버지한테 인사도 하고 하여튼 무난무난하게 복귀함. 카트만두로 돌아가는 버스는 다음날 아침에 있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에 하루 자면서 오랜만에 풀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음. 이튿날 버스에서 지프로 한번 바꿔 타고 낮 3시쯤에 카트만두 타멜의 숙소로 무사 복귀했다. 바로 빨래를 정리해서 맡기고 밖에 나가서 피자 한 판을 벌컥벌컥 마셨으며 감기 기운이 있어서 맥주는 초인적인 의지로 참은 다음 티베트 북스토어에 가서 ..
일어나 보니 눈이 많이 내려서 고도가 거의 5천미터가 되는 체르코 리는 생략하기로 하고 하강을 시작했다. 랑탕 트렉은 온 길을 그대로 돌아오는 거라 조금 재미가 덜한 것 같다. 하루종일 재게 걸어서 둘째날 묵었던 롯지로 돌아오니 밖에는 지금 비가 많이 온다. 밍마 아저씨가 보통 이틀 걸리는 길을 하루만에 온 거라고 한다. 어제 오늘 실컷 걸어서 4일 일정을 2일로 단축한 것. 요즘은 공간지능이나 스페이셜 메모리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 카트만두에서 더르바르 광장에 갔다가 12년 전 앉아 있었던 자리가 다 떠오른 것에 조금 놀라서였음. 난 여행을 할 때 손으로 적는 메모장을 지참해서 다닌다. 직접 손으로 메모를 하면 빠르고 편리하며 폰에 타자를 치는 것보다 경청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도 ..
9시 출발 1시 컁진 곰파 도착. 중간에 한 시간쯤 밍마 아저씨가 아시는 티베트 노부부 집에서 쉬면서 창(티베트 곡주)도 얻어 마시고 감자도 먹고 갔음. 현재 고도 3857m 최고기온 7도 최저기온 영하 2도 현재 체감온도 2도. 점심 먹고 나서 약 4300m 정도 되는 컁진 리를 다녀옴. 약 2시 출발, 약 4시 반 복귀. 알고 보니 보통 오늘은 컁진 리까지 가는 날이 아니라 점심 때 롯지에 도착해서 씻고 쉬면서 고도 적응하는 날이라던데 굉장히 빠르게 컁진 리에 다녀온 거라고 함. 내가 걸음이 워낙 빠르다고 하시네요. 성격이 급한 게 발걸음에 나오나 보다. 오늘은 약간 다리가 저리거나 평소보다는 호흡이 짧아지는 등 조금 고소 반응이 있어서 들이쉬기 2박자 내쉬기 1박자 호흡에 신경을 쓰며 걸었다. 다행..
둘째날 8시 출발 15시 림체 도착. 해발고도 2455m. 와이파이 300루피인데 어차피 다이닝 룸 말고 방에서는 쓸 수가 없어서 그냥 안 삼. 이날은 콘센트가 없어서 충전도 못함. 방 안에 화장실도 없었음. 이도 못 닦고 잠. 그러나 춥지는 않게 잤음. 셋째날 8시 출발 16시 랑탕 도착. 해발고도 3434m. 계단을 오르면 살짝 숨이 찬 고도에 도달하여 지금부터는 고산증 약 복용. 여기선 풀샤워도 할 수 있어서 새사람이 되었으며 마스크 세탁을 해서 바짝 말리기까지 하고 잠도 따뜻하게 잘 잠. 어제 오늘 이틀 연속으로 하루종일 업힐이라 짐 지고 걷기에 너무 피곤했고 안개가 껴서 설산도 안 보였으나 걷기는 좋은 날씨였음. 걸음은 빨랐음. 밍마 아저씨가 너무 빨리 걸어서 내가 무조건 앞에 선다고 하고 나름..
결국 약 7일짜리 일정으로 트레킹을 또 하게 되었다. 여름에 우기 되기 전에 지금 봄 무렵이 트레킹 최적기라서 뽕 다 뽑고 출국할 거다. 체온 보전과 쑥과 마늘의 사명을 띠고 나와있는 현재 위치는 샤프루베시. 아침 8시쯤 출발해서 오후 4시쯤 도착했으니 8시간 가량 소요. 등산은 하지 않았고 어프로치만으로 하루가 갔다. 현재 해발고도는 1459m로 높지 않으며 최고 최저기온 각각 18, 12도, 체감온도 15도 가량. 온수만 나온다면 샤워를 해도 무리 없으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물을 만져보니 머리도 감을 수 없을 것 같다. 랑탕은 안나푸르나 서킷 대비 최고 고도가 낮고 일정도 좀더 짧은 곳인데다 경험이 생겨서(즉 문명인의 체면을 많이 내려놓게 되어) 짐은 확연히 가벼워졌다. 아이젠, 스패츠, 무릎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