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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쓴 Let My People Go Surfing 책을 주말에 다 읽었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 회사인데 평소에 옷 잘 만든다고는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더 멋지다. 나는 비즈니스 월드에 대해서 대체로 삐딱한 생각이다. 직접 몸을 담게 되면서 좀 바뀌긴 했어도 이 두 가지 생각은 그대로다. (1) 이런 물건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자꾸 없는 욕망까지 조장해서 팔아 먹는다. (2) 이렇게까지 일 안해도 생존에 문제가 없는데 수당도 안 줄 거면서 쓸데없는 트집을 잡아 퇴근을 안 시킨다. 이런 인상이 뿌리가 박혀 있다. 사실 이젠 나도 그 일부가 되었음을 인정하기 때문에 시장의 압박이라든지 인간의 어리석음^O^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 세상에 어딨겠는가 싶고..
안네 프랑크의 집. 이번 휴가 때 사진 거의 찍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것도 다 발로 찍은 것 같다. 뭐 구글 검색하면 좋은 사진 천지니까 골라잡으면 되므로 상관 없음. 여하간 친구랑 따로 일정을 잡았던 이날, 오전 내내 암스테르담 유대인 지구를 구경하고 저녁 때 마지막으로 안네의 집을 찾았다. 줄이 엄청나게 길어서 들어갈 생각은 애초에 접었다. 운하변에서 안네의 일기를 읽으며 안네의 창문이랑 맞은편 건물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왔다. 안네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을 풍경.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안네의 일기를 마저 읽다가 목이 메어서 잠깐 울었다. 안네는 어처구니없이 밝고 씩씩한 사람이었다. 책 반납 전에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워서 그 자리에 앉아서 베껴 적고 반납했다. 범우사 책이었음. 안네는 굉장히 영리한..
아우구스투스 프레데릭 루돌프 회른레: 1821년 인도에서 태어남. 독일계 성공회 선교사의 아들. 런던에서 산스크리트어를 배웠고, 당시 영국령 인도의 수도였던 캘커타에서 학문 연구. 인도 고문서 해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영국 편에서 고문서 수집 경쟁에 참여했다. 희대의 고문서 위조범인 이슬람 아훈에게 깜빡 속는 바람에 뻘논문까지 쓰게 되지만, 동료 학자들이 슬쩍 넘어가줌. 개이득~ (오렐 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클릭)바우어 고사본 일부. 위키피디아 펌. (이미지 클릭) 바우어: 인도 육군 정보부 장교. 스코틀랜드 탐험가인 앤드루 댈글라이쉬(Andrew Dalgleish)를 청부 살해한 범인을 찾기 위해 수색하던 중, 굴람 카디르라는 현지인으로부터 51매의 자작나무 껍질로 된 문서를 사서 캘..
8시 출근 23시 퇴근 24시 집도착;; 그건 둘째치고 일 내용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나 의욕이 없고 수동적인 자세라 요즘 하는 일이 정말 발퀄인 것 같다. 매너리즘 쩐다. 만사 귀찮다. 묻는 말에 대답도 깔끔하게 못 하겠고 왠지 모두들 앞에 바보가 된 것 같고 스스로 한심하다. 회사 다니면서 뭘 배웠는지 묻는 글에 댓글로 대답한 적이 한번 있다. 오랜만에 접속해서 그 댓글을 한번 읽어봤다. 2014년에 적은 것이다. 말은 참 기가 막히게 잘해요..ㅋㅋ... 이래서 글쓰기는 자꾸 경계하게 된다. 어눌해도 좋으니 행동이 꽉찼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훌륭한 동료들이 주변에 꽤 있다. 나는 갈 길이 먼 사람이지만 보고 배울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어디서든 배울 점은 찾을 수 있음. 잘하지 못하는 시절에도 ..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홍콩 신계의 유력인사 라우웡팟(劉皇發, Lau Wong-fat)이 7월 23일 일요일, 향년 80세로 별세했습니다. 하반기에는 마침 신계를 한번 파보려는 중이었는데 라우웡팟은 그 서막으로 더할 나위가 없는 인물입니다. 출처: http://en.bpahk.org/tag/transport/ 라우웡팟은 홍콩 신계 원거민의 대부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신계는 1898년에 제2차 북경조약을 통해 영국에 99년간 조차된 땅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1997년 7월 1일 홍콩 반환일에는 사실 이 신..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7월 14일, 홍콩 고등법원 원소법정(Court of First Instance)에서 본토파 의원 4명의 자격을 추가로 박탈하기로 판결했습니다. 이 4인은 아래 사진의 중간에 있는 네 명으로 왼쪽부터 차례대로 에드워드 이우, 네이선 로, 렁쿽훙, 라우시우라이입니다. 이들은 모두 홍콩의 자치, 혹은 더 급진적인 경우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로컬리즘 분파에 속합니다. 크게는 민주파와 함께 범민주파를 형성하여 여권인 친중파를 견제합니다. 판결 사유는 이 넷이 작년 입법회 취임 선서에서 주어진 ..
현재상황: 문 닫음 ㅡㅡ 만네르하임 박물관 금토일만 여는 거 확인하고 일요일에 오기로 계획 짰었는데 미친!!! 까먹음!! 중국 정부에서 갑자기 영공 통제를 해서 인천 출발이 7시간이나 지연됐다. 환승지 모스크바엔 자정에 도착해서 하염없이 기다린 끝에 겨우 방을 배정받고는 새벽 쪽잠을 잤다. 일요일 오후에야 헬싱키를 도착했다. 짐 풀러 갈 시간도 없어서 중앙역 코인로커에 짐을 넣어놓고, 부랴부랴 가까운 곳부터 다니다가 금토일만 오픈인 걸 잊어버림. ㅡㅡ 헬싱키 재방문 각. ㅡㅡ 날씨도 좋은데 좀 빡친다. 트럼프 뻐큐 시진핑 뻐큐 으아아앜!!!!!!!!!!!!! 싸드의 나비효과가 왜 나에게 이런 식으로???!!??!!?????? 이게 다 박근혜 때문이야!!!!! 박물관 가는 길은 항구를 지나는 아름다운 길이..
작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눈에 띄는 그림이었다. 카라바조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음. 그러고 보면 카라바조는 정밀하고 잘 다듬어진 딱 고전파 느낌인데 할스는 붓자국이 좀 거친 편이네. 순간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려 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할스를 좋아했다고 한다. 엽서로 만들어져 있었으면 당장에 사왔을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메모해놓지도 않아서 그냥 나중에 boy + skull + national gallery 해서 찾았다. (클릭) 요것은 초상화가 아니다.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바니타스화다. * 바니타스(Vanitas)는 16-17세기의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정물화에 특히 관련있는 상징과 관련된 예술작품의 한 종류로, 그 이외의 장소들과 다른 시기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
어제 친구랑 만나서 구글맵 켜놓고 계획 짰다. 각자 헬싱키, 암스테르담을 알아봐와서 조합하는 데는 딱 2시간 정도 걸렸다. 최우선순위 장소를 미리 선별해와서 가까운 곳들을 같은 날에 묶었고, 시간대별로 계획짜고 그러진 않았다. (숨막힘) 식사는 둘다 한끼 때우면 된다는 마음씨라 식당은 전혀 안 찾아왔더군... 일정 정하기가 아주 편했다. ㅋㅋㅋ 공동비용 관련해서는 헬싱키에서는 내가, 암스테르담에서는 친구가 카드 결제하고 나중에 반반 나누기로. 나는 여행가면 그냥 관광지 위주로 다니다가 틈 나면('틈 내서'가 아님) 주변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는다. 여행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먹고 입고 꾸미는 등등 감각적인 것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걸 다채롭게 누리는 사람들이 확실히 재밌게 사는 것 ..
국제 레릭 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the Roerichs)는 모스크바에서 제일 좋아하던 박물관입니다. 이곳이 요즘 충격적인 위기에 처해있어서 소식을 전합니다. 2014년 여름 처음 모스크바를 갔을 때 니콜라이 고골 박물관에 갔었어요. 안내해 주시는 할머니께서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못 알아듣고 쩔쩔매고 있었어요. 옆에서 보고 있던 분이 영어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러다가 동선이 겹쳐 전시실을 같이 다니게 됐는데 고골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어요. 이 분이 바로 지금까지도 이메일을 종종 주고받는 알렉산드르 아저씨입니다.아저씨는 취미가 박물관 구경입니다. 그리고 영어가 훌륭과 완벽을 넘어 문학적인 경지셨어요. 원어민보다 더 풍부한 어휘와 격조있는 문어체를 구사합니다... 인도에서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