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425)
독수리 요새
살다보니 물리 단행본을 다 읽네. 친구들이랑 이번에 같이 읽었는데 철학학회다운 책 선정이었다. 과학서로 분류되지만 철학서에 가까웠다. 물리는 꽤 좋아하는 과목이긴 했었다. 물화생지 중에 물리가 제일 나았고, 고3때도 대학에서도 물리를 수강했다(만 거의 까먹었다). 물리가 그나마 괜찮았던 이유는 비교적 적은 개념과 공식으로 많은 현상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학생 입장에서 말하자면 뻑뻑 외울 것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생물이랑 지구과학은 암기 위주여서 그다지 흥미를 못 붙였고, 화학은 재밌었지만 화학반응 식을 외워야 되는 게 번거로웠다. 반면 물리는 지금까지도 비교적 여러 개념이라든지 공식이 기억난다. (그 수준은 일천..)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순명쾌한 원리. 예전엔 물리가 그런 것을 다루는 것 같아서 꽤 ..
위대한 개츠비는 읽을 때마다 마음이 어지럽다. 아무리 애써도 처음 몇 장 이후로 넘어가질 않아서 무수히 실패했었다. 억지로라도 읽으려고 수업을 듣기까지 했다. 두 번을 읽어도 도통 페이퍼가 안 써지더라. 열심히 했는데도 그 학기에 그 수업만 안 좋은 학점을 받았다. 아 난 문학을 전공했으면 안 되었다;; ㅋㅋㅋ 문학 페이퍼 쓰는 거는 처음이 신선했지 그 후부터는 이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이런 건 가끔의 취미로 남기고 딱딱 떨어지는 테크니컬한 걸 전공했어야 하는데 ㅋㅋㅋ 그런 거야말로 대학 졸업하고 나면 못 하는 거잖아 ㅋㅋㅋ 내세에는 수학과 물리에 매진하여 이과를 가는 걸로..ㅋㅋㅋㅋㅋㅋㅋ어쨌든 이번에 어떤 기회가 있어서 오랜만에 읽..
* 이 블로그 모든 게시물의 무단 사용을 금지합니다. 특히 중점추진사업 분류의 불펌 발견 시 우렁차게 대처하겠습니다. * PC로 보시면 매 게시물 하단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표시가 있으니 확인 권장합니다. 문의 환영합니다. * SNS 공유하거나 본문 일부를 인용할 때는 출처(링크) 표시면 됩니다. 내용 변경하여 본인 명의로 배포할 때는 사전 문의 및 출처 표시 필수입니다. * 일반적으로 블로그 글을 기사, 기고문, 리포트, 논문에 활용하는 것은 여러분의 프로페셔널 커리어를 위해 적극 비추합니다. * 재사용을 크게 막지 않습니다. 사전 문의 후 출처를 표시하는 잠깐의 수고면 충분합니다. 그렇지 않을 시 나올 각은 대략 펄프픽션 짤로 대체합니다. 해당 안내는 공지사항에도 있습니다. 놓치시지 않도록 ..
데이트의 탄생 - 자본주의적 연애제도. 이것은 심히 의표를 찌르는 제목이다. 미국의 근현대 데이트 변천사를 써내린 '역사책'이다. 출간 무렵부터 도서관에 들어오길 기다렸는데 오래 잊고 있다가 드디어 발견해서 바로 빌려 읽었다. 데이트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행위 같으면서도 코드이자 제도이고 패러다임이다. 이 책에서 미국의 경우를 보면 1910년 이전에는 구애자 남성이 여자 집을 방문하는 만남이 정석이었다. 손님을 맞는 쪽인 여자가 초대를 통해서 관계를 주도했고, 초대받지 않고 찾아온 구애자 남성의 미래는 암울했다. 초대와 방문을 둘러싼 수많은 의례(적당한 시간 간격, 다과 준비 여부, 보호인 동반 여부, 대화 주제, 적절한 방문 시간, 복장, 제스처 등)가 있었고 이걸 우아하고 능숙하게 준수해야 짝..
12월 시작한 독서모임친구모임 첫 책. 정치 전공한 친구가 제안했지만 군주론은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1년에 한 번 꼭 읽는다. 마키아벨리는 천재다. 로마 카톨릭이 주름잡고 있던 시기에 별 보잘것없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 있으면서도 인간의 악함을 이야기하고 군주의 술수를 권하는 책을 군주한테 바친 과감함을 존경한다. 인간은 선하고 성스럽기도 하지만 영악하고 이기적이기도 하다. 모두가 경건한 척 하기 바빴던 시대에 인간의 영악함을 현실정치 운영에 참고시키는 이 대담함! 이 도발적이고 독창적인 태도 자체도 높이 사지만, 수세기가 지난 후에도 내용이 전혀 퇴색되지 않아서 더 놀랍다. "인간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
보너스가 들어왔다. 애초에 기본급이 형편없는데 올해는 인상분도 없다. 난 그런 연봉계약서 싸인한 적 없음. 보너스도 삭감돼서 연봉 총액이 떨어졌다. 아니 일을 5년 했는데 연봉이 처음보다 내리다니? 심지어 신입사원보다 우리 연차가 적게 받는다니? 돌았나 이게? 제정신인가? 분기탱천해서 오늘 태업하려고 마음먹었다. 딴소리나 해야겠다. 난 우리 동네 구둣방 아저씨 팬이다. 신발을 맡기면 척 보고 딱 알고는 죽죽 뜯어서 척척 자르고 탕탕 친 다음 꽁꽁 꿰매버린다. 손놀림에 빨려든다. 신이 난다. 손기술만 뛰어난 게 아니라 평소 어떻게 걷는지 순간 파악하고 신발모양 보완까지 해주신다. 눈썰미와 판단력이 있는 것이다. 새 부츠 밑바닥이 얇아 발병이 나서 찾아갔더니 '남자친구 품에 처음 안기듯이 폭신하게 만들어줄껴..
독서모임을 빙자한 친구모임을 월 1회 하고 있다. 10년 된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오늘은 두 번째 모임이었고 내 제안으로 노자 《도덕경》을 다뤘다. 저번 달은 군주론이었는데 글을 아직 안 남김. 다음 기회에. 《도덕경》은 얇고 쉬워서 금방 읽혔다. 아포리즘 모음이다.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마음 편하게 한 2-3일 정도 읽으니 끝났다. 평가는 내가 제일 후하게 줬다. 한 친구는 동양철학이 잘 안 맞는다고 했다. 도가 뭔지 설명도 못하는 걸 보니 엄밀하거나 논리적이지 못하고, 그냥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을 정리해놓은 것 같단다. 다른 친구는 꽤 호평을 했는데 《도덕경》 내용이 상식(직선적인 세계관)에 반하기 때문에 허를 찌르고 시야를 넓혀준다고 했다. 나도 대체로 비슷한 감상이다. 내용 요약은 ..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유튜브 돌다가 오랜만에 우연히 봤다. 퇴폐적 영상미.... 와 새삼 대단하네.... 왕가위 팬이라 오래 전부터 여러 번 봤지만 그다지 선호하진 않는 영화였다. 홍콩 뒷구석 밤거리 모습을 핸드헬드 기법으로 기똥차게 찍었고 배경음악도 영리하게 사용한 감각적인 영화다. 대신 줄거리는 전혀 치밀하지 않고 그냥 느슨하고 부조리극 같고 광고카피를 길게 늘린 것처럼 멋과 감각에 치중한 거라 이해가 잘 안된다. 취향이 안 맞으면 스타일 과잉 중2병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홍콩의 다크한 모습을 감..
나는 중국을 아주 좋아하고 이유는 다양하다. 재미있는 역사, 풍부한 관광자원, 다양한 인간군상, 무궁무진한 음식, 착한 물가, 대체로 대하기 좋았던 사람들, 흥미로운 언어... 그런데 중국엔 기괴한 점도 참 많다. 인터넷 만리장성, 언론 통제, 검색어 차단 (ㄹㅇ 한손으로 하늘 가리기.. 一手遮天..), 외국인에게 입장료 바가지 씌우기, 티베트 문제에 관한 폐쇄성(외국인 여행 제한, 외국인이 티베트어 수업을 못 듣게 함), 실질적인 신분제도나 다름없는 호구제도, 땅에 떨어진 상도덕 등.... 중국의 이런 기이함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길거리를 수놓은 공산당 프로파간다이다. 엄청나게 촌스럽고 믿을 수 없이 교훈적이다. 읽어보면 시민을 애 취급하는 관료주의 요람국가의 모습이 역력하다. 이 점이 굉장한 컬트..
한무제 때 동중서의 활약으로 유교가 관학으로 확립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유가사상은 군주제도를 정당화하면서도 진나라 때의 가차없는 법가사상보다는 말랑말랑해 보인다. 한 마디로 착한 척 하면서 점수 따기에 딱 좋다. 유비생각나넼ㅋㅋ 이렇게 겉으로는 유교를 내세우면서 야금야금 법가적인 통치를 실시하는 간특한 꼼수를 외유내법이라고 부른다. 한무제 신하 중 급암이라는 자가 그 꼼수를 꿰뚫는 사이다 발언을 했다. "속마음에는 욕심이 많으면서 겉으로는 인의를 행하는 척 하십니다 그려." 놀라운 것은 무제가 이런 급암을 두고 사직을 지탱하는 신하라며 중용했다는 것이다. 둘다 기개가 있다. 난 중국사를 좋아하지만 전형적인 한족 왕조들은 따분해 하는데, 아직 푸릇푸릇한 신생 제국이었던 한나라의 이런 간특하다거나 유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