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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이 책은 군인, 경찰, 경호원, 특수요원 등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업적 전사들이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다루고 있으며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전투 상황 전, 중, 후에 어떤 신체/심리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지, 얼마만큼의 피를 흘리고도 살아남아 반격을 가할 수 있는지(무려 200ml 우유 열 팩!),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쏘아야만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은지 등등 실용적인 내용뿐 아니라, 전사의 미덕과 자부심 등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게임은 왜 이렇게 재밌는가 하는 한 가지 질문이 절 이렇게 밀리터리까지 입문하게 만들었습니다. 게임에서 전투까지 비약하게 된 경로를 세세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번거롭지만, 다름아닌 '액션(행위)'과 '승부'와 '운명적..
예전에 인생 목표 중에 책 쓰기를 꼽은 적이 있다. 지금은 그에 대해서 의문이다. 관심 분야 몇 가지에서 내 나름대로 경지에 이르고 싶어서 책을 쓰겠단 생각을 했었다. 근데 책쓰기를 목표로 삼으면 재미로 하던 것마저 굳이 과제로 만드는 것 같다. 어떤 워커홀릭 한 분이 생각난다. 이 분은 평일에도 새벽까지 일하면서 주말에 하는 취미생활로도 돈 벌 방법을 찾았다. 다른 사람에게 취미를 물어보면서도 그걸 사업으로 만들어보란 말을 꼭 덧붙였다. 진취성은 높이 사지만, 취미조차 프로젝트로 만드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를 준다. 아무래도 진정한 재미는 아무 짝에도 쓰잘데기 없음, 탕진, 낭비, 비합리성, 놈팡이 짓에 있는 것 같다. 취미를 습관, 루틴, 과업, 목표로 삼는 것도 모자라서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옛날부터 익히 들은 책이라 한번 읽어봤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철학이나 윤리 자체에 대해서 논하는 데는 전혀 관심 없고, 오직 아전인수격으로 내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나 가져와서 몇 마디 덧붙이련다. 좀 길다. 출처는 천병희 역 2018년 개정판 니코마코스 윤리학입니다. 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일이 많지 않기에 하찮은 일에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큰일을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쓴다. 그리고 그가 위험을 무릅쓸 때는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목숨을 구하는 것을 가치 있는 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시혜자가 되기를 좋아하고 수혜자가 되기를 부끄럽게 여긴다. (p.151) 모든 장인은 작품이 태어나면 작품이 그를 사랑하는 것보..
최근 , 를 너무 재미있게 다 읽었습니다. 할 얘기가 너무 많은데 다 표현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당한 제목도 떠오르지가 않네요. 글을 몇 번 끊어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바로 이전글 도 나심 탈렙과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일단 어쩌다가 이 아저씨 책을 접하게 되었는지부터가 긴 이야기입니다. 저는 주말에 아주 밤을 샐 지경으로 게임을 하는 날이 많습니다. 작년 365일 중 게임에 쓴 시간이 22일이 넘습니다. 집계에 안 잡힌 것도 있으니까 그것보다 훨씬 많이 했을 겁니다. 그러고 났더니 이런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게임은 왜 이렇게 재밌을까? - 게임이나 일이나 공부나 다 배우고 익히느라 고생해야 하는 건데 왜 게임은 유난히 재밌을까? - 사람들은 왜 내기와 승부를 좋아할까? -..
여러분은 길티플레저 노래가 있으신가요? 뭔가 대놓고 좋아한다고 인정하긴 부끄럽지만 중독성 있어서 왠지 계속 듣게 되는 악마의 후크송 류.. 아마 다들 있으시겠죠. 뭐 저는 옛날 사람이라 슈퍼주니어 쏘리쏘리라든지 현영 누나의 꿈 같은 노래가 생각나네요;; ㅋㅋㅋㅋ 소개드릴 Hanson의 Mmmbop이 아마 미국인들한테 그런 노래 같습니다. 음 밥! 두비 두밥! 이 계속 반복되는데다 나머지 가사도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는 노래거든요. 변성기도 오지 않은 소년이 부르는 전형적인 틴 팝처럼 들립니다. 유튜브 댓글은 대부분 이런 내용이지요. 이 노래는 1997년 출시됐는데 전 한참 지나서 중학교 때 라디오를 듣다가 알게 됐습니다. 자주 듣던 노래도 아닌데 작년 말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생각이 나서 반평생 만에 ..
1. 나는 여행할 때를 제외하면 일기를 쓰지 않는다. 여행 중 일기를 쓸 때면 귀찮아서 악필이다. 블로그에 여행기를 쓰는 것도 귀찮아 한다. 이미 지난 일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보다는 앞날을 상상하고 준비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 둘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다. 이미 지나간 것을 너무 성실하고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이 굉장히 피로하고 좀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한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체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지만 지난 일에 대한 성찰과 응용은 또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일기를 쓰기보단 산책하거나 대화하면서 하는 걸 선호하며, '이번엔 이랬으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겠다'처럼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둔다. 2. 물론 여행기를 안 쓰면 휘발되는 기억이 있어 아쉽긴 하지만 잊힐 것은 잊히고 남을 것..
인도는 당신의 계획을 보란듯이 망쳐놓는 예측불가능성의 끝판왕인 동시에, 가지가지 삼천포를 함께 제공하는 치명적 매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인도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계획은커녕 상상조차 못한 일들이 벌어질 때 본인의 문제 해결력을 시험해볼 수 있고, 사전 계획이 불가능한 삼천포에 제대로 빠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뉴델리에서 다람살라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가 한번 취소됐습니다. 여행 시간을 하나도 잃지 않으려고 이른 아침 항공편을 예매하는 꾀를 부렸다가 오히려 망한 거죠. 인도는 절대 호락호락하지가 않은 녀석인데 제가 컨트롤하려 했던 것이 건방졌나 봅니다. ㅎㅎㅎ 새벽 3시에 그 무서운 빠하르간즈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에 도착한 후에야 결항이 된 걸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겨울 북인도에선 운무로 인한..
북인도 여행 16박 17일 무사고 생존 팁을 공개합니다. 여자 혼자 인도 여행 간다고 타박(?ㅋㅋ) 많이 받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스스로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 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하고 유의했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물갈이나 사기 등을 겪지 않고 무사 귀환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 여행이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지구상 어떤 곳에서든 유의해야 할 점들을 준수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대비하고 제대로 대응하면 리스크 헤징이 상당 부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운수가 따랐기 때문에 별 일 없었던 거지만, 제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은 제대로 해내려고 했고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0. 거지꼴로 감 - 짐과 현금을 적게 들고 ..
원래 블로그에 예방접종 같은 여행 사전 준비나 짐 싸기 같은 건 쓰지 않았다. 다른 곳에 양질의 정보가 넘치기 때문에. 이번은 예외다. 이제까지의 여행 중 가장 난이도 있는 축에 들고 특수사항이 있기 때문에 짐을 어떻게 쌌고 무얼 대비했는지 좀 기록을 남겨두려고 한다. 1. 일단 출발 약 2주 전인 12/2에 A형간염 주사, 장티푸스 주사 맞음. A형간염은 올해 초에 유행할 때 1차접종을 했는데 마침 7개월 정도 지난 터라 정확히 2차접종 시기였음. 보통 저것들은 보건소에 가야 맞을 수 있는데, 회사에서 가까운 강남하나로의료재단 가서 둘다 맞음. 장티푸스 예방주사는 현지 도착 2주쯤 전에 맞아둬야 효력이 있고 3년간 유효. A형 간염은 6개월 텀을 두고 2번 맞아야 되는 주사라 임박해서 맞는 건 그저 자..
인도 여행을 가겠다는 말에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여자 혼자 위험하다, 가기 전에 꼭 마지막 인사하고 가라 (ㅋㅋㅋ), 거기를 왜 돈을 주고 가냐, 너 좀 특이하다, 무슨 일 있냐, 실연 당했냐, 류시화 책 읽고 혹해서 가냐, 깨달음 얻으러 가냐, 그러게, 왜 하필 인도일까? 류시화 때문도 아니고, 깨달음 얻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뭔가 성스러움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 면전에서는 너무 개인적이고 진지해서, 그리고 굳이 모두를 설득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ㅋㅋㅋ) 하지 않는 얘기를 여기 해본다. 스스로의 '동기'는 한번 점검해보면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니까. 왜 하필 인도인가? 0. 그냥. 무슨 이유가 필요한지. 아래는 모두 사족임. 1. 그 자체만으로 대륙 스케일인 커다란 나라, 다민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