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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오늘 전인대가 폐막했습니다. 홍콩 선거제 개편(이라 쓰고 개악이라고 읽음) 방안이 찬성 2895표, 기권 1표, 반대 0표의 압도적인 표차로 사실상 만장일치 통과했습니다. 홍콩 민주주의에 다시 한번 사망선고가 떨어졌습니다. 무슨 선거제도를 이렇게 자주 바꿔 버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엿 바꿔먹듯 마음대로 선거제도 갈아치우는 나라도 있음!? 변경 방향은 이전 글인 홍콩 선거제도 개편안 윤곽에서 소개한 대로입니다. - 간선 선거인단 총 1200석에서 1500석으로 증원 - 간선 선거인단..
겨우 서른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재밌었던 게 등장인물 이름입니다. 극중 상황과 딱 맞도록 절묘하게 지어 놓았습니다. 중국어를 알면 이름에 담긴 우의적 의미를 쉽게 눈치챌 수 있지만, 번역의 과정을 건너다 보면 모조리 lost in translation 되기 때문에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한번 쭉 소개해 볼게요. 스포일러 있음!! 1. 구자 (顾佳) 완벽 그 이상의 전업주부 구자. 구자가 처음 등장하던 장면 기억하시나요? 구자라는 이름하고 전업주부하고 무슨 상관이길래 이런 말을 할까요? 구자의 이름인 자(佳, jiā) 는 아름다울 가 자를 씁니다. 이외에도 훌륭하다, 뛰어나다는 뜻이 있어요. 이게 집 가(家, jiā)랑 발음이 완전이 똑같아요. 성씨인 구(顾, gù)는 한국 한자로는 돌아볼 고(顧) 자로, ..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오늘 3/5 아침에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이 있었습니다. 이를 앞두고 어제 저녁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주임이자 정협 부주석인 샤바오룽이 선거제도 개편안을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내용대로 오늘 전인대에서 이야기가 되었고 그 윤곽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행정장관 간선 선거인단을 기존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2. 행정장관 후보는 이 1,500명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188명 이상의 노미네이션을 받아야 합니다. 선거인단은 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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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서른 다 봤다. 보면서 내내 느낀 것이 구자는 밸붕 캐릭터다. 주인공 세 여자 전부 다 장점도 단점도 있지만 구자는 그 중에서도 장점이 훨씬 두드러지고 단점은 없는 수준이다. 기품 있고, 자기가 원하는 걸 알고 추진력 있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숙일 때는 숙일 줄 알고, 그러면서도 절대 용납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사 표현 확실하고, 집안일이든 사업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절도 있고 일처리 뛰어나고, 선견지명 있고 판단력 뛰어나고, 선량하고 인정도 많아서 매번 정도를 걸으면서 대국적인 선택을 함. 구자 아버지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어르신. 실책이라고는 한때 집안을 흥하게 하려는 의욕이 과해서 부녀회 활동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차공장을 성급하게 인수한 것인데, 도리어 훌륭하게 책임을 지고 전화위복을..
동티베트(캄) 지방에 존재했던 소규모 지역 정치체를 구글 지도에 표시해 보았습니다. 이 지역 정치체들은 중국말로 인민해방군이 이 지역을 '해방'시키기 전까지만 해도 존속했던 것 같습니다. 모두 해발고도가 매우 높고 인구가 희박한 곳입니다. 옛날에 촉나라가 왜 천혜의 요새라고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였죠. 그 촉나라 수도인 청두를 둘러싼 높은 산이 바로 이 지역입니다. 라싸에 위치한 달라이 라마 중앙 정부와도 지리 및 정치적으로 상당히 멀었습니다. 현재도 쓰촨성 성도인 청두와 같은 지역 거점에서 버스로 한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들입니다. 몇 년 전에 휴가 내고 이곳 일주를 해보려고 머리를 굴린 적이 있고 동녀국 관련 글도 그때 썼었는데, 1주일 휴가로는 도저히 답이 안..
2/23 화요일 어제 수술을 하나 받았다. 국소마취였고 절제 과정은 초음파로 말똥말똥 다 지켜봤다. 수술대에 눕고 나서 끝날 때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은 듯 하지만, 어쨌든 몇 년 전부터 몇 번째 이런 수술과 조직 검사를 받고 있다. 지금은 조직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별 문제 없다는 결과일 확률이 높으므로, 결과의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는 지금 써야 좀 더 유효한 내용이 될 터라 지금 써둬야겠다. 수술이 별 것 아닌 것에 비해서 6시간 입원이 필요했는데 그동안 세네카 책을 읽었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스토아 철학자인데, 나는 내가 자주 하던 생각이 스토아 철학자들의 생각과 아주 비슷하다는 걸 잘 모르고 있었다. 비슷한 점 여러 가지 중에서도 특히 얘기하고 싶은 것은 Premeditatio ..
추천이 자자한 거의 다 봐간다. 대기업 파견 직원으로 나오는 이지안(아이유)이 박동훈 부장(이선균)과의 교류를 통해 저런 명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예전에 전회사에 다닐 때 써둔 글 중에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배경 이야기 전회사는 대졸 공채 정규직 사원(나 같은 사람)을 4급 사원으로 분류했다. 이들 이외에 수출입 서류 작성이라든지 비품 정리 등 비교적 간단한 서무를 담당하는 파견직 여자 직원이 굉장히 많았다. 이들 중에 남자는 없고 전부 여자였으며 학력은 고졸 혹은 초대졸이었다. 이 직원들이 정규직 5급 사원으로 대거 전환된 적이 있는데, 파견직과 5급 직원에 대해서 사람들은 항상 책임감이 없다고 불만이 많았다. 파견직 및 5급 사원은 속칭 '여직원'이라고 불렸다. 정규/비정규직 관계를 표면화하..
집에 온 김에 『한비자』 다시 뒤적여본다. 완역본이긴 한데 한문 원문이 같이 실려있지는 않다. 원문이 같이 수록된 완역본은 5권짜리였음 ㄷㄷ 작년에 포스트잇 붙여놓은 부분을 다시 쭉 보니까 죄다 노자가 한 말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진짜 비슷함. 1. 재앙과 복에 관한 이야기 (p.286) - 이건 보왕삼매론 비슷하기도 하다. 사람은 재앙을 당하면 마음이 두려워지고, 마음이 두려워지면 행동이 단정해지며, 행동이 단정해지면 재앙과 화가 없게 되고, 재앙과 화가 없으면 천수를 다하게 된다. 행동이 단정하면 생각이 무르익고, 생각이 무르익으면 사물의 이치를 얻게 되고, 사물의 이치를 얻게 되면 반드시 공을 이루게 된다. 천수를 당하면 온전하게 장수할 것이며, 반드시 공을 이루면 부유하고 귀해질 것이다. 온..
연휴라 부모님 댁으로 돌아와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예전에 빌려 읽고 하도 마음에 들어서 전역한 동생한테 선물로 줬던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를 다시 꺼내 읽었다. 이 책은 캐나다 전투조종사 출신이며 우주비행사로 일했던 크리스 해드필드가 썼다. 모든 부분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서 온 동네 선물하고 싶을 정도이지만, 그 중 가장 반직관적이면서도 그저 근본 뿐인 챕터 하나가 있다. 「부정적 사고의 힘」. 요즘 블로그에다 자기계발 느낌 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난 자기 발전에 관심이 많지만(두려움이 많아서이다) 자기계발 콘텐츠는 별로 안 좋아한다. "하면 된다"와 같은 무한긍정 자기착취 이야기는 특히 믿고 거르는 편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분명히 있다. 노력은 성공의 충분조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