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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작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눈에 띄는 그림이었다. 카라바조 느낌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음. 그러고 보면 카라바조는 정밀하고 잘 다듬어진 딱 고전파 느낌인데 할스는 붓자국이 좀 거친 편이네. 순간순간의 인상을 포착하려 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할스를 좋아했다고 한다. 엽서로 만들어져 있었으면 당장에 사왔을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메모해놓지도 않아서 그냥 나중에 boy + skull + national gallery 해서 찾았다. (클릭) 요것은 초상화가 아니다.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바니타스화다. * 바니타스(Vanitas)는 16-17세기의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정물화에 특히 관련있는 상징과 관련된 예술작품의 한 종류로, 그 이외의 장소들과 다른 시기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
어제 친구랑 만나서 구글맵 켜놓고 계획 짰다. 각자 헬싱키, 암스테르담을 알아봐와서 조합하는 데는 딱 2시간 정도 걸렸다. 최우선순위 장소를 미리 선별해와서 가까운 곳들을 같은 날에 묶었고, 시간대별로 계획짜고 그러진 않았다. (숨막힘) 식사는 둘다 한끼 때우면 된다는 마음씨라 식당은 전혀 안 찾아왔더군... 일정 정하기가 아주 편했다. ㅋㅋㅋ 공동비용 관련해서는 헬싱키에서는 내가, 암스테르담에서는 친구가 카드 결제하고 나중에 반반 나누기로. 나는 여행가면 그냥 관광지 위주로 다니다가 틈 나면('틈 내서'가 아님) 주변에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는다. 여행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먹고 입고 꾸미는 등등 감각적인 것이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런 걸 다채롭게 누리는 사람들이 확실히 재밌게 사는 것 ..
국제 레릭 센터(International Center of the Roerichs)는 모스크바에서 제일 좋아하던 박물관입니다. 이곳이 요즘 충격적인 위기에 처해있어서 소식을 전합니다. 2014년 여름 처음 모스크바를 갔을 때 니콜라이 고골 박물관에 갔었어요. 안내해 주시는 할머니께서 뭐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못 알아듣고 쩔쩔매고 있었어요. 옆에서 보고 있던 분이 영어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러다가 동선이 겹쳐 전시실을 같이 다니게 됐는데 고골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어요. 이 분이 바로 지금까지도 이메일을 종종 주고받는 알렉산드르 아저씨입니다.아저씨는 취미가 박물관 구경입니다. 그리고 영어가 훌륭과 완벽을 넘어 문학적인 경지셨어요. 원어민보다 더 풍부한 어휘와 격조있는 문어체를 구사합니다... 인도에서 시도..
2017 위키미디아 커먼즈 사진대회 파키스탄 부문에서 뽑힌 10장이 공개됐다. 그 중에 3장 뽑아봄. 아 영혼이 씻겨 내려가는 느낌. 위 2장은 2016년도 선정작 중에서 골랐다. 왕오천축국전의 소발률국, 대발률국 바로 그곳인 길기트-발티스탄주는 히말라야 산맥의 경치로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거기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타고 쿤제랍 패스를 넘어 신장 남부를 가로지른 다음 칭하이에 곧장 도착하는 상상을 해본다. 파키스탄은 혼자 여행하기가 만만찮다. 간다라 유적이 있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은 특히 테러 위험이 크다. 이외에도 파키스탄 거의 전 지역이 여성 여행자에게는 특히 까다롭다. 뚫어져라 쳐다보고 몸을 만지기로 악명 높음. 그런데 옆에 남자가 있으면 그렇게 친절하고 순박할 수가 없다고 그러네. 기본적으..
와 이번 주 ㄹㅇ 책만 읽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123456 번호 붙여서 써봅니다. 1. 금융제국 홍콩행정부 경제관료가 홍콩에서 3년 체류하고 쓴 금융서. 도서관에서 화폐금융 쪽 코너에 갔다가 엇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해서 빌렸습니다. 결론: 별로입니다. 노동자의 낙원이라는데 웃음이 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니계수가 0.5 넘어서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만큼 빈부격차가 극단적인 곳입니다. 이 책에는 모든 게 너무 긍정적으로만 묘사돼 있어서 미생인 저한테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는 얻을 수가 없었어요. 비추합니다. 조세제도에 대해서 개괄이 되어있는데 이거는 참고해볼 만 했습니다. 홍콩은 이윤세(법인세)가 세계 최저 수준인 걸로 유명하죠. 법인 차리기 진짜 쉬운 곳이에요. 근로소득세도 불과 2~17% ..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20년 전 7월 1일 홍콩에서는 영국 국기와 영연방 깃발이 내려가고 중국과 홍콩 깃발이 올라갔다. 2047년도까지 50년간 일국양제 원칙에 입각한 체제 보장이 약속되었다. 올해는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불꽃놀이가 있었다. 시진핑 주석은 처음으로 홍콩을 방문해서 홍콩 독립 세력과 반중 시위에 엄포를 놓았다. 이날 캐리 람은 행정장관에 취임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은 최근 회고록을 출판했다. 며칠 전 조슈아 웡과 네이선 로 등 젊은 민주파는 골든 보히니아 기념물을..
만네르하임의 전 생애를 다룬 전기문 Mannerheim: President, Soldier, Spy. 이거 작년에 런던 Foyles 서점에서 보고 내년에 핀란드 가기 전에 읽어야겠다 생각했었다. 그 내년이 겨우 2주 앞이네. 조너선 클레멘츠 이름이 익숙해서 찾아보니까 《해적왕 정성공》 저자였다. 예전에 대만 가기 전에 봤었고 당시 대만에서 교환학생 중이었던 친한 친구에게도 선물했다. 정성공도 흥미롭지만 만네르하임도 만만찮게 재밌는데 번역본 나오면 좋겠다. 만네르하임은 러시아 제국의 대공국이었던 핀란드에서 1867년에 태어났다. 독일 혈통이 섞인 스웨덴계 핀란드 귀족 가문 출신이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병 학교에서 공부하고 러시아 군대에서 복무한 후 핀란드 독립을 이끈 다면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겨울전쟁..
블로그를 살짝 정리했습니다. 저는 홍대의 어떤 라면집을 엄청 좋아합니다. 2008년부터 애용 중인데요. 거기는 제 기억에 메뉴가 4개 뿐입니다. 장소도 조그맣죠. 차린 건 없지만 꾸준하고 고퀄리티입니다. 제 블로그도 그 라면집을 좀 닮았으면 합니다. 최소한의 카테고리만으로 목표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이 블로그는 번 돈을 그저 쓰기만 하고, 책을 읽어도 정보를 소비하기만 하고, 아낀 힘도 그냥 쌓아두기만 하는 하루하루에 회의를 느낄 때 만들었습니다. 뭐라도 좋으니 생산자가 되어 나누고 싶었습니다. 관심이 있어서 모아 놓은 정보를 공유하는 게 제일 쉬웠기 때문에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실크로드와 홍콩은 많은 사람이 흥미를 가지는 주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필요한 게 있어 흘러들어온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 장소 헬싱키 대학 - Orientalica Collection에 만네르하임 일기 원본과 중앙아시아에서 수집한 서적 소장. 만네르하임 박물관 - 임종 시까지 살았던 생가. 중국에서 가져온 물건들 소장. Museum of Cultures - 극동아시아 전시관에 만네르하임 아시아 컬렉션 소장. 다른 핀란드 탐험가들의 물건들도 있음. Hietaniemi 공동묘지 - 만네르하임이 묻혀 있음. National Archives of Finland - 만네르하임의 사적 기록 소장. National Board of Antiquities in Helsinki - 만네르하임의 아시아 사진 소장. 헬싱키 대학 도서관, National Board of Antiquities, National Archives of Finlan..
중국에는 투르크어를 말하면서 이슬람교가 아니라 티베트 불교를 믿는 민족이 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위구르족과 본래 한 계통으로 추정됩니다. 바로 간쑤성 쑤난 위구족 자치현에 거주하는 위구족(裕固族, Yugurs)입니다.1893년도에 러시아 탐험가인 그리고리 포타닌이 처음으로 위구어 단어 사전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위구족의 행정 및 지리적 상황에 대한 간단한 노트를 곁들였습니다. 이후에 위구족 관련 민족지 조사를 본격적으로 실시한 첫 번째 사람이 만네르하임입니다. 만네르하임의 위구족 관련 보고서는 1911년에 피노-우그리안 소사이어티에서 발행되었습니다. 만네르하임에 의하면 위구족은 스스로를 Sarö Yögurs라고 부릅니다. 황색 위구르라는 뜻입니다. 이들은 만네르하임 당시에도 이미 과거 역사에 대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