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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제1장: 페리 내항과 막부의 개국정책 1853년 페리 함대(흑선)가 에도 앞바다에 나타나 무력시위를 벌인 이듬해, 미국과 일본은 미일화친조약(카나가와조약)을 체결한다. 1858년에는 미일수호통상조약이 조인되면서 개항장이 카나가와, 하코다테, 니가타, 효고, 나가사키의 5개로 늘어난다. 에도와 오사카는 개시장으로 정해졌으며, 에도에는 공사, 개항장에는 영사 주재를 허용하게 되었다. 외교대표의 국내여행과 외국인의 개항장 거류 및 개시장 체재 역시 허용된다. 경제적으로는 자유무역이 시행되었으며, 협정관세를 채택하고 외국화폐가 자유로이 유통되기 시작했다. 특히 영사재판권, 협정관세율, 편무적 최혜국대우 등의 불평등한 규정이 성문화된다. 이처럼 막부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굴복하여 2차례에 걸쳐 개국조약을 통해 ..
책상 정리하다가 2011년 1학기에 메모해둔 것들이 나왔다. 이때는 중국 교환학생 나가기 직전으로, 교생실습을 나갔었고 지겨운 교직 및 전필 과목을 한껏 몰아 들었다. 과목이 하나같이 재미가 없어서 수업시간마다 딴 책을 탐독하면서 종이에 베껴 적거나 하며 버티곤 했다. 그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 관련 책에서 옮겨 적은 내용인데, 앙드레 지드의 저작으로 기억한다. 나는 확실히 양가성이라는 주제에 매우 이끌린다. 처음으로 읽으면서 전율한 책도 Fair is foul, foul is fair로 유명한 맥베스였다. 최초로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던 도시인 홍콩도 동양과 서양이, 그리고 보편과 로컬이 미묘하게 교차하고 투쟁하며 한편으로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러시아는 쌍두독수리로 상징될 만큼 유럽과 아시아 그 모두이자..
오토 폰 비스마르크. 오래 전에 외교학 수업 들을 때 아 이런 천재도 있구나 + 정신없어 죽겠다, 라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삼제동맹이니 삼국동맹이니 재보장조약이니 으으 디테일은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하지만 저 모든 걸 거미줄 짜듯 구상해서 독일을 통일하고 프랑스를 한땀한땀 옭아매버린(!!) 신출귀몰한 외교가 비스마르크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차라리 행정은 하면 했지, 현실정치가나 외교관 같은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잘하지 못할 성격입니다. 기민하게 흐름을 읽고 정확하게 패를 가늠해서 상황상황에 맞게 타짜 기질을 발휘해야 하는 정치란... 천성적으로 너무 안 맞습니다. 그런 제게 원천적인 불능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정치를 비스마르크는 저토록 아..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러시아 문학 주요 작가와 작품을 살펴본 책이다. 챕터 1 '남의 음식'과 '나의 음식' 부분이 특히 탁월했다.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의 대결로 빚어진 러시아 문화의 이중성을 음식이라는 일상적 소재로 묘파했다. 이 부분에서 예브게니 오네긴 속 음식 이야기에 얽힌 푸쉬킨의 코스모폴리터니즘도 언급된다. 챕터 1을 읽는 내내 왜 러시아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애착을 느끼게 됐는지 되새겨볼 수 있었다. 누군가 왜 러시아에 매력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이 부분을 그냥 펴주는 걸로 설명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정확히 핵심을 짚은 글이었다. 남의 것과 나의 것, 이중성, 혼종성 이 개념들은 내 관심분야 대부분과 취향과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 전공선택도 언어선택도 다 이것들이 작..
이번에 보로딘의 이고르 대공 보기 전에 워밍업으로 읽고 가려고 빌린 책. 글린카, 다르고미쉬스키, 발라키레프, 세자르 퀴, 보로딘, 무소르그스키 등 여섯 작곡가의 전기적인 사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1980년도에 출판된 책이라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소설 읽듯이 술술 내려가는 재미가 있다. 보로딘은 과학자이기도 하고 음악가이기도 하면서 두 분야 모두에서 거대한 성취를 이뤘고, 성격도 온화하고 유머러스했으며 아내와의 관계도 좋았다. 진정한 사기캐릭터임을 알고 살짝 박탈감을 느꼈다. 그런데 정작 보로딘보다는 발라키레프에 관한 서술이 무척 흥미로웠다. 예전에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옹정제》라는 책을 홀린 듯이 읽은 적이 있는데 옹정제랑 비슷한 점이 많은 캐릭터 같다. 드높은 기준, 완벽주의에서..
http://bravebird.tistory.com/96에서 서예가 치궁 할아부지를 간략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사진 속 푸근한 인상이 보통이 아닌 건 알았지만, 중국 웹에 조금만 검색해 보아도 일화가 가득합니다. 인품, 인격, 귀여움, 유머 등등의 단어와 같이 엮어 검색하면 신문기사에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커뮤니티 게시글까지 다양합니다. 그 중에 짧고 쉬운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몇 주 전에 회사에서 막간을 이용해서 번역해 뒀었지요. 전 정말 이 할아부지 팬이 돼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런 천진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2002년은 선생이 교편을 잡은 지 70년이 되는 해였다. 경축 행사 자리에서 베이징 사범대학 학생들이 곰돌이 푸 인형을 하나 선물했다. 회의 도중, 귀여워 못 참겠다는 듯이 ..
정말 좋은 책이다. 반납 전에 기억해 둘 만한 부분들을 필사해 뒀다. 더 많지만 귀퉁이를 접지 못해서 다 건지지 못했다. 그저 불평하고 반항하고 엇나가고만 싶은 소인배의 마음에 휘둘릴 때마다 다시 새겨 봐야겠다. 곧 제대해서 새 생활을 시작할 동생한테 한 권 선물해도 좋겠다. 참고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를 녹화하여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던 전직 캐나다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가 썼다! 처음 저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데이빗 보위나 이 분에 대해서나 배경지식이 없었다. 합성인 줄 알고 끝까지 유심히 보지도 않았었지...ㅎㄷㄷ 저 충격적으로 멋진 곡을 실제로 우주에서 부르다니 낭만 그 자체! 그 뒤에 숨은 수십 년 간의 갖은 노력과 겸손히 정진하는 자세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정열적이고 유유자적하며 겁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임어당 저, 김영수 편역, 《유머와 인생》, 도서출판 아이필드, 2003, p.165. 임어당 수필집 《유머와 인생》을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라 가져와봤다. 유머감각 있는 사람들과 일하면 확실히 마음이 편하다. 이것저것 잘 베풀기도 하고 일할 때 재량권도 더 많이 허용해준다. 긴장상황도 웃음으로 식혀 주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준다. 그럴 수 있으려면 우선 정열적이어서 사람들에 대한 정이 있어야 한다. 과정에는 열심이되 결과에 대해서는 유유자적할 줄 알아야 한다. 한편, 남의 서슬에 퍼렇게 질리지 않고 자기 중심을 지킬 줄 아는 겁없는 성격이어야 한다. 이게 유머의 ..
중국인 이야기 1권 읽다가 자꾸 돌아가는 페이지가 있다. 바로 이 개구리인형 사진이 나온 페이지. 서예가 아이신 기오로 치궁 (爱新觉罗启功) 선생의 사진이다. 성씨가 매우 심상찮은데, 생각대로가 맞다. 청조 황실의 후손이다. 철혈의 독재군주이자 근면성실의 대명사로, 아마 일하다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5대 황제 옹정제의 피를 이어받았다. 그래서일까 말년에는 옹정제의 잠저였던 옹화궁에 거처했다. 옹화궁은 이후 티베트불교 사원이 되었는데, 치궁 선생은 어릴 때 그곳에서 승려 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이 분은 인형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이 개구리 인형이 제일 친한 친구였고 외출할 때는 토끼 인형을 안고 다녔다. 황족 출신의 대서예가이자 국학대사로 존경받는 인물의 이다지도 천진한 모습이라니. 저 해맑은 ..
개구리와 올챙이 수묵화 2점. 원래 다른 사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담백하고 정감 있어서 오래 두고 보려고 가져왔다. 첫 번째는 치바이스의 작품이 맞고, 두 번째는 이름이나 인장이 선명히 보이진 않지만 치바이스 것은 아닌 것 같아 확실치 않다. 요즘 통근길에 중국인 이야기 1권 읽다가 중국 근현대 대화가들인 쉬베이훙과 치바이스의 미담에 감화되었다. 쉬베이훙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치바이스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한다. 치바이스는 목수 출신 평민화가라 처음에는 그림의 가치가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쉬베이훙이 어느 날 한 전시회에서 구석에 걸려 있는 치바이스 그림을 발견했다. 즉시 직원을 불러다가 잘 보이는 곳에 걸게 하고 가격을 대폭 올려 적은 다음 쉬베이훙이 정한 가격이라고 쪽지를 붙여놓았다. 그 때부터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