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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독서모임을 빙자한 친구모임을 월 1회 하고 있다. 10년 된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오늘은 두 번째 모임이었고 내 제안으로 노자 《도덕경》을 다뤘다. 저번 달은 군주론이었는데 글을 아직 안 남김. 다음 기회에. 《도덕경》은 얇고 쉬워서 금방 읽혔다. 아포리즘 모음이다. 출퇴근길이나 점심시간에 마음 편하게 한 2-3일 정도 읽으니 끝났다. 평가는 내가 제일 후하게 줬다. 한 친구는 동양철학이 잘 안 맞는다고 했다. 도가 뭔지 설명도 못하는 걸 보니 엄밀하거나 논리적이지 못하고, 그냥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을 정리해놓은 것 같단다. 다른 친구는 꽤 호평을 했는데 《도덕경》 내용이 상식(직선적인 세계관)에 반하기 때문에 허를 찌르고 시야를 넓혀준다고 했다. 나도 대체로 비슷한 감상이다. 내용 요약은 ..
이 블로그에는 아주 눈엣가시같은 글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 대표적인 것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고 쓴 글이다. (bravebird.tistory.com/355)정말 감명 깊게 읽은 책이지만 도대체 어떤 부분이 내 일상의 무슨 구체적인 조각을 건드렸는지 얘기하는 데 실패했다. 개인적인 인상을 구체적인 글로 번역해내는 데는 원래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해를 도울 에피소드나 이미지를 찾아내서 아이디어와 연결시키고, 생각을 다듬고 단어를 골라가며 글을 여러 번 수정하는 엄청난 노동이 필요하다. 그런 노역은 귀찮아 전부 생략했기 때문에 저 따위가 된 것이다. '좋은 차와 번듯한 집 이거 진짜 원하는 건가?' 하는 뻔하디 뻔한 하품나는 생각이 그나마 저 글의 중심 생각인 듯 하다. 그런데 '개인주의'와 ..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쓴 Let My People Go Surfing 책을 주말에 다 읽었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브랜드 회사인데 평소에 옷 잘 만든다고는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더 멋지다. 나는 비즈니스 월드에 대해서 대체로 삐딱한 생각이다. 직접 몸을 담게 되면서 좀 바뀌긴 했어도 이 두 가지 생각은 그대로다. (1) 이런 물건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데 자꾸 없는 욕망까지 조장해서 팔아 먹는다. (2) 이렇게까지 일 안해도 생존에 문제가 없는데 수당도 안 줄 거면서 쓸데없는 트집을 잡아 퇴근을 안 시킨다. 이런 인상이 뿌리가 박혀 있다. 사실 이젠 나도 그 일부가 되었음을 인정하기 때문에 시장의 압박이라든지 인간의 어리석음^O^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 세상에 어딨겠는가 싶고..
와 이번 주 ㄹㅇ 책만 읽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123456 번호 붙여서 써봅니다. 1. 금융제국 홍콩행정부 경제관료가 홍콩에서 3년 체류하고 쓴 금융서. 도서관에서 화폐금융 쪽 코너에 갔다가 엇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해서 빌렸습니다. 결론: 별로입니다. 노동자의 낙원이라는데 웃음이 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니계수가 0.5 넘어서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만큼 빈부격차가 극단적인 곳입니다. 이 책에는 모든 게 너무 긍정적으로만 묘사돼 있어서 미생인 저한테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는 얻을 수가 없었어요. 비추합니다. 조세제도에 대해서 개괄이 되어있는데 이거는 참고해볼 만 했습니다. 홍콩은 이윤세(법인세)가 세계 최저 수준인 걸로 유명하죠. 법인 차리기 진짜 쉬운 곳이에요. 근로소득세도 불과 2~17% ..
이 책 매우 재밌음. 흔히들 변방으로 취급하는 북해 역사가 어떻게 현대사회의 토대가 되었는지 다루고 있다. 네덜란드·핀란드 여행에 뭔가 도움이 될까 해서 읽는 중인데 바이킹 활동과 그들의 정착지에 대한 챕터 3-4 매우 재밌다. 예전부터 북유럽 사가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한국어로 번역된 게 거의 없다시피 하다. 최근 몇 년간 문학이 도저히 읽히질 않는 크리(거의 끝을 못봄..) + 생소하기 짝이 없는 장르(사가) + 인명지명 압박 + 영문판 압박으로 손대지 못하고 있는데, 이 책이 나름 첫단추가 되어줄 수 있을 듯. 몇 년은 후에 꿸 단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공이었던 영어발달사 시간에 배운 노르만 정복 부분이 정말 흥미로워서 북유럽-영국-아일랜드는 언젠가 구석구석 돌아보겠다고 항상 벼르고 있다. 작..
아. 뭔가 알찬 글을 쓰고 싶은데 진도가 더디다. 이제 휴일도 끝인데 독서 잡담이나 해야지. 최근 몇 달간 책이 정말 재미없었는데 황사어린 황금연휴를 맞아 내내 집에 뒹굴면서 조금은 속도를 붙였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것입니다. The Common Law in Two Voices.https://www.goodreads.com/book/show/8426895-the-common-law-in-two-voices(제 아이디 bravebird 보이실 겁니다. ㅎㅎㅎ 올해 읽은 책들은 리뷰도 조금 끄적인 게 있습니다.) 영어를 기반으로 한 보통법이 이중언어 사회인 홍콩 법정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에 대한 사회학적 이야기입니다. 영어와 광둥어의 사회적인 기능 분화, 그리고 각 언어로 진행되는 재판이 어떻게 다른지 다..
기약없는 대기야근 중 참을 인자를 새기며 읽는 러디야드 키플링의 시. 현 바탕화면. 밑에 타자는 일할 거 지지리도 없을 때 시간 때우려고 베껴 쳐 놓은 것임 ㅋㅋㅋㅋ 파란색은 특히 마음을 울리는 부분들... 와... If you can keep your head when all about you are losing theirs and blaming it on you, If you can trust yourself when all men doubt you but make allowance for their doubting too, If you can wait and not be tired by waiting, or being lied about, don't deal in lies, or being hate..
설 연휴부터 최근까지 이중톈 중국사 1~9 드디어 독파. 1권의 복희와 여와부터 시작해서 9권 전한/후한과 동로마/서로마 부분까지 번역본이 발간돼 있다. 청말 이야기까지 계속 나올 거라 앞으로 몇 년간은 행복할 예정이다. 시공을 넘나드는 이중톈의 촌철살인은 일품이다. 제일 인상깊은 부분은 항우와 유방 이야기. 한 6년 전 수업시간에 몰래몰래 꺼내읽은 품인록에서도 읽은 적이 있는데 밥벌이하는 샐러리맨이 되고 나서 다시 보니 사무치게 와닿네. "항왕은 예의가 바르고 사람을 사랑하는데 대왕(유방)은 무례하고 저속합니다. 그러나 항왕은 인색하고 옹졸한데 대왕은 씀씀이가 대범합니다. 그래서 다들 한나라 진영으로 오는 겁니다." "유방은 무정하기는 하지만 냉혹하지는 않았고,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낭만이 전혀 없지는 ..
보편과 에고 사이의 진동- 『저항과 아만』 서평 - 1. 『저항과 아만』은 책 제목부터가 그 내용을 기대하게 했다. 이언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었지만, 오만(傲慢)이라는 흔히 아는 단어가 아니라 아만(我慢)이라는 ‘나 아(我)’자가 들어간 새로운 단어가 사용된 것이 심상치 않았다. 분명 자의식이 강렬하고 주변과 쉽게 융화할 수 없었던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겠다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고, 400쪽이 훌쩍 넘는 두꺼운 책은 그 기대를 전혀 저버리지 않았다. 이언진은 틀에서 벗어난 글재주와 사유방식, 그리고 당시 사회에 대한 급진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가진 것들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없었다. 결국 이언진은 자신이 지향하는 지점과 현재 딛고 있는 지점 사이..
이 책은 홍콩 태생으로 북미 학계에서 일하고 있는 레이 초우라는 학자가 썼다. 홍콩에서 인류학/사회학 공부를 해보려고 연구계획서를 쓰던 몇 년 전에 정말 궁금했던 책이다. 그쪽보다는 문학/문화연구 쪽에 가까운 책이라 당시에는 제쳐 놨다가 이제서야 읽는데 너무 어렵고 괴로워서 휙휙 넘기고 있다. 대신 와 이건 제대로다 싶은 부분도 꽤 있어서 덮지는 않았다. 대학원 생각까지 하면서 문학을 두 과목이나 전공하던 내가 왜 졸업을 끝으로 문학과 담을 쌓았는지 이 한 권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끝까지 읽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80년대 홍콩 영화를 보다가 반환, 그러니까 식민통치 종식을 앞둔 사람들이 그걸 오히려 너무 두려워하는 모습을 봤다. 일제강점기 역사에 이를 부득부득 가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