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독서 (73)
독수리 요새
나는 이중적이거나 모순적인 것들이 하나로 결합돼 있는 오묘한 것을 예전부터 아주 좋아한다. 제정 러시아의 상징인 쌍두 독수리라든지, 얼핏 보기에 섬세하지만 상당한 힘을 요하는 발레라든지, 동서양이 기묘하게 혼합된 홍콩이라든지, 노자 도덕경의 대교약졸 대용약겁 대지약우라든지, 낮져 밤이라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에 나열한 게 너무 거창해서 밸런스패치 한 겁니닼ㅋㅋㅋ) 근데 주사위야말로 정말 딱 저런 신기한 것이다. 우리는 주사위를 던지면서는 우연을 긍정하며, 주사위가 떨어질 때는 필연을 받아들인다. 우연과 필연, 즉 도전과 승복이라는 제일 멋진 것들이, 아이들조차 이해하는 조그만 육면체 하나에 전부 깃들어있는 것이다. 아래는 dice symbol이라고 검색해서 들어간 타투 사이트에 소개된 주사위 상징..
- 자신의 실수와 오판을 인정하고 기록하며 가까운 곳에 두고 항상 참고한다. - 다른 사람의 진단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에 의거하여 스스로 판단한다. - "지금 제게 처음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시고 다시 한 번만 더 들려주시겠습니까? 그게 어떤 느낌이었고, 그런 느낌이 언제 어떻게 처음 들었죠?"하고 묻는다. 환자가 마음 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는 직감적인 근심과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단서를 얻는다. - 인체생물학이 근본적으로 가변성을 띤다는 점을 이해한다. 각종 분류법과 알고리즘이 생각을 대신하도록 두지 않는다. 동일한 수치나 데이터를 무조건 동일하게 해석하지 않는다. 전형을 따르지 않는 패턴도 존재할 수 있음을 이해한다. 환자의 개별성과 그들이..
1. 운 좋은 사람 특징 운이 좋다는 사람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삶을 편안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경험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등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삶에서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도 운이 좋은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과 직감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결정을 내리는 성향이 있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미래가 행운으로 가득하리라고 확신한다. 이런 기대감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 된다. 이런 기대감 덕분에 운이 좋다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운이 좋은 사람들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특히나 뛰어나다. 그리고 불행이 닥쳤을 때도 이들은 상황이 ..
2019년 12월에 인도 여행 가기 전에 읽고 갔던 키플링 소설 . 정말 많이 기대를 했는데 사실 명성에 비해 잘 읽히지가 않았다. 문학동네 버전이었고 뭔가 번역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진짜 이상한 번역인 게 확실하다. 은 챕터 시작부분마다 짧은 시가 첨부돼 있는데, 챕터 4의 요술 모자(The Wishing Caps)라는 시가 왠지 마음에 들었다. 당시 인도 여행이라는 모험을 앞두고 위험과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에 완전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만약 내가 행운을 돌보지 않는다면 / 행운은 틀림없이 나를 따라 오리니 하는 부분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있는 이북에서 원문을 뒤져서 찾아냈는데 이게 오히려 번역문보다 쉬웠다 ㄹㅇㅋㅋ 영어로 읽고 비로소 이해했다 진짜. 이걸 내가 ..
가장 좋아하고 항상 가까이 두는 몇 안 되는 시 중에 러디야드 키플링의 If가 있다. Nas의 Made You Look이라는 곡 뮤직비디오 첫머리에서 처음 접한 후, 살면서 제일 억울하고 굴욕적이고 패잔병 같았던 시절을 이 시와 함께 버텼다. 몇 년 전에 이 폴더에서 소개한 적도 있다. (링크) 마하트마 간디나 이소룡, 유일한 박사, 워렌 버핏이 좋아했던 시이자,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도 꾸준히 꼽혔다고 한다. 영국 윔블던 테니스코트의 입구에도 한 구절이 새겨져 있는데, 내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이자 완전히 지쳐 버렸던 패잔병 시절에 가장 많이 되새긴 부분이다. 이 시는 전혀 어렵지가 않고 쉬운 단어로 쓰여 있다. 그런데 그간 해석이 잘 안되는 딱 한 부분이 있었다. "If you can fill ..
이 책은 군인, 경찰, 경호원, 특수요원 등 시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업적 전사들이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다루고 있으며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전투 상황 전, 중, 후에 어떤 신체/심리적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지, 얼마만큼의 피를 흘리고도 살아남아 반격을 가할 수 있는지(무려 200ml 우유 열 팩!),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쏘아야만 한다는 도덕적 딜레마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은지 등등 실용적인 내용뿐 아니라, 전사의 미덕과 자부심 등의 내용이 등장합니다. 게임은 왜 이렇게 재밌는가 하는 한 가지 질문이 절 이렇게 밀리터리까지 입문하게 만들었습니다. 게임에서 전투까지 비약하게 된 경로를 세세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번거롭지만, 다름아닌 '액션(행위)'과 '승부'와 '운명적..
예전에 인생 목표 중에 책 쓰기를 꼽은 적이 있다. 지금은 그에 대해서 의문이다. 관심 분야 몇 가지에서 내 나름대로 경지에 이르고 싶어서 책을 쓰겠단 생각을 했었다. 근데 책쓰기를 목표로 삼으면 재미로 하던 것마저 굳이 과제로 만드는 것 같다. 어떤 워커홀릭 한 분이 생각난다. 이 분은 평일에도 새벽까지 일하면서 주말에 하는 취미생활로도 돈 벌 방법을 찾았다. 다른 사람에게 취미를 물어보면서도 그걸 사업으로 만들어보란 말을 꼭 덧붙였다. 진취성은 높이 사지만, 취미조차 프로젝트로 만드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를 준다. 아무래도 진정한 재미는 아무 짝에도 쓰잘데기 없음, 탕진, 낭비, 비합리성, 놈팡이 짓에 있는 것 같다. 취미를 습관, 루틴, 과업, 목표로 삼는 것도 모자라서 돈벌이 수단으로까지..
옛날부터 익히 들은 책이라 한번 읽어봤다. 아리스토텔레스나 철학이나 윤리 자체에 대해서 논하는 데는 전혀 관심 없고, 오직 아전인수격으로 내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나 가져와서 몇 마디 덧붙이련다. 좀 길다. 출처는 천병희 역 2018년 개정판 니코마코스 윤리학입니다. 자부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이 높이 평가하는 일이 많지 않기에 하찮은 일에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큰일을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쓴다. 그리고 그가 위험을 무릅쓸 때는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기 목숨을 구하는 것을 가치 있는 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시혜자가 되기를 좋아하고 수혜자가 되기를 부끄럽게 여긴다. (p.151) 모든 장인은 작품이 태어나면 작품이 그를 사랑하는 것보..
최근 , 를 너무 재미있게 다 읽었습니다. 할 얘기가 너무 많은데 다 표현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당한 제목도 떠오르지가 않네요. 글을 몇 번 끊어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바로 이전글 도 나심 탈렙과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일단 어쩌다가 이 아저씨 책을 접하게 되었는지부터가 긴 이야기입니다. 저는 주말에 아주 밤을 샐 지경으로 게임을 하는 날이 많습니다. 작년 365일 중 게임에 쓴 시간이 22일이 넘습니다. 집계에 안 잡힌 것도 있으니까 그것보다 훨씬 많이 했을 겁니다. 그러고 났더니 이런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게임은 왜 이렇게 재밌을까? - 게임이나 일이나 공부나 다 배우고 익히느라 고생해야 하는 건데 왜 게임은 유난히 재밌을까? - 사람들은 왜 내기와 승부를 좋아할까? -..
1. 나는 여행할 때를 제외하면 일기를 쓰지 않는다. 여행 중 일기를 쓸 때면 귀찮아서 악필이다. 블로그에 여행기를 쓰는 것도 귀찮아 한다. 이미 지난 일을 자세히 묘사하는 것보다는 앞날을 상상하고 준비하는 것이 훨씬 즐겁다. 둘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다. 이미 지나간 것을 너무 성실하고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이 굉장히 피로하고 좀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한다. 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체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지만 지난 일에 대한 성찰과 응용은 또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일기를 쓰기보단 산책하거나 대화하면서 하는 걸 선호하며, '이번엔 이랬으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겠다'처럼 과거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둔다. 2. 물론 여행기를 안 쓰면 휘발되는 기억이 있어 아쉽긴 하지만 잊힐 것은 잊히고 남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