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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하.. 다 쓴 글이 파이어폭스가 꺼지면서 다 날아갔어 ㅋㅋㅋㅋ 엄청 정성들인 장문이었는데... 여하간 첫날 부산에 도착해서는 저녁 때 러시아 친구 V를 만났다. 때는 겨울이었다 ㅋㅋㅋㅋ 2014년 겨울에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알게 된 분이다. 짐을 다 찾고 이제 시내로 들어가는 지하철역에 가려는데 뒤에서 누가 부산 사투리로 말을 걸었다. 뒤를 돌아봤는데 한국인 비슷한 사람도 없었다. 뜻밖에도 러시아 아저씨 한 분이 한국어로 말씀을 하시더라고.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올 때부터 봤는데 여자 혼자서 용감하게 러시아를 온 게 신기해서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지하철 타러 가는 길을 헤매고 있는 걸 보고 딱 알고는 지하철 찾냐고 말을 걸어 주신 거다. 몇 정거장을 이동하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일요일에 갑자기 결정해서 월화수 대구 부산을 다녀옴. 백수의 위엄. 실업자의 특권. 부산 내려가는 길에 동대구역에 잠깐 내려서 신세계 백화점에서 초등학교 친구 '고라파덕'을 잠깐 만남. 초등학교 5~6학년 때 둘다 키가 고만고만해서 자리가 비슷하여 자주 짝꿍을 했었음. 얘가 맨날 PC방 갔다가 늦게 학교 오곤 했어서 선생님이 반장인 내 옆에 앉힌 것도 있음. 나는 그때보다 나이가 3배가 되었으나 여전히 포켓몬을 잡고 다님. 포켓몬 자동사냥 해주는 디바이스까지 갖고 다니면서 포켓몬을 잡는 도중 얘를 만났음. 얘가 보고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껄껄 웃더니 지도 해봄. 내가 잡은 고라파덕 중에는 이름을 얘 이름으로 바꿔 놓은 것도 있다 ㅋㅋ 하여튼 우리가 어떻게 다시 연결이 되었냐 하면 내가 이 친구 세이클럽 ..
그동안 이 회사에 5년 넘게 다니면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는지, 뭘 더 배워 내야 하는지,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시도를 해야 하는지,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현재 환경상의 난관은 무엇인지... 이미 매일매일 생각하고 반성했기 때문에 회사를 나온 현재 그 어떠한 상처도 고민도 의문도 없다. 이제 내 신경쓸 바가 아니게 되어서 시원할 뿐이다. 그래도 이제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놀 것이기 때문에 한번 최근 몇 년의 일들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왜냐면 별 생각없이 적어놓은 생각들이 몇 년 후에도 여전히 똑같은 화두로 반복되는 경우를 정말 많이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시크릿 같은 것을 그다지 믿거나 좋아하는 사람은 아닌데 나의 생각이 나의 현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이런 직접 경험 때문에 믿..
최근 인생의 최대 위기이자 뜻밖의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극적인 일을 겪었다. 난 정리해고를 당했다. 몇 달 전부터 이 쳇바퀴에서 반드시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밥줄을 내 손으로는 끊을 수가 없었는데 외부 상황에 의해 드디어 놓게 된 것이다. 짐은 이미 싸두었고 컴퓨터도 드라이브도 진작에 정리해 두었기에 나오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남아있지가 않다. 가슴속을 덩쿨처럼 옭아매고 있던 모든 괴로운 기억이 빠르게 흩어지는 것을 느낀다. 그간 가파른 비탈길을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로 내려오는 꿈이나, 발디딜 곳이 전혀 없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꿈이나, 두꺼비가 비좁은 주머니를 튀어나오는 꿈 같은 걸 꾸어 왔을 정도로 떠날 때가 된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한 마..
2022년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출장을 갔었는데 개인 일정을 가질 수 있어서 그라나다를 찍고 나서 마드리드에서 며칠 놀았다. 숙소는 도시 중심가의 이동이 편한 동네에 잡았는데 바로 근처 큰길가에 흥미롭게도 카지노가 있었다. 이름은 그랑 비아 카지노였다. 그전까지 카지노를 생전 가본 적이 없었으나 언젠가 꼭 한번 가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강원랜드까지 가기는 너무 번거로워서 미루고 있던 차에 숙소에서 몇 분 걸리지도 않는 도보 거리에 있는 카지노는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게임이 없는 상황이었다. 텍사스 홀덤을 칠 줄도 모르고 블랙잭을 할 줄도 모르고 다른 건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나는 룰을 배우는 게 언제나 늦은 사람이라 현장에서 딜러의 설명을 듣고 뭔가 새로운 것을 ..
가기 전에 바삐 계획만 열심히 하고 뭘 전혀 남겨놓지를 않은 미국행. 가기 전에 이것저것 생각해볼 때가 더 즐거운 것 같애;; 갔다오면 이미 지난 일이고 그 다음 다른 것들로 정신없고 지난 기억 정리하는 건 너무 노동임 ㅋㅋㅋ 당시에 내 몫이 아닌 출장을 떠밀려서 가느라 전후에 엄청 과로를 했었기에 "나 주말근무한 거 미국에서 며칠 놀다 오겠소" 쇼부 치고 뉴욕과 보스턴 일정을 총 3박 정도인가 개인 비용 써서 쉬다 왔었음. 관광객모드로 바삐 다님 ㅋㅋㅋㅋㅋㅋ 보려고 하던 것들 한 2~3가지 있었는데 다 봐서 이제 여한이 없다. 이 여행에서는 진짜 짧은 일정 동안 너무 목적지 중심으로 다녀서 모르는 사람하고 친구되거나 이야기 나누거나 한 적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좀 아쉽다. 한번 가보고 싶은데 못 간 ..
올해는 8시에 업무를 시작해서 5시 이전에 일을 마치는 것이 목표이다. 이 목표는 오래 전부터 매일 마음속에 있는데 그동안 약간 융통성 있게 출근했다. 올해부터는 출근하는 날이든 재택하는 날이든 8시 시업으로 쫙 통일하고 싶었지만 쉽지는 않다. 특히 재택하는 날에는 절대 그게 안된다. 첫날인 1월 2일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시작했다. 6시가 되기 전에 잠이 깨서 세수하고 옷 꿰어입고 책상에 딱 앉았다. 외국어 공부를 조금 한 다음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출근했다. 집중이 잘 되었고 5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근했다. 이 날은 밥먹고 다 씻고 나니 7시 정도였다. 이후 모든 시간이 통으로 자유시간. 아름다웠다. 난 의무들 사이에 조각난 자유시간 말고 이렇게 큰 덩어리의 자유시간을 간절히 원했다. 하..
크리스마스나 새해가 되면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존재들은 아니기에 특별한 날을 계기로 간만에 인사를 나누는 것입니다. 작년 초 마하라슈트라에 갔을 때 로나발라의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몸살이 났었던 이 호스텔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저녁 한나절을 몹시 즐겁게 보냈습니다. 이 친구 렌트를 얻어타고 로나발라에서 고속도로를 달려 뭄바이로 돌아왔었죠. 그때 같이 차를 타고 왔던 다른 친구는 뭄바이에서 자기 친구와 가족들에게도 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전부 그냥 사람 대 사람이고 자연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들과 경제적인 거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직장에서와는 달리 어떤 사용 가치를 증명..
https://www.wikiart.org/en/vasily-vereshchagin/mountains-near-tassiding-monastery-1875 Mountains near Tassiding monastery, 1875 - Vasily Vereshchagin - WikiArt.org‘Mountains near Tassiding monastery’ was created in 1875 by Vasily Vereshchagin in Orientalism style. Find more prominent pieces of landscape at Wikiart.org – best visual art database.www.wikiart.orghttps://www.wikiart.org/en/vasily-ve..
오늘은 공부를 안해야겠다. 방송통신대 시험 기간은 보통 3주 정도가 되는데 이번 시험기간에는 독서실 11시간권을 끊어 12시까지 공부를 하곤 했다. 독서실 같은 폐쇄된 곳을 안 좋아하는데 공부가 밀려서 어쩔 수 없었다. "퇴근하고 나서" "12시까지" "독서실에서" "4지선다 문제를 풀고 동그라미를 치면서" 느끼는 거는 아 진짜 나이먹고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가 아무리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솔직히 나이에 맞게 그때그때 할 일이 있긴 한 것 같은데 30대 중반을 앞두고 암기하고 문제푸는 공부는 아닌 것 같다. 누가 등떠민 것도 아니고 수업 퀄리티도 매우 좋으며 내가 좋아서 선택한 공부임에도 근데 이거 해서 뭐함?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일 끝나고 제대로 밥먹을 틈도 없이 밤 12시까지 독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