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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정말 좋은 책이다. 반납 전에 기억해 둘 만한 부분들을 필사해 뒀다. 더 많지만 귀퉁이를 접지 못해서 다 건지지 못했다. 그저 불평하고 반항하고 엇나가고만 싶은 소인배의 마음에 휘둘릴 때마다 다시 새겨 봐야겠다. 곧 제대해서 새 생활을 시작할 동생한테 한 권 선물해도 좋겠다. 참고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데이빗 보위의 Space Oddity를 녹화하여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던 전직 캐나다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가 썼다! 처음 저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데이빗 보위나 이 분에 대해서나 배경지식이 없었다. 합성인 줄 알고 끝까지 유심히 보지도 않았었지...ㅎㄷㄷ 저 충격적으로 멋진 곡을 실제로 우주에서 부르다니 낭만 그 자체! 그 뒤에 숨은 수십 년 간의 갖은 노력과 겸손히 정진하는 자세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정열적이고 유유자적하며 겁이 없는 사람은 인생을 누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임어당 저, 김영수 편역, 《유머와 인생》, 도서출판 아이필드, 2003, p.165. 임어당 수필집 《유머와 인생》을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라 가져와봤다. 유머감각 있는 사람들과 일하면 확실히 마음이 편하다. 이것저것 잘 베풀기도 하고 일할 때 재량권도 더 많이 허용해준다. 긴장상황도 웃음으로 식혀 주어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해준다. 그럴 수 있으려면 우선 정열적이어서 사람들에 대한 정이 있어야 한다. 과정에는 열심이되 결과에 대해서는 유유자적할 줄 알아야 한다. 한편, 남의 서슬에 퍼렇게 질리지 않고 자기 중심을 지킬 줄 아는 겁없는 성격이어야 한다. 이게 유머의 ..
중국인 이야기 1권 읽다가 자꾸 돌아가는 페이지가 있다. 바로 이 개구리인형 사진이 나온 페이지. 서예가 아이신 기오로 치궁 (爱新觉罗启功) 선생의 사진이다. 성씨가 매우 심상찮은데, 생각대로가 맞다. 청조 황실의 후손이다. 철혈의 독재군주이자 근면성실의 대명사로, 아마 일하다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5대 황제 옹정제의 피를 이어받았다. 그래서일까 말년에는 옹정제의 잠저였던 옹화궁에 거처했다. 옹화궁은 이후 티베트불교 사원이 되었는데, 치궁 선생은 어릴 때 그곳에서 승려 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이 분은 인형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한다. 이 개구리 인형이 제일 친한 친구였고 외출할 때는 토끼 인형을 안고 다녔다. 황족 출신의 대서예가이자 국학대사로 존경받는 인물의 이다지도 천진한 모습이라니. 저 해맑은 ..
개구리와 올챙이 수묵화 2점. 원래 다른 사진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담백하고 정감 있어서 오래 두고 보려고 가져왔다. 첫 번째는 치바이스의 작품이 맞고, 두 번째는 이름이나 인장이 선명히 보이진 않지만 치바이스 것은 아닌 것 같아 확실치 않다. 요즘 통근길에 중국인 이야기 1권 읽다가 중국 근현대 대화가들인 쉬베이훙과 치바이스의 미담에 감화되었다. 쉬베이훙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치바이스도 없었을지 모른다고 한다. 치바이스는 목수 출신 평민화가라 처음에는 그림의 가치가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쉬베이훙이 어느 날 한 전시회에서 구석에 걸려 있는 치바이스 그림을 발견했다. 즉시 직원을 불러다가 잘 보이는 곳에 걸게 하고 가격을 대폭 올려 적은 다음 쉬베이훙이 정한 가격이라고 쪽지를 붙여놓았다. 그 때부터 치..
중국어로 스웨덴은 瑞典(rui4dian3), 스위스는 瑞士(rui4shi4)라고 한다. 瑞 자는 상서로울 [서] 자라서 한국한자음으로 읽으면 각각 '서전', '서사'이므로 대략 원어와 비슷하다. 근데 이 [서] 자가 북경관화(만다린)에서는 [rui4]로 발음이 되는 바람에 원래 소리와 상당히 많이 다르다. http://cn.voicedic.com/ 여기 들어가서 한자를 입력하면 중국 각 방언별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들을 수 있다. 瑞를 입력해보니, 역시 보통화만 [rui4]이고 나머지 방언권에서는 대부분 s계통이나 z계통 초성으로 실현된다. 광둥화는 [seoi6], 민난화는 [sui6], 차오저우화도 [sui6], 상하이화는 瑞[zeu], 쑤저우화는 瑞[ze231]. 모두 동남부 연안지방 방언인데 한국한자..
겨울에만 가보아 매우 추웠던 기억만 남아있는 천단. 천단의 아이콘인 기년전. 환상적인 유월 하늘과 부드러운 새털구름과 함께 도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내 어여쁘소서. 원구단. 한 가족이 찍혀서 왠지 더 정겹네.
마지막 날은 영묘에 누워 있는 택동이 횽 만나러 아침 댓바람부터 친구와 함께 천안문으로. 베이징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대기오염 냄새가 진동한다. 도저히 그곳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청명함 아래 천안문이 도도히 틀어앉아 있었다. 이 하늘 한 조각만으로도 이번 베이징 방문, 성공적!
청나라 건륭제 남방 순행을 엄청난 폭의 두루마기에 그려서 기록한 시리즈물. 사람들 제일 바글바글한 시장통 부분만 찍어 왔다. 드디어 처음 가본 베이징 중국국가박물관에서 기념으로 찍은 것. 유화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함과 담백함 덕분에 이렇게 소상한 생활상을 다 볼 수 있다. 두 번째 사진은 약간 기울어져 있어 아쉽지만 둘러앉아 술 한잔 걸치고 있는 아저씨들이 정겨워서 담아보았다.
광장무는 사실 베이징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워낙 인기다. 중국 사람들, 특히 중년층은 집 근처 공터나 이름난 공원에서 여럿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함께 춤을 춘다. 아침에 광장무 음악소리에 깨기도 하고 오며가며 구경하기도 했는데, 사실은 나도 가끔 따라 췄다. 우리 학교는 중앙민족대학이라고 소수민족 학생들의 메카 같은 곳이었다. 티베트 학생들이 금요일 저녁마다 학교 안의 작은 공터에 모여서 둥그렇게 빙빙 돌며 티베트 전통춤 궈좡(锅庄)이라는 걸 췄다. 나만의 프라이데이 나잇이라며 매번 손꼽아 기다렸었다. 우연히 밥먹다가 옆자리라서 알게 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친구는 1학년 시절 룸메이트가 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티베트 남학생한테 반해서 티베트 문화 애호가였다. 이 녀석이 나머지 두 친구한테..
베이징에는 후통(胡同)이라고 부르는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많이 있다. 이처럼 아파트와 고층 빌딩으로 가득한 신시가지와 구별되는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을 라오베이징(老北京)이라고 한다. 이 라오베이징의 후통을 돌아다니며 마주치는 할머지 할아버지들도 빼놓을 수 없는 베이징 매력 포인트. 2호선 구로우따지에(鼓楼大街, 고루대가) 역에서 내려 고루, 종루방향으로 걸어내려오다가 아무 골목길이나 들어가면 이런 광경이 나온다. 이곳은 베이징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었고 종종 정처없이 쏘다니곤 했다. 이번에도 숙소를 이곳 근처에 잡았다. 이곳엔 언제나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와서 마작이나 카드놀이를 하고 계신다. 서울에서는 놀려면 카페를 가서 돈을 써야 한다. 옛 서울의 모습도 별로 안 남아있다. 라오베이징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