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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최근에 레스코프 책들을 한창 읽고 있는데, 광대 팜팔론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지체 높은 가문의 고결한 영애이지만 그것이 도덕적 우월감이 되어버렸고 결국 철저히 영락해버린 마그나, "왜 모두 나의 어머니나, 내 친구들인 타오라, 포티나, 실비야처럼 살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그들은 정말이지 수정처럼 순결한 삶을 살아요." 고관대작 지위를 내버리고 고행자가 되었지만 그것이 아상으로 굳어버린 예르미, "보아하니 이자는 자기가 얼마나 더러운 곳에 빠져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아. 하지만 그의 마음과 성정은 선량한 것 같구나. 내가 이곳으로 보내어진 것은 은총을 입은 그의 영혼을 다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가 분명해." 자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광대로서의 본분을 받아들였기에 가장 비천한 곳에서도 사람을 섬길 ..
www.dilbert.com에서 네컷만화 딜버트를 자주 챙겨본다. 점심시간쯤 거의 매일 들어가 보는 편이다. 한국 웹에서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해서 야음(?)을 틈타 네이버 검색을 하다가 딜버트 법칙이라는 걸 알게 됐다. 가장 무능력한 직원일수록 회사에 실질적인 손실을 가장 적게 끼치는 위치, 즉 경영층으로 쭉쭉 승진해 간다는 법칙이다. 웹페이지들을 좀 더 살펴보다가 동명의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냉큼 학교 도서관에 달려가서 빌려왔다. 풍자와 촌철살인의 결정체! 원래 미국식의 시니컬하고 아이러니컬한 유머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데다, 만화라는 장르 자체가 굉장히 압축적이다 보니 문화적 배경지식으로 메꿔야 하는 공백이 많아서 이해가 어려운 에피소드도 종종 있곤 했다. 줄글로 충분히 풀어놓은 책을 읽으니..
러시아 박물관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생생한 이콘. 이 그림에 쓰인 컬러 스킴이 꼭 마음에 들고 두 성자가 꼿꼿이 서있는 모습도 멋지다. 엽서를 사오고 싶었는데 팔지 않았다. 돌아와서 николай и георгий로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속을 썩다가, 어제 русский музей икона로 검색해서 스크롤 내리다가 찾아냈다.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두 사람이 나란히 배치된 그림들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니콜라이 게의 차르와 차레비치나 진리란 무엇인가, 이콘 중에서는 보리스와 글렙 같은 것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조금 살펴보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2011년에 중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한 친구가 "중국인 유머에는 아이러니적인 요소가 전혀 없어. 아이러니라는 말에 대한 중국어 번역어조차 제대로 없지. 반어(反语)라는 단어에는 차마 다 담지 못하는 문화적인 뜻이 더 있는데 나도 설명은 못하겠다. 비꼼(sarcasm)과도 달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후부터 아이러니는 오랜 화두였고 과제였다. 그나마 확실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는 죽쑨 걸 참 잘했다고 반대로 말하는 단순한 수사 차원에 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개츠비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져다준 병신 같은 허무한 결말, 연인들이 하는 가장 친밀한 것들을 다 하면서도 자신들의 관계를 사랑으로 규정짓지는 않는다는 요즘..
http://english.pravda.ru/news/world/09-01-2015/129487-yatsenyuk_soviet_invasion_germany-0/ http://sputniknews.com/europe/20150109/1016706636.html http://rt.com/op-edge/221459-ukraine-germany-invade-russia/ http://redpilltimes.com/ukraine-pm-yats-compares-modern-day-germany-ww2-third-reich-live-german-tv-video/ 우크라이나 총리 아르세니 야체뉴크, 독일 방문 도중 인터뷰에서 2차대전 당시 소련이 독일을 침공했다고 폭탄망언. 독일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소득 중에 하나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우크라이나 및 크림 사태의 주요 측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최근 우크라이나 국내 정치의 파시즘 경향이다. 스바보다(자유) 당과 프라비 섹토르 등의 단체는 친서방과 자유를 기치로 내걸고 있으며 이는 표면상 유로마이단의 지향점과 동일하다. 그러나 실상 이들은 공공연히 나치 계승을 표방하는 파시즘 단체로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더욱 복잡 다단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유로마이단 운동에 대한 언론의 관심에 편승하기 위해 시위 속에 섞여 들었다. 여기서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이, 극우 세력의 이러한 틈입으로 인해 러시아 언론은 유로마이단의 본래 취지까지 파시즘으로 싸잡은 정치적 프레임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푸틴 정권은 유..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모스크바에 남겨놓았지만 아무래도 카메라를 잃어버린 채 다음 날 출국해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영 찜찜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왔더니 뜻밖에도 룸메이트들이 카메라를 찾아 놓았다! 사진도 그대로 다 남아 있어서 기마상 사진들을 고스란히 다 보전할 수 있었다.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오후 느즈막히 나와 트레차코프 갤러리 본관으로 갔다. 이곳에서 사진촬영용 표를 안 사고서 바부쉬카들 딴 데 쳐다보는 틈을 타 사진을 찍는 얌체짓을 좀 하였다. 날 이곳까지 오게 한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쉬킨 등등 초상화 앞에서는 같이 사진 찍기도 하고. 저번 여름에 갔을 때는 사진 같은 건 생각조차 않았는데 두 번째는 한번 다 봤다는 여유도 있고 욕심도 나서 많이 찍었다. 역시 사..
이반 쉬쉬킨, 소나무 숲의 아침 (Утро в сосновом лесу) 크게 보기 아, 다행이다. 트레차코프 갤러리에서 마음에만 담아온 그림. 여름에는 눈에 안 띄었었는데 이번에는 기억에 남았다. 메모지를 갖고가지 않아 따로 작가와 제목을 메모해오지 못했는데, 오늘 책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즉시 바로 검색해서 업로드. 위키피디아 검색해보니 이반 쉬쉬킨과 콘스탄틴 사비츠키라는 사람의 공동 작품이라고 한다. 사비츠키가 곰들을 그렸다. 파벨 트레차코프가 크레딧에서 사비츠키를 빼버려서 쉬쉬킨 이름만 남게 됐다는 사연이 있네. 그렇지만 내게 이 그림이 기억에 남는 건 노닐고 있는 귀여운 쿠마들 때문이니 사비츠키의 이름을 기억하도록 해야겠다. 검색해 보니 상트페테르부르크 예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고, 몇몇 작품들이 ..
전날 들어가보지 못한 예술아카데미와 멘시코프성을 들어가보려고 네프스키 대로를 따라 겨울궁전 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우연히 악보와 CD를 파는 상점을 발견하고는 안에 들어갔더니 클래식 음반이 그득했다. 예브게니 오네긴 DVD나 CD를 사올 생각이었지만 마린스키 음반가게에서 못 구했기에 반갑게 집어 들었다. 조금 더 구경했더니 욕심나는 음반들이 많이 있었다. 가격을 살펴보고 부담없이 다 사왔다. 가격 자체가 한국 CD보다 저렴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환율이 반토막 난 덕분. 한 번도 CD 5장을 한꺼번에 산 적은 없었다. 1. 안톤 루빈슈타인 - 악마 2. 차이코프스키 - 마제파 3. 차이코프스키 - 예브게니 오네긴 4.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앨범 5. 미콜라 리센코 - 타라스 불바 이 중에 예브게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