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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이현애, 《독일 미술관을 걷다》, 마로니에북스, 2013, pp.22-95에서 베를린 부분을 발췌한 것으로, 견학 때 틈틈이 참고할 예정입니다. 달렘 박물관 내용이 없는 것만이 조금 아쉽습니다. 저는 달렘 박물관의 아시아미술관(인도미술관)에 있는 알베르트 폰 르코크 컬렉션(라 쓰고 실크로드 약탈컬렉션이라 읽습니다)을 가장 기대하고 있습니다. 르코크는 수많은 서양인 실크로드 약탈자들 중에서 벽화를 가장 악질적으로 싹둑싹둑 덩어리째 베어간 것으로 악명 높고, 그중 많은 것들이 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아 깡그리 흙먼지가 되었죠. 자, 르코크 얘기는 다음에 따로 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박물관으로 유명하다는 베를린에 가기 전에 벼락치기를 좀 해본 흔적이 아래와 같습니다. 1. 알테스 무제움 (Altes M..
오토 폰 비스마르크. 오래 전에 외교학 수업 들을 때 아 이런 천재도 있구나 + 정신없어 죽겠다, 라는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게 한 사람이었습니다. 삼제동맹이니 삼국동맹이니 재보장조약이니 으으 디테일은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하지만 저 모든 걸 거미줄 짜듯 구상해서 독일을 통일하고 프랑스를 한땀한땀 옭아매버린(!!) 신출귀몰한 외교가 비스마르크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차라리 행정은 하면 했지, 현실정치가나 외교관 같은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잘하지 못할 성격입니다. 기민하게 흐름을 읽고 정확하게 패를 가늠해서 상황상황에 맞게 타짜 기질을 발휘해야 하는 정치란... 천성적으로 너무 안 맞습니다. 그런 제게 원천적인 불능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정치를 비스마르크는 저토록 아..
음식이라는 키워드로 러시아 문학 주요 작가와 작품을 살펴본 책이다. 챕터 1 '남의 음식'과 '나의 음식' 부분이 특히 탁월했다.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의 대결로 빚어진 러시아 문화의 이중성을 음식이라는 일상적 소재로 묘파했다. 이 부분에서 예브게니 오네긴 속 음식 이야기에 얽힌 푸쉬킨의 코스모폴리터니즘도 언급된다. 챕터 1을 읽는 내내 왜 러시아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애착을 느끼게 됐는지 되새겨볼 수 있었다. 누군가 왜 러시아에 매력을 느끼냐고 묻는다면 이 부분을 그냥 펴주는 걸로 설명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정확히 핵심을 짚은 글이었다. 남의 것과 나의 것, 이중성, 혼종성 이 개념들은 내 관심분야 대부분과 취향과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 전공선택도 언어선택도 다 이것들이 작..
러시아 연방 소속의 칼미키아 공화국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가끔 국제토픽에 나오고는 해요. 이곳 공화국 수반이 체스 매니아이자 국제 체스연맹 대표로 유명하답니다. 그래서 수도 엘리스타에는 체스에 관한 상징물이 많아요. 학교 수업 시간에도 체스를 배울 정도이지요. 그렇지만 칼미키아는 무엇보다 유럽에서 유일하게 불교, 그 중에서도 티베트 불교를 믿는 독특한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에서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칼미키아인은 서몽골 오이라트에 속합니다. 스스로를 오이라트인이라고 칭해요. 몽골도 여러 부족이 있는데 그 중 서쪽 사람들인 셈이에요. 현재의 몽골 공화국과 중국의 내몽고 자치구는 동몽골에 속했습니다. 이 동몽골을 할하 몽골이라 하고, 이것이 할하와 차하르로 나뉘어졌어요. 현재 외몽골이 주로 할하부, ..
일상에 무사히 연착륙했다. 이번 여행 기록은 편년체 말고 기전체 비슷하게(ㅋㅋㅋ) 남기고 싶은데 예비 작업이 좀 필요하다. 기억 사라지기 전에 메모를 해두고 기회가 되면 하나씩 주제별로 써보도록 해야지. 1. 칼미크 친구들과의 재회 이번에도 두 번의 금요일을 모두 모스크바에서 보냈고, 어김없이 쿠즈네츠키 모스트 근처의 그 바로 돌아갔다. 가기 전에 미리 이메일을 해서 저번에 그곳에서 만났던 칼미키아 친구들과 재회했다. 그 중 한 명이 생일이었고, 또 다른 분은 한국에 관심이 많은 아내 분도 소개시켜 주었으며, 저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밝을 때 들어가서 밝을 때 나올 정도로 정말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칼미키아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 이때 만났던 사람들 하나하나에 대한 좋은 기억 등등 남겨..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밥 먹고 레닌그라드 봉쇄시기 기념박물관 갔다. 저번 여행 때 정치사 박물관이랑 같이 보려다가 못 간 곳이다. 8월에 베를린행이 예정돼 있어서 절대 빠뜨리면 안 되는 행선지 중 하나. 1945년 5월 9일 대독일 반파시스트전쟁(대조국전쟁) 승리일의 프라우다. 게오르기 주코프 장군. 레닌그라드 봉쇄 개념도. "우리의 명분은 정당하다. 승리는 우리 것이다." 글씨가 일부 안 보이긴 한데, "우리는 오데사와 스탈린그라드를 수호하였고 베를린에 당도했도다!" 레닌그라드 봉쇄 해제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연주회 광고. 독일군에 원천 봉쇄되어 생명이 꺼진 줄 알았던 도시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온 세계에 알린 사건. 파시스트 야만인들이 소비에트 땅이라곤 한 발자국도 못 밟게 만들겠..
드디어 상트페테르부르크 입성. 이번에도 역시 도스토예프스키가 몽롱하게 돌아다녔을 카잔스카야 거리에 묵는다. 방을 잡고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점 수프 비노 바로 맞은편이네. 오후 2시가 체크인이라 짐 풀고 씻은 다음에 바로 들어갔다. 12월에 갔을 때 일하고 있었던 알렉세이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빙긋 웃음이 나왔지만 모른 척 태연히 앉았다. 옷도 그때랑 똑같은 하늘색 티셔츠네! 음악도 여전히 약간 몽롱한 분위기 있는 앰비언스 계통. 모든 게 여전해서 마치 날 기다려준 것만 같아 무척 반갑다. 이렇게 먼 도시인데 돌아오면 편안한 곳이 생겼다. 그래서 간 곳을 계속 찾는다. 알렉세이는 12월에 갔을 때 말 몇 마디 해보았다. 차분하고 젠틀하고, 무엇보다 웃는 얼굴이 편안한 사람이다...
베이징에 갈 때면 빼놓지 않는 곳. 차마 다 담아낼 수가 없는 장관입니다. 한국 돈 단돈 400원에 누구든지 이런 천하 제1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
이번에 보로딘의 이고르 대공 보기 전에 워밍업으로 읽고 가려고 빌린 책. 글린카, 다르고미쉬스키, 발라키레프, 세자르 퀴, 보로딘, 무소르그스키 등 여섯 작곡가의 전기적인 사실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된 책이다. 1980년도에 출판된 책이라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소설 읽듯이 술술 내려가는 재미가 있다. 보로딘은 과학자이기도 하고 음악가이기도 하면서 두 분야 모두에서 거대한 성취를 이뤘고, 성격도 온화하고 유머러스했으며 아내와의 관계도 좋았다. 진정한 사기캐릭터임을 알고 살짝 박탈감을 느꼈다. 그런데 정작 보로딘보다는 발라키레프에 관한 서술이 무척 흥미로웠다. 예전에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옹정제》라는 책을 홀린 듯이 읽은 적이 있는데 옹정제랑 비슷한 점이 많은 캐릭터 같다. 드높은 기준, 완벽주의에서..
http://bravebird.tistory.com/96에서 서예가 치궁 할아부지를 간략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사진 속 푸근한 인상이 보통이 아닌 건 알았지만, 중국 웹에 조금만 검색해 보아도 일화가 가득합니다. 인품, 인격, 귀여움, 유머 등등의 단어와 같이 엮어 검색하면 신문기사에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커뮤니티 게시글까지 다양합니다. 그 중에 짧고 쉬운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몇 주 전에 회사에서 막간을 이용해서 번역해 뒀었지요. 전 정말 이 할아부지 팬이 돼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런 천진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2002년은 선생이 교편을 잡은 지 70년이 되는 해였다. 경축 행사 자리에서 베이징 사범대학 학생들이 곰돌이 푸 인형을 하나 선물했다. 회의 도중, 귀여워 못 참겠다는 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