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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11월 16-17일, 처음 해외 출장이자 처음 일본 방문이었다. 목적지는 도쿄. 도쿄국립박물관에 오타니 탐험대의 컬렉션이 있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가려고 했던 중요 목적지였다. 시간이 나면 꼭 가보려고 리서치를 하고 지도도 뽑아두었다. 일하러 가는 출장이 아니라 행사 참석이 목적이고, 어르신들이 아니라 타부서 젊은 선배님들이 동행이어서 기회가 있어 보였다. 도쿄국립박물관은 일본 최대 박물관이다. 1872년에 첫 전시를 시작해서 1882년에 현재 위치인 우에노 공원 내부로 터를 옮겼다. 근대의 산물인 박물관이 으레 그렇듯 도쿄국립박물관도 일본 안팎의 세계를 파악하고 다스리기 위한 국가주의와 제국주의 지식의 팡테옹이었다. 이곳의 오타니 컬렉션도 예외가 아니다. 오타니 탐험대는 스벤 헤딘과 오렐 스타인, 알베르..
화장은 과연 예의인가? 이것은 요즘 저의 화두입니다. 저는 뷰티 정보에 어둡고 돈도 별로 없어서 대학교 때 화장을 하지 않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회사 면접을 보려니 화장을 해야 했고, 취직하고 보니 화장을 꼭 하라고 교육을 하길래 하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이 서툴러서 특별히 더 나아보이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째 매일 하다 보니 조금씩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사람들이 너 용됐다 하고 칭찬인지 뭔지 잘 모를 말도 해주었지만 화장이 잘 어울린다는 말이기는 했으니 감사해야겠지요. 화장을 하려면 옷도 그에 어울리게 왠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입게 되니까 이렇게 해야 만날 사람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것 같았습니다. 화장하지 않고는 콧잔등의 모공이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보편과 에고 사이의 진동- 『저항과 아만』 서평 - 1. 『저항과 아만』은 책 제목부터가 그 내용을 기대하게 했다. 이언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바가 없었지만, 오만(傲慢)이라는 흔히 아는 단어가 아니라 아만(我慢)이라는 ‘나 아(我)’자가 들어간 새로운 단어가 사용된 것이 심상치 않았다. 분명 자의식이 강렬하고 주변과 쉽게 융화할 수 없었던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겠다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고, 400쪽이 훌쩍 넘는 두꺼운 책은 그 기대를 전혀 저버리지 않았다. 이언진은 틀에서 벗어난 글재주와 사유방식, 그리고 당시 사회에 대한 급진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가진 것들을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없었다. 결국 이언진은 자신이 지향하는 지점과 현재 딛고 있는 지점 사이..
요즘 비아그라가 핫하지요. 그야말로 누구나 비아그라를 논하는 시국을 틈타 중국어 단어 하나 소개할게요. 중국어로 비아그라는 뭘까요? 伟哥 [웨이꺼] 예요. 클 위, 오빠 가 예... 큰 오빠...... (뭐가..?)정말 정직하고 깜찍하게도 지어놨네요.... 누가 지었는지 참 요망한 것.....^^ 그런데 사실 이게 뜻도 발음도 모두 잡은 훌륭한 번역어예요. 으잉? 이게 왜 발음이 비슷한데? 하실 수 있어서 한번 살펴볼게요. 중국어에는 v 발음이 없어서 외래어를 음역할 때 w 발음으로 대체해요. v랑 w는 모양도 비슷하지만 알고보면 발음도 비슷해요. v는 입술을 윗니가 건드려서 내는 소리고, b는 입술끼리 건드려서 내는 소리고, w는 입술을 동글게 오므려서 내는 소리죠. v, b, w 모두 조음 위치가 가..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10월 12일, 홍콩 입법의원 취임 선서에서 홍콩 자결파에 속하는 영스피레이션 정당 소속의 야우와이칭(사진1), 식스투스 바지오 렁(사진2) 후보가 규정된 선서문을 거부하고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는 어깨띠를 두른 채 '홍콩인의 이익 수호' 및 중국 정부를 모독하는 표현(People's re-fucking of Chee-na 등)을 선서에 포함시켰다. 10월 18일, 홍콩 행정장관 렁춘잉과 법무부 수장은 두 당선자에게 재선서를 허용한 입법부 의장 앤드루 렁의 결정에 대한 사법적 검토를..
5. 그리스-박트리아 왕국의 아이 하눔 유적 1960년대 이전에는 그리스계 왕들의 화폐 같은 소수 유물만이 그리스-박트리아 왕국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었다. 1964년에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북부 아이 하눔 유적의 발굴을 통해서 드디어 이 왕국의 전모가 드러난다. 아이 하눔에서는 아크로폴리스가 갖춰진 그리스풍 도시, 코린트식 열주가 있는 석조 건축물, 그리고 고전 양식의 신상과 인물상이 발견되어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실증해 주었다. 6. 사카-파르티아 시기의 탁실라 유적 인더스강 동안에 있는 탁실라에서도 그리스인의 도시가 발견됐다. 이 지역에는 Bhir Mound, Sirkap, Sirsukh등의 도시 유적이 남아있는데, 사카-파르티아 세력이 그리스-박트리아인의 뒤를 이어 지배한 시기의 유..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에 갔더니 문헌학자 펠리오의 둔황 막고굴 컬렉션은 생각보다 양이 적었다. 알프레드 푸세, 조셉 하킨 같은 고고학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져온 간다라 양식 조각상이 훨씬 많았다. 집에 돌아와서야 천천히 조사를 해보다가 생각보다 내용이 재미있길래 《간다라 미술》이라는 도해집을 빌려왔다. 1999년도에 예술의전당에서 파키스탄 정부의 후원을 받아 개최한 전시회의 도록이다. 도해집이라 기본적으로 사진이 많고, 앞에 붙어있는 이주형 교수의 소개글이 읽어볼 만하다. 그 내용을 간추리고 이미지를 추가해서 정리했다. 1.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간다라 미술을 이야기하려면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을 빼놓을 수 없다. 알렉산더 대왕은 지중해의 마케도니아에서 서아시아를 지나 힌두쿠시 산맥을 넘어 인..
기메 박물관 중앙아시아 전시품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고 펠리오가 직접 가져온 것도 일부분이어서 조금 김이 빠진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잘 몰랐던 다른 프랑스 고고학자들이 날라온 것이 많이 있었다. 워낙 생소한 이름들이라 글을 쓰다가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알프레드 푸세(Alfred Foucher)는 프랑스의 유명한 불교미술 사학자였다. 푸세의 전문 연구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카불, 젤랄라바드 인근이었지만 프랑스 정부에서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그리스 식민 도시국가의 터로 추정되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박트리아 지방(현재의 발흐)으로 푸세를 보내 버렸다. 이곳은 기후가 적당하지 않았으며 푸세 부부는 식수 오염으로 거의 죽을 위기까지 넘겼다고 한다. 푸세의 박트리아 조사는 대..
파리에 간 첫 번째 이유,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는 폴 펠리오가 둔황에서 가져온 문헌이 그득하다면, 이곳에는 유물이 모여 있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탔는데 도버 해협의 해저터널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바보같이 실컷 잤다. 깨 보니 이미 파리 근처였고, 숙소에 짐을 두고 기메 박물관으로 가니 4시 무렵이었다. 기메 박물관은 리옹 출신의 실업가이자 동양 예술 애호가였던 에밀 기메가 설립했다. 인도,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의 많은 예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아시아 외부에 있는 아시아 예술 박물관 중에서 최대 컬렉션을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1945년도에 이집트 예술품을 루브르로 넘겨주고 루브르로부터는 아시아 예술부에 있던 문화재를 넘겨받았다. 이곳 지하에는 아시아 고고학, 미..
올해 8월 중순 런던이랑 같이 갔던 파리에서는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가서 폴 펠리오(Paul Pelliot) 컬렉션을 볼 작정이었다. 기메 박물관에는 펠리오가 중앙아시아에서 가져온 미술품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리슐리외관에는 고문서가 있다. 폴 펠리오는 프랑스의 걸출한 문헌학자인데 상당한 천재였다. 중국어를 모르고 한문을 못 읽었던 오렐 스타인과는 다르게 중국어 구어나 고전 한문이나 가릴 것 없이 끝내주게 잘했다. 탐험 직전의 막간 몇 주를 이용해서 위구르어를 익힐 정도로 언어감각이 탁월했고 아시아 고문헌에도 통달했던 젊은 학자였다. 펠리오가 둔황 막고굴 장경동에 처음 갔을 때 하도 중국어를 잘해서 문을 지키고 선 왕원록 도사를 아주 기가 질리도록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장경동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