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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요새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홍콩 입법회 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고(220만명, 58%)를 기록했다. 2012년도의 198만명, 53%보다 5%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2014년 우산혁명을 보고 겪은 후 이번에 투표권을 처음 얻은 젊은 세대들이 적극 참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본래 투표 마감시간은 밤 10시 30분이었으나, 타이쿠싱 등 일부 지역에서는 준비 미흡으로 익일 새벽 2시 30분까지 시한이 연장되었다. 가급적 관망하다가 표가 더 필요한 후보를 찍으려는 유권자들도 있고 투표하려는 사람 자체가 많아서 마감시간이 다..
보려고 노리고 있던 전시인데 마지막 날에 드디어 사수했다. 작년에 러시아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의 틸리야 테페 발굴 이야기를 우연히 접한 적이 있는데, 오래지 않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를 해주길래 신기했다. 이 사리아니디의 아프가니스탄 박트리아 유적 발굴에 대해서는 《보물 추적자》라는 책의 첫 번째 챕터에 재밌게 잘 쓰여 있다. 참고로 두 번째 챕터는 중국령 투르키스탄(신장)과 둔황의 실크로드 유물을 가져간 열강 탐험가들 이야기다. 홀이 하나뿐인 크지 않은 전시실에서 열린 특별 전시였는데 볼거리는 풍부했다. 인터넷 사이트와 앱을 통한 무료 오디오가이드도 큰 도움이 됐다. 가장 봐둘 만한 건 틸리야 테페 고분군에서 나온 금관. 국사책에서 익히 봤던 신라나 가야 금관이랑 상당히 비슷하다. 둘 사이에 구..
런던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런던브리지, 타워브리지 근처를 구글지도로 살펴보다가 Monument라는 지하철역을 발견했다. 무슨 기념물인가 해서 근처를 찾아봤더니 Monument to the Great Fire of London이 있었다. 마침 8월 15일 월요일에 런던브리지 남쪽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서, 그 전에 근처의 세인트 폴 대성당과 테이트 모던 갤러리, 런던 타워, 타워브리지를 죽 보고 나서 이 마뉴먼트를 찍고 런던브리지를 건너 내려가기로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했다. 이 마뉴먼트는 1666년도의 영국 대화재 이후 런던 재건을 기념하기 위한 높은 탑이다. 올라가보진 않았지만 소정의 돈을 내면 위로 올라가서 런던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1666년도의 런던 대화재는 옛날 영문학개관 시간에 Nor..
만일 대영박물관의 서가에서 진실을 찾을 수 없다면 진실은 과연 어디 있겠느냐고 나는 공책과 연필을 집으며 자문했지요. (...) 회전문이 휙 열리자 거대한 둥근 천장 아래로 들어서게 되었지요. 나 자신이 마치 일단의 유명한 이름들로 화려하게 에워싸인 거대한 대머리 속에 들어간 한 가지 사소한 생각처럼 느껴졌습니다. 카운터에 가서 종이 한 장을 받아 들고 도서 목록을 펼쳤지요. 그리고 . . . . . 이 다섯 개의 점은 망연자실하고 어리둥절했던 그 오 분을 각각 나타내는 겁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중에서 영국도서관에 들어섰을 때의 어안이 벙벙했던 느낌은 이 정도면 전해질까. 거대한 메인 홀의 중앙부 몇 층이 저렇게 장서로 가득차 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영박물관 부속도서관과 다른 여러..
** 이 글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배포, 인용, 내용 변경 전에 글 하단의 CCL 아이콘과 안내문(http://bravebird.tistory.com/359)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불펌 발각 시 엄중대처합니다. ** 홍콩에 대해서 정신줄 놓고 있던 사이에 중요한 일이 닥쳐왔다. 홍콩 입법회 선거가 바로 이번 일요일이다. 영국과 중국의 합의 하에 일국양제라는 실험을 50년 시간을 빌려 하고 있는 홍콩. 그 홍콩이 이번 일요일에 앞으로 4년간 일할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날이다. 이 입법회 선거는 2014년의 우산혁명 전후 사태와도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한번 짚어보려고 한다. 홍콩 입법회(Hong Kong Legislative Council)는 한국으로 치면 말 그대로 국회에 해당한다. 홍콩 반환 당시..
누군가는 여행 가서 자석이나 도장을 모아오듯, 내겐 미술관 그림엽서를 책상에 붙여두는 취미가 있다. 언제나 저기 있는 니콜라이 레릭의 히말라야 빼고 나머지는 이번 런던-파리 여행에서 가지고 왔다. 오르세 박물관에서 많은 엽서를 샀는데, 업무 복귀하자마자 붙여놓은 첫 초이스는 바로 이것들. ** 클로드 모네, 런던 의회. 안개 속 부서지는 햇살 (1904), 파리 오르세 박물관 장-프랑수아 밀레, 만종 (1857-1859), 파리 오르세 박물관 장-프랑수아 밀레, 이삭 줍는 여인들 (1857), 파리 오르세 박물관 조지 스텁스, 휘슬자켓 (1762), 런던 내셔널 갤러리 ** 먼저 갔던 런던에서 웨스트민스터 궁이랑 빅 벤이 기억에 많이 남았는데 오르세에 가니 모네 그림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밀레 그림..
영국도서관 방문 전에 온라인 사전 등록을 하고 로그인하면 basket에 희망 자료를 담아둘 수 있다. 배송에 소요되는 시간인 delivery time을 확인해서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미리 자료 요청을 해놓으면 그날 그곳에 직접 가서 볼 수 있다. 바스켓에는 옛날 책, 수기 문헌, 사진, 지도를 골고루 담아놓았다. 총 30종까지 담을 수 있는데 딱 그만큼 넣어놨다. 책은 중앙아시아를 탐험한 학자들의 여행기가 많은데, 한국에는 대학도서관에도 없는 것들이라 어떻게 생겼나 그냥 쓱 보려고 한다. pahar.in 사이트 들어가면 ebook 올라온 게 많아서 읽을 욕심까지 낼 필요는 없음. 저 중에 사진 자료는 사진 부서에 미리 메일을 보내서 문의했더니 월, 화요일 이틀 아침 3시간씩 프린트 룸에 와서 열람하라고..
이 정도로 준비가 빡셌던 휴가는 처음이라 매우 바쁘다. 런던 파리 2개 도시인데 방문 목적은 중국 유물 조사다 보니 (...) 사전에 조사할 분야가 세 가지임. 만날 사람도 유난히 많았고 이번 주는 특히 후배가 휴가를 가서 일도 바쁘네. 파리 조사는 포기. 그냥 가서 적당히 즐겨야지 (...) 하여튼 틈을 쪼개서 대영박물관 유물을 몇 점 골라서 신청했다. 오렐 스타일 컬렉션 상설전시가 있는 Hotung Gallery가 개보수 중이어서 2017년 11월에 재개관한다고 하니, 수장고에 처박혀 있는 놈들을 꺼내 보여달라 할 수밖에... pdf 신청서 양식을 채워서 Asia department에 메일을 미리 보내면 유물을 꺼내 보여줄 수 있는지 심사를 거친 후에 Study Room 약속을 잡아 준다. 약속 한 ..
2세기-3세기에 타클라마칸 사막에 살았던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다. 휴먼 네이처. 모두 대영박물관의 회른레(Hoernle) 컬렉션에 속하는 유물이다. 회른레는 19세기 후반에 활발하게 활동한 인도-아리아어 학자다. 수집가나 탐험가들이 신장 지역의 고문헌들을 모아다 회른레에게 보내면 열심히 해독을 했다고 한다. 오렐 스타인하고도 동시대 사람이고 일도 엮여서 같이 했다. 국제 둔황 프로젝트의 한국어 페이지에도 회른레 얘기가 간략히 나와 있다. 대영박물관 Hotung Gallery에 가면 오렐 스타인이 둔황과 신장 여러 곳에서 약탈해온 유물이 상설전시돼 있다. 그런데 2017년 11월까지 개보수 공사 때문에 폐쇄됐다. 대신 Study Room에서 개별 열람 약속을 잡을 수 있다. 약속 한 세션당 유물 다섯 점씩..
오스카 와일드의 The Importance of Being Earnest. 진지함에 대한 영국인 특유의 반응인 아이러니를 맛보는 게 이번 여행 퀘스트니 꼭 읽고가야 된다. 옛날에 친구가 나보고 진짜 진지한 영혼이라며 이거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준 적도 있음 ㅋㅋㅋㅋㅋㅋ 오늘 pdf 다운받아서 시작했다. 번역본이 없어서 영어로 읽을 수밖에 없음. 희곡이고 생각보다 분량도 짧다. 읽다보니 진짜 재밌다. 이름이 어네스트인 남자라는 이유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그웬돌린. 정작 어네스트의 본명은 잭. 사실 잭은 어네스트라는 가공의 형을 지어내서 형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귀찮은 상황을 요리조리 피해 와서는 어네스트로 행세하는 천하의 얍삽이임 ㅋㅋㅋㅋㅋㅋ 내 이름이 어네스트가 아니면 어쩌냐는 잭에게 그웬돌린의 대답이 ..